2017년 4월호

특집 | 이제는 대선이다 - 김종인과 개헌 ‘빅텐트’

명분은 옳으나 현실은…

5월 9일 개헌 국민투표?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7-03-21 16: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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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지지율 내려가야 개헌 가능성 높아져
    • 민주당 내 반란 필요
    김종인 전 대표가 3월 8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으나 오른뺨만 맞고 쫓겨났다. 2016년 총선 때는 문재인 전 대표가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약속해 장고 끝에 나섰다가 왼뺨만 맞고 쫓겨났다. 두 뺨을 모두 내주었으니 이제는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개헌론자 김종인의 탈당

    김 전 대표는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비(非)패권연대를 주장한다. 이것이 경제민주화와 어떤 연관이 있다는 말인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3월 13일 ‘우리미래’가 개최한 정책토론회 때 사회자 김제동 씨가 이렇게 의문을 제기했다. “경제민주화를 하려면 시민이 의회를 상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개헌안이 나와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4년 내내 국민을 상시적으로 겁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소환권이 먼저 이뤄져야 국회의원도 국민의 눈치를 볼 것 아닌가?” 김 전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내각제를 하면 국회의 권한이 세지는 게 아니라 취약해진다. 내각에 들어간 사람들의 내각 권한이 강화되지,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게 아니다.” 내각제가 국민의 경제민주화 요구를 관철하는 데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김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이틀 전 탈당했다. 탄핵 이후 정국의 흐름이 바뀌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어떻게 바뀔 것으로 봤을까. 개헌과 제3지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헌법재판소는 탄핵 결정문에서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그렇다.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 아래에서 계속되고 있는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정치적 폐습이다. (…) 정경유착 등 정치적 폐습과 이전투구의 소모적 정쟁을 조장해온 제왕적 대통령제는 협치와 투명하고 공정한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권력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 (…)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또는 책임총리제의 실질화 등이 국민의 선택에 따라 현행 헌법의 대통령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보충의견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헌법재판관들도 공감해야 결정문에 들어간다. 헌법재판소가 개헌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개헌론은 더욱 명분을 갖춘 격이 됐다.  





    3당+α의 속도전

    개헌에 미온적인 민주당을 제외한 3당, 곧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도 최근 개헌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국회 개헌특위를 개최해 3월 13~15일까지 전체회의와 더불어 제1소위, 제2소위를 잇따라 개최했다. 특히 정부 형태와 정당·선거·사법부 분야의 개헌 사항을 논의하는 제2소위에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집행부의 권한을 분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다만, 구체적인 분권 수준과 총리를 포함한 내각 구성 방안, 총리와 의회의 관계 같은 세부 방안에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행 대통령 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임기에 대해서는 4년 중임과 6년 단임제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이어진다고 한다. 6년 단임제는 국민의당의 주장이다. 직접민주주의 확대 차원에서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제출하는 국민발안제를 도입하는 방안에도 상당히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하고, 국민소환제는 소요비용과 실익을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진다. 개헌안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진전이 꽤 이뤄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3당은 3월 15일 5월 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민주당 내 개헌파의 서명까지 받아 3당+α의 제안으로 단일 개헌안까지 도출해냈다.



    개헌 반대하는 문재인

    3당이 대통령선거 투표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에 합의하자 민주당은 반박하고 나섰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그만 법안 하나도 4당이 합의하지 못하면 안 되는 국회에서 3당만의 합의로 개헌과 같은 큰일이 어떻게 가능하냐’면서 ‘이번 대선 때 분열적 개헌을 하는 것보다 지방선거를 목표로 4당 합의로 추진하는 게 개헌에 대한 국론분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을 추진하기로 했다.



    변수는…

    민주당 소속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 문 전 대표 역시 3당 합의 뒤 이런 논평을 내놨다. “제가 오래전부터 주장한 ‘지방선거에서의 개헌’ 추진에 대해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있다. (…) 민심과 따로 노는 것이자,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생각이 민주당 당론이자 당론이 곧 문 전 대표 생각인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생각이 바뀔 가능성은 없을까.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20% 선까지 떨어져 후발 대선주자와 격차가 줄면, 문 전 대표도 개헌을 매개로 한 연대를 적극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김종인 전 대표가 당장 목표로 하는 것도 그것이 아닐까 한다. 탈당 이후 김 전 대표의 문 전 대표에 대한 저격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국회의원 150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3당의 의석수를 고려할 때 이것을 채우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개헌안이 발의되면 20일 이상 공고를 거쳐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에서 의결해야 한다. 이때 민주당 내에서 얼마나 많은 국회의원이 동참하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 내 개헌파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최다 30명 선으로 알려진다. 이들을 합치더라도 20명 정도의 반란표가 더해져야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곧 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 개헌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국민투표는 개헌안 의결 뒤 3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 아무리 비주류라고 하더라도 이미 당론으로 결정한 내용에 반기를 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김종인 전 대표가 이들을 얼마나 견인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동반 탈당을 결행한 국회의원은 없다. 하지만 개헌과 비패권연대가 무르익으면 추가 탈당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탈당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부 반란 정도라면 동참할 이가 조금 더 많을 것으로 봐야 한다. 앞서 지적한 문재인 대세론의 향배도 계속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내부 반란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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