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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용인술’로 해부한 외교안보라인 난맥

사태수습 뛰어든 ‘소방수’들, 드리우는 ‘비선’의 그림자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MB 용인술’로 해부한 외교안보라인 난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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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승장구하던 ‘외교통상부 중심 안보라인’에 대해 대통령의 신임이 흔들리고 있다.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논란을 계기로 청와대 핵심측근 인사들이 안보부처를 놔두고 직접 주요사안 실무에 관여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감지된다. 문제는 이 같은 패턴이 비선 개입 같은 부작용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는 점. 남북 막후대화를 최전선에서 담당할 실무라인의 부실도 우려를 보탠다.
  • 이명박 대통령의 용인술을 통해 본 최근의 안보정책 난맥상 해부, 그리고 전망.
‘MB 용인술’로 해부한 외교안보라인 난맥

4월4일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MB의 용인술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 ‘참칭(僭稱)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주변의 누군가가 일을 추진하면서 ‘이게 그분의 뜻’이라고 팔고 다녀도, 그게 정작 본인의 생각과 차이가 있어도,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라도 성과를 만들어 오면 된다는 것이다. 대신 일이 어그러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때는 그 참칭의 책임을 호되게 묻는다. ‘내가 언제 그렇게 얘기했느냐’는 식이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잘될 때는 아무 말 없다가 일이 틀어지니 문제 삼는다고 느낄 법하다. 그러나 그게 MB 스타일이고, 지금도 그 많은 ‘측근’이 일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참모 출신 정부 고위관계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조짐이 감지된 이래, PSI 전면참여는 안보부처 고위관계자들이 대응카드로 거론한, 사실상 유일한 ‘액션플랜’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남북문제를 국제적인 틀로 접근해 압박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외교부 중심 안보라인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 것도 이 카드가 선택된 주요 이유였을 것”이라고 평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 의장을 맡아 최종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고,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외교부 차관을 지낸 정통파 외교관 출신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명박 정부 안보라인의 주도권을 외교부가 장악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외교안보라인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당시부터 안보부처 실무관계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PSI의 의미를 북한에 맞춰 협소하게 해석하기 시작하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조용히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을 남북관계의 주요쟁점으로 부각시키는 전임 정부의 실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후 PSI 전면참여 발표 방침이 계속 연기되면서 이 사안이 외교안보라인의 실책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떠올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발표는 4월15일에서 19일로, 21일로 미뤄졌다가, 다시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유보됐다. 모두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실무자들의 당초 우려가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그 와중에 유명환 장관을 비롯한 안보라인 핵심 관계자들이 하는 말의 뉘앙스도 바뀌었다. “PSI는 전세계 94개국이 가입한 상태로 이에 참여하는 것은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의무이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는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이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전면참여가 내부적으로 결정된 상황이었고 적절한 시기를 찾고 있었을 뿐”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이미 북측이 “PSI 전면참여는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무의미한 노력이었다.

“당초 결정은 ‘발표는 없다’였다”

흥미로운 것은 발표일정 연기가 모두 청와대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였다. 4월15일 오전 안보관계장관회의와 4월21일 저녁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가 그 대표적인 사례. 유 장관은 그간의 안보부처 간 논의를 바탕으로 전면참여 발표계획을 보고했지만 대통령이 연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4월15일 회의를 두고 대부분의 언론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유 장관이 대립했다는 관점에서 보도했다. 그간 안보라인의 척추 역할을 맡아온 외교부에 대해 대통령의 대선참모 출신인 현 장관이 남북관계 변수를 들어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이나 현 장관과 오래 친분을 맺어온 이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단순히 ‘갈등은 없다’ 식의 의례적인 변명이 아니라, 현 장관의 노선이나 주의 깊은 성격상 ‘VIP의 시그널’ 없이 뜬금없이 나섰을 리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의 결정이 이 대통령의 직접 결심이었다는 당국자들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한마디로 현 장관은 거들었을 뿐이라는 것.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사전조율을 추측케 하는 정황도 확인된다.

“로켓 발사 대응책으로 잘못 엮인 프레임 설정의 실수일 뿐 이미 전면참여 발표가 결정돼 있었다”는 당국자들의 사후 설명도, 지난해 정부 핵심의 PSI 관련논의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이야기와는 사뭇 차이가 난다. 정부 출범 직후 이 문제를 논의한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의 결론은 도리어 “전면참여 발표는 하지 않는다”였다는 것이다.

당시 함께 검토된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여부와 더불어 “사실상 노무현 정부 당시의 방침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게 결정사항의 요체였다고 전해진다. 외교통상부와 청와대 일각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있긴 했지만, 결정사항 자체는 대통령에게 보고되어 방침으로 확정됐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의 말이다.

“PSI 전면참여 여부를 언급하는 순간 북한에 대한 압박수단으로서의 의미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그때그때 PSI 훈련의 참여수준을 높이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압박카드로는 훨씬 유효 적절하다. ‘너희가 움직이면 우리는 PSI로 간다’는 식의 으름장으로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당시 이미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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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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