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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

한국 대표적 지식인의 사상적 원류 ② 중도주의자

  •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 kimhoki@yonsei.ac.kr

‘제3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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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도주의는 단순히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중간을 뜻하는 게 아니라, 좌파와 우파의 장점을 결합하려는 ‘제3의 길’을 말한다. 한상진, 김우창, 정운찬, 최장집 교수 등은 그런 의미에서 ‘중도주의자’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기획을 연재하면서 가장 탈(脫)이념적이면서도 동시에 고도로 이념지향적인 사회가 바로 한국이 아닐까 하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지식인이 사회에 관계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런 관계는 그 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경험 및 시민사회 내의 이른바 독자그룹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이에 관해서는 프랑스와 미국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데, 프랑스가 일종의 ‘지식 사무라이들’이 담론을 주도하는 경우라면, 미국은 실용적 지식인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나라다. 그리고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도 메이지유신 이래 특유의 지식인 사회가 형성되어 왔다.

본론에 앞서 이렇게 사설을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다소 모호한 ‘중도주의’라는 이념이야말로 현재 한국 지식사회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조사는 없으나,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들의 이념에 대한 의식조사를 한다면, 상당수의 지식인들은 스스로 중도주의에 자신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이념은 위험한 것이며, 직접 드러내는 것은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중도주의적 자기정체성을 갖는 지식인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한편에서 중도주의란 좌파와 우파의 장점을 절충하는 이념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회주의로 매도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중도주의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에서 중도주의란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의 중간에 놓여 있는 이념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간’이란 단순히 가운데를 뜻하는 게 아니다. 적극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그것은 좌파와 우파의 장점을 결합시키려는 이른바 ‘제3의 길’을 말한다. 최근 서구에서 쓰는 ‘적극적 중도(Active middle)’나 ‘급진적 중도(Radical middle)’는 바로 이런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소박한 절충주의를 넘어 생산적 종합주의를 모색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모두 비판하고 넘어서려는 과거 ‘제3의 길’ 프로그램이나 구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모두 비판하고 넘어서려는 최근의 ‘제3의 길’이 이런 생산적 종합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중도주의 역시 탈이념을 표방하는 막연한 중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중도주의임을 밝혀둔다.

중도주의란 무엇인가

국내에서 중도주의의 역사는 일천한 수준이다. 이념적 대립이 극심했던 해방공간에서 좌·우합작을 추진했던 여운형과 김규식, 그리고 1950년대 이승만 정권에 대항해 사회민주주의를 추진했던 조봉암 같은 중도주의의 선각자들이 있었지만, 보수주의나 진보주의에 비해 그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중도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주요 흐름의 하나로 자리잡은 것은 아무래도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6월 민주항쟁으로 열린 정치공간 속에서 ‘민주-반민주’의 구도가 서서히 ‘진보-중도-보수’로 변화되어 온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민주적 조합주의를 비롯해 서구 사회민주주의 프로그램에 대한 국내 지식인들의 활발한 논의는 중도주의에 대한 관심의 증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지식인들이 중도주의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까. 중도주의가 여전히 모호한 만큼 중도주의 지식인을 분류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중도주의는 중도우파에서 중도좌파까지, 그리고 자유주의에서 케인스주의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이에 필자는 자유주의, 민주적 조합주의, 케인스주의, 최근 ‘제3의 길’로서의 신사회민주주의 등을 우리사회에서 중도주의를 대표하는 이념으로 보고, 이런 이념에 기초해 지적 활동을 벌여온 네 명의 지식인을 선정했다. 필자의 독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주변 사회학 전공 교수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참조했음을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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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 kimhok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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