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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사 ‘공상 (公傷) 처리’ 요구, 하도급업체 두 번 죽인다”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원청사 ‘공상 (公傷) 처리’ 요구, 하도급업체 두 번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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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원청사, 산재사고 공상 처리 유도
  • ● 합의서 써주면 후유증 생겨도 문제 제기 못해
  • ● 사업장 책임자, 인사 불이익 우려 ‘은폐’ 급급
  • ● “성실한 산재 신고에 가점 줘야”
“원청사 ‘공상 (公傷) 처리’ 요구, 하도급업체 두 번 죽인다”

하도급업체들은 사고에 따른 공상 처리 비용 부담을 혼자 떠안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공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에 대비해 사업주는 사업비의 일정 금액을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데 쓴다. 산재보험은 사업주에게는 불의의 사고에 따른 추가 부담을 덜기 위한 대비책이 되고, 근로자에게는 재해에 따른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안전판 구실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발주처로부터 사업자로 선정된 원청사는 하도급업체에서 사고가 나면 산재보험 처리 대신 공상(公傷) 처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상은 치료비와 보상금, 위로금 명목으로 합의금을 주고 ‘사고를 종결짓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보험을 든 운전자가 사고가 났을 때 벌점과 보험료 할증을 우려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신청하지 않고 자비로 수리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공상 처리는 대개 원청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업체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하도급업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공상처리 비용 눈덩이

‘신동아’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발주하고 모 대기업이 원도급사로 지정돼 2009년부터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지하철 2단계 공사현장의 A 하도급업체 ‘공상처리비용 집계표’를 입수했다. 이 표엔 2009~2010년 11건의 산재사고를 공상 처리로 유도해 노무비와 합의금액을 지급했다고 기록돼 있다. A사가 11건의 공상처리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1억1000만 원이 넘는다. 공상 처리 건수가 많아지면 하도급업체는 그만큼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돼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거나 심할 경우 업체가 도산하는 일도 발생한다.

모 원청 대기업과 하도급계약을 맺고 2010~2011년 경남 지역의 도로공사에 참여한 B업체도 3건의 사고를 모두 공상으로 처리했다. B사 대표는 “공상으로 산재 3건을 처리하는 데 2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며 “그러지 않아도 최저가 낙찰로 공사를 따내 적자가 예상되는 현장이었는데, 공상비까지 들어 이윤은커녕 빚만 늘었다”고 말했다.

B사는 적자 보전을 위해 추가공사비 지급과 공사 변경을 요구하다 원청사로부터 하도급계약을 해지당했고, 이후 원청사가 계약이행보증채권을 회수하는 바람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도 사정이 비슷했다. 공사 도중 발생한 사고는 대부분 하도급업체 대표와 피해 근로자가 ‘합의서’를 작성하고 합의금을 줘 마무리했다.

공사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현행법은 사고 발생 사실을 지체없이 관계기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상 처리한 사고는 대부분 보고를 하지 않는다. 한 하도급업체 대표는 “공상 처리한 사고는 우리도 사고 건수로 잡지 않지만, 원청사도 아무 일 없었던 것으로 처리한다”며 “언젠가 몇백만 원을 주고 공상 처리를 하고 돌아왔더니, 공사현장에 ‘무재해 100일’이란 표지판이 붙어 있어 쓴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산재사고를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는 공상 처리로 산재 건수를 줄이고, 적발되면 과태료를 납부한다. 하도급업체 관계자들은 “관련기관에 보고되는 산재 처리 건수는 실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건수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의 ‘산업재해 처리 실태조사’에서도 산재사고 10건 가운데 6건 이상을 공상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문건설업체 대표는 “원청사는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우리 같은 하도급업체는 산재보험으로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대비해 근재보험(근로자재해보험)에도 가입한다”며 “하지만 막상 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재해가 아닌 경우 대부분 원청사가 공상 처리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 △3개월 이상의 요양을 필요로 하는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 △부상자나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이 같은 중대재해를 제외한 손가락 절단이나 골절, 화상과 같이 공사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해는 산재율을 낮추기 위해 대부분 공상 처리를 유도한다.

PQ 가점제가 산재 은폐 원인

업체와 피해자가 합의서를 작성하고 합의금을 주고받으면 피해 근로자는 나중에 장애나 후유증이 발생해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공상 처리 과정에 작성하는 합의서에 피해자가 더 이상 추가 보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을 명시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K사와 피해자 J씨가 맺은 합의서는 “본건 합의 이후 K사와 K사의 이해당사자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 진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여하한 방법이나 명목으로 추가 보상을 요구하지 않음은 물론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고 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소송, 진정, 산재보험 등의 신청시 K사가 지급한 보상금의 2배를 반환한다”는 강제규정까지 뒀다. 합의서를 작성한 이후에는 산재를 당한 노무자가 어떠한 요구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J씨는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서 왼쪽 어깨 회전근개 파열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8주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나 K사로부터 600만 원을 수령하는 것으로 모든 권리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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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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