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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박근혜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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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권의 키맨(Keyman)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박근혜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은 다르다. 언론 보도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과는 딴 판이다. 그런데 이 다름이 간과되고 있다. 친박 핵심 인사들이 공유하는 평균적인 ‘박근혜 프레임’으로, ‘박근혜의 시각’을 유추해봤다. 이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알고는 있어야 여권의 총체적 난국이 이해되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
박근혜 전 대표는 5월5일부터 11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 강연 및 교민간담회가 주 일정이었다. 박 전 대표 담당 정치부 기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일정을 보니 기삿거리가 별로 없어 보이는데 미국까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이었다. 방송사와 신문사 쪽은 먼저 정하면 자기도 따르겠다고 할 정도로 언론끼리 서로 눈치만 봤다. 이 때문에 출국 하루 전에 결정한 언론까지 있었다. 최종적으로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MBC, KBS, SBS, YTN, OBS, 영남일보, 매일신문, 인터넷신문 데일리안 등 13개사 기자가 박 전 대표 방미를 수행 취재했다.

방미 수행 취재 ‘대박’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대박’이었다. 방미 첫날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정국해법을 내놓았다. 무게가 엄청나게 실린 메가톤급이었다. ‘친박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수행기자들이 옆에 있던 박 전 대표 측에 의향을 묻자 돌아온 대답은 “원내대표 경선원칙에 위배된다”는 한마디였다. 대통령과 당대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톱기사 감이었다. 그러자 박희태 대표가 7일 김효재 대표비서실장을 미국에 급파해 박 전 대표 설득에 나섰다. 4일 뒤면 귀국하는데도 말이다. 수행기자들로선 숨 돌릴 틈 없이 후속기사를 쏟아내야 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방미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친박이 발목 잡은 게 뭐가 있나”라는 비중 있는 발언으로 기자들에게 ‘애프터서비스’를 했다. 박 전 대표 일행의 귀국 발걸음은 가벼웠다.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거부한 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2009년 10월을 미리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 10월에도 경제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정부 여당을 향한 민심은 어떨까. 돌발변수 없이 현재의 국정기조가 유지되는 한 썩 나아지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재보선은 한나라당에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문국현 의원에 대한 판결이 뒤집히지 않을 경우 친이계 좌장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서울 은평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MB정권의 상징 이재오’에 맞서 민주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창조국민당 등 야당은 후보단일화를 시도할 것이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이곳 출마를 타진 중이다. 4월 재보선 때 톡톡히 재미 본 ‘MB정권 심판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 전 대표와는 “독재자의 딸”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주고받으며 앙금이 깊은 이 전 최고위원에겐 또 다른 적(敵)이 있다. 박 전 대표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박사모’다. 박사모가 휘젓고 다니면 친박 유권자의 표심이 흔들린다. 여권 표 결집에 타격을 입는다. 2008년 총선 때 이미 박사모는 서울 은평에서, 경남 사천에서 친이계를 무던히도 괴롭혔다. 결국 이재오, 이방호라는 친이계 두 거물이 모두 낙선했다. 2012년엔 총선, 대선이 동시에 열리는 ‘큰 판’이 벌어진다. 거대 친이 계파의 수장자리에 올라 총선을 지휘하기 위해선, 차기 대선주자 킹 메이커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이 전 최고위원은 반드시 10월에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

운명의 10월 재보선

판결이 달라지지 않아 경기 수원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민주당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출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기 안산에서 보궐선거가 실시될 경우 유권자들의 출신지역 분포상 한나라당에 녹록하지 않다.

경남 양산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친이계인 박희태 대표가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여기서 반드시 금배지를 달아야 김형오 국회의장에 이어 그토록 바라던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친박계엔 선수(選數) 높은 의원들이 널렸지만 친이계엔 희귀해 그 어느 때보다 여건이 좋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점도 많다. 아직 낌새는 없지만, ‘친박 무소속 후보’의 출현이 그것이다. 4월 경주 재선거에서 친박 무소속 정수성 후보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인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를 가볍게 제압했다. 영남에서 친박 무소속 후보의 막강한 파괴력은 이미 뉴스도 아니다. 10월 재보선은 이렇듯 미시적으로 분석해 들어갔을 때 어느 한 선거구도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쉽지 않다.

그런데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얼마 전 박 대표와 이 전 최고위원이 만나서 친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을 합의했다고 한다. 이 전 최고위원 측은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전 최고위원과 김무성 원내대표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다 만나서 이야기했다”고 시인했다. 이어 이 대통령과 박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나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합의해 발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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