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자에게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을 제외한 가장 소중한 노후 재원이라 할 수 있다. 똑같은 연봉을 받고, 똑같은 기간을 근무했더라도 퇴직연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은퇴자금이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드러내놓고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아도 입사 동기가 자기보다 퇴직금을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유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분이 나쁘진 않더라도 적어도 궁금하기는 할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바로 퇴직연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퇴직한 입사 동기 두 사람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용자로 하여금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다. 이때 매년 발생한 퇴직급여를 회사 외부 금융기관에 보관하며 운용하다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에는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두 종류가 있다. DB는 회사가 외부 금융기관에 맡긴 퇴직급여를 운용하고 성과에 대한 책임도 진다. 따라서 근로자는 퇴직급여 운용성과와 무관하게 퇴직할 때 정해진 공식(퇴직급여=근무기간×퇴직 전 30일분 평균임금)에 따라 퇴직금을 수령한다. DB 가입자의 경우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이 같으면 퇴직금도 같다는 얘기다.
하지만 DC 가입자는 상황이 다르다. 사용자는 매년 발생한 퇴직급여를 DC 가입자 명의로 된 퇴직연금계좌에 송금해준다. 그리고 DC 가입자는 이를 운용할 금융상품을 고르고, 운용성과도 본인이 가져간다. 운용성과가 좋으면 남보다 퇴직금을 더 많이 받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덜 받을 수도 있다.
퇴직금은 국민연금을 빼고 나면 근로자에게 가장 소중한 노후생활비 재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런 퇴직금이 본인의 노력에 따라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퇴직금을 키울 수 있을까.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까?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을 이용하거나, 국민연금공단(www.nps.or.kr)의 ‘내 연금 알아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의 퇴직급여와 추가적립금이 어떤 금융기관의 무슨 상품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본인의 퇴직연금을 맡아 운용하고 있는 금융기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퇴직연금사업을 하는 곳으로는 은행(14개), 증권사(15개), 생명보험사(13개), 손해보험사(7개), 근로복지공단이 있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 중에는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퇴직급여 적립금을 전부 맡기는 곳도 있고, 복수의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한 다음 근로자가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다.
후자의 경우 근로자가 중도에 퇴직연금사업자를 바꿀 수도 있다. 퇴직연금사업자에 따라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차이가 난다. 특히 DC형 가입자와 IRP에 가입하려는 근로자는 해당 연금사업자가 자신이 원하는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DC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금융상품은 크게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DC와 IRP 가입자들은 실적배당형보다는 원리금보장형을 선호한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16년 6월 기준으로 DC 가입자의 적립금 중 78.8%, IRP 적립금의 70%가 원리금보장상품에 집중돼 있었다.
아무래도 어쩌면 유일한 노후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원리금보장상품이라고 해서 신경 쓸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원리금보장형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정기예금을 예로 들어보자. 정기예금 상품을 고를 땐 금리와 함께 만기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가입기간은 보통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범위에서 가입자가 원하는 기간을 고르면 되는데, 가입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높아진다.
다만 가입기간을 너무 길게 했다 중도에 해지할 경우 약정한 금리보다 낮은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돼 손해를 볼 수 있다.만기를 너무 짧게 해도 문제다. 만기가 지난 다음 가입자가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으면 동일한 만기의 예금으로 자동 갱신된다. 이때 금리는 최초 가입시점이 아니라 갱신 당시의 것이 적용된다.
따라서 요즘처럼 금리가 하향 추세일 때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2012년 초만 해도 연평균 4.74%였던 정기예금 금리가 올해 초 1.55%까지 떨어졌다. 예전에 금리가 높았을 때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지금도 당시 금리로 자신의 퇴직금이 불어나고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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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P 가입 대상 확대
고소득자는 연금저축과 IRP 간의 저축금액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2017년 소득세법 개정 방향이 ‘고소득자 증세’로 가닥을 잡으면서, 고소득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연금저축 한도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본래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한도는 연간 400만 원이지만 고소득자는 300만 원까지만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고소득자란 총급여가 1억2000만 원 이상이거나 종합소득금액이 1억 원을 초과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보다 소득이 적은 사람은 여전히 40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이렇게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한도가 낮아지면 고소득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세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연금저축을 대신할 금융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자의 연금저축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는 300만 원으로 낮아졌지만, IRP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는 700만 원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연금저축에 300만 원만 저축하고, IRP에 400만 원을 저축하면 기존 연금계좌의 최대 세액공제 한도 700만 원을 변함없이 누릴 수 있다. 다만 세액공제 혜택을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 표에서 보듯이 최소한 400만 원 이상은 IRP에 적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적립에 대해 살폈다면 이번엔 인출에 대해 살펴보자. 직장을 떠나면서 제일 먼저 부딪치는 고민은 퇴직금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목돈으로 받을까, 아니면 연금으로 받을까.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50~60대 퇴직자 10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퇴직금을 일시에 받은 사람이 76.5%로 나타났다. 은퇴자 4명 중 한 명만 연금을 선택한 셈이다.
일시금 수령보단 연금으로
일시금을 선택한 이들은 퇴직금을 어디에 썼을까. 대출상환(23.5%)이나 자녀 교육·결혼자금(22.1%)으로 사용했다는 답변도 있었지만, 퇴직금을 ‘저축해두고 생활비로 사용하고 있다’(43.6%)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퇴직금을 받아 연금에 가입했다’는 사람도 5.4%나 됐다.이렇게 퇴직금을 노후생활비로 사용할 것 같으면 굳이 일시금으로 수령할 게 아니라 연금으로 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 왜냐하면 퇴직금을 IRP로 이체한 다음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 부담을 30%나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때 세금으로 1000만 원을 내야 하는 퇴직자가 이를 IRP로 이체한 다음 연금으로 수령하면 세금을 700만 원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노후 준비와 관련해 퇴직자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일까. 지난해 11월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퇴직자 104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더 저축할걸’ (54.3%)이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더 잘해볼걸’ (14.2%)이라고 답했다. 결국 젊어서 노후자금을 더 많이 모아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하지’ 하는 생각이 결국 후회를 낳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