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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장 르포

김일성 聖地’에서도 달러벌이 열중, 北 인민들도 버는 만큼 가져간다

  • 신석호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기자 kyle@donga.com

‘7·1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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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이 7월9일 6자회담 복귀를 전격 선언하면서 ‘북한 문제’가 다시 급류를 타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1년 동안 외부와 통하는 문을 닫았던 북한이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과 ‘7·1 경제관리개선조치’(이하 7·1조치) 3주년을 계기로 국제사회와 다시 협상하기 시작한 것. 2002년 7월부터 네 차례 방북하며 7·1조치 이후 북한 경제의 변화를 추적해온 동아일보 신석호 기자가 6월29일부터 7월2일까지 국제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인터내셔날 (회장·이일하 목사) 회원 자격으로 다시 현지를 다녀왔다.
‘7·1조치’ 3년, 북한 경제 현장 르포
다섯 번째 방북 취재 기간에 북한이 조만간 6자회담에 복귀할 것임을 암시하는 증거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평양 도심과 농촌 지역 등 북한 전역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격한 구호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2002년 10월 미국과의 핵 갈등이 발생한 뒤 2003년 세 번째로 방문한 평양 거리 여기저기에서는 미국을 공격하는 거대한 구호와 네댓 개의 그림이 목격됐었다. 당시 ‘미국’ 또는 ‘미제’라는 단어에는 하나같이 죽음을 뜻하는 검은색을 사용했었다. 2004년 4월 네 번째 방문했을 때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방문 때는 단 한 개의 그림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남측 방문객을 인솔한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소속 안내원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2003년 3월 방문했을 때 안내원들은 “우리가 핵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밝히면 이라크처럼 미국의 공격을 당한다”며 “미국이 핵 문제의 진실을 날조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안내원들은 “조만간 미국과 대화가 잘 되면 공화국도 강성대국으로 가는 길을 재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적어도 안내원들이 전처럼 미국을 의식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없었다.

7월1일을 기해 조선노동당 창건 60주년을 홍보하는 새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평양과 지방 거리 곳곳에 일제히 내걸렸다. 기념일은 10월10일로 100여 일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당 창건 60돌에 즈음하여 당 중앙위원회, 중앙군사위원회의 공동 구호를 철저히 관철하자’나 ‘모두다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 구호 관철에로’ 같은 구호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대혁신’ ‘대비약’ ‘10월의 축전’ 등 새로운 구호가 눈길을 끌었다. ‘구호의 정치’에 능한 북한 당국이 올해 10월10일을 계기로 무언가 중요한 일을 벌이려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거리 곳곳의 광장에서는 체조 대형으로 늘어선 어린 학생들이 열심히 뭔가를 연습하고 있었다. 안내원들은 북한 당국이 10월10일 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리랑 축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일러줬다.

북한은 2002년 4월부터 8월15일까지 10만명의 학생을 동원해 아리랑 축전을 열었다. 그러면서 대담한 경제개혁조치인 7·1조치를 시작했고,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를 불러들였으며 신의주 특구 개방조치도 발표했다. 대규모 군중 행사가 중대한 정치·경제적 결정과 관련 있는 것이라면 이번 축전은 미국과의 핵 문제 타결과 관련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남측 기자인 필자가 북한을 방문하게 된 것도 이러한 징후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국내외의 중요한 환경 변화가 있을 때마다 남측 민간단체의 대규모 방문단을 받아들였다. 2002년 이후 네 차례 방북 취재에 참여한 기간 가운데 단 한 번도 평범한 시기가 없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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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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