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449개 단행본 출판사 대표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에 취임한 강맑실(61) 사계절출판사 대표의 취임의 변이다. 1998년 창립한 출판인회의는 김언호 한길사 초대 회장 이래 동년배 아니면 후배에게 바통을 넘겨왔다.
하지만 올해는 전임 윤철호(55) 사회평론 대표보다 여섯 살 연상인 강 대표가 그 바통을 넘겨받았다. 윤 대표가 학습·아동·전집 출판사까지 아우르는 출판계 최대 단체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공석을 채울 사람이 나서지 않자 원로 그룹에 속한 강 대표가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지난 10년간 계속해서 회장 출마 권유를 받았음에도 늘 자신이 없어 사양해왔죠. 그런데 윤철호 대표가 출협 회장에 당선되면(22일 당선) 절호의 기회가 왔음에도 뒷방 늙은이 흉내나 내며 계속 외면할 순 없다 생각해서 용기를 냈습니다.”
한국 출판계는 올해 벽두부터 불어닥친 서적도매상 송인 부도사태로 때아닌 홍역을 앓고 있다. 송인과 거래한 출판사가 2000여 곳에 이른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출판유통 투명화와 현대화로 이를 극복하자고 출판인회의가 출범했는데 20년째 이를 해결하지 못해 또다시 위기가 닥쳤습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해결해야죠. 또 2016년 기준 영화 진흥에는 3750억, 주로 게임과 방송 위주인 콘텐츠 진흥에는 3239억의 정부예산을 쓰면서 정작 문화사업의 원천 소스인 출판 진흥에는 211억 원밖에 지원하지 않는 왜곡된 현실도 바꿔나가겠습니다.”
맑실은 ‘맑은 골짜기’를 뜻하는 우리말 이름이다. 말은 조곤조곤하지만 행동은 강단 있기로 소문난 강 회장이 출판계의 깊은 골을 맑게 씻어낼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