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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식량난 북한·환경난 남한, 쿠바 유기농업 벤치마킹 하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제언

  • 글: 김성훈 중앙대 교수·농업경제학,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식량난 북한·환경난 남한, 쿠바 유기농업 벤치마킹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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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보호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이룬 농법으로 식량 자급의 꿈을 실현한 나라가 있다.
  • 서양의 마지막 사회주의 국가 쿠바가 그 주인공이다. 서방세계의 경제 봉쇄와 사회주의권 몰락의 틈바구니에서 쿠바는 어떻게 자력갱생의 활로를 개척했을까.
식량난 북한·환경난 남한, 쿠바  유기농업 벤치마킹 하라

쿠바의 한 농장에서 담뱃잎을 거두는 농민들.

지난해 5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세계유기농대회에 참가한 27개국 600여명의 친환경 유기농업 전문가는 식량자급도 이루고 환경생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쿠바 유기농업의 성공을 ‘인류 미래의 위대한 희망’이라고 찬탄해 마지않았다. 아바나 세계유기농대회는 화학비료와 맹독성 농약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믿어온 이제까지의 ‘관행농법’에 마침표를 찍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여는 축제와도 같았다.

1990년 초부터 미국 등 서방세계의 경제봉쇄 조치가 강화되고 소련 등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가 연쇄적으로 몰락해 동서양의 마지막 사회주의 국가, 쿠바와 북한은 자력갱생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그중 한 국가는 준비된 친자연적 유기농업의 활로를 개척했고, 다른 한 국가는 주체농업의 주술(呪術)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 유기농업 대표자들은 올해까지 두 차례 쿠바 현지 연수를 다녀왔다. 그 결과는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는 쿠바가 당면한 특수한 정치경제 상황으로부터 성공적으로 탈출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류 사회가 ‘자원낭비형’ 농법(農法)에 의존해 지속가능성의 한계에 봉착한 시점에서, 쿠바의 성공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본의 논리에 따른 대규모 생산체제와 대량유통구조는 생태계에 각종 재앙을 불러왔다. 특히 국제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대규모 다국적기업이 세계 식량시장을 과점하면서 지구촌 곳곳의 식량주권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농촌 지역사회와 자연생태계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인류의 생명과 생존권을 지키면서 지구촌 환경생태계와 공존공영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친환경적 생산 양식은 과연 무엇인가.

그 해답을 쿠바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친환경 유기농업이다.

지속가능한 대안농업

화학·기계화 농법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관행(慣行)농법은 한국을 비롯, 세계농업계에 뿌리내린 지 고작 5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 화학비료 없이는 농사를 짓지 못한다고 믿게 된 기간도 기껏해야 40년이 될까말까다. 그러나 화학농업은 최근에 이르러 급격한 산업화·도시화 추세와 함께 자연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사람의 건강과 동식물 종(種)의 다양성, 그리고 환경생태계를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부각된 것이다.

마침내 1987년 유엔의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는 제8차 위원회에서 ‘우리들의 공동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문제를 세계 각국의 공동의제로 채택했다. ‘경제도 살리고 환경생태계도 보전하는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이 인류의 살길’이라는 메시지가 정식으로 제기된 것이다.

경제발전 문제를 생태학적인 자연보전 문제와 통합하여 관리해야 한다는 이 선언은 인류문명사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한 나라가 쿠바다. 북유럽의 생태농업, 캐나다와 북미지역, 그리고 일본의 유기농업 운동에도 이 선언의 취지가 반영돼 있다.

뒤이어 미국정부도 친환경농업의 세계적 추세를 인정하고 2010년까지 순수 유기농업의 비중을 10% 수준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늦었지만 한국도 1998년 11월11일 ‘농업인의 날’을 기해 ‘친환경농업 원년’을 선포하고 직접지불제를 시행하는 등 다각도로 유기농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유기농업은 자연 생태계를 보전한다는 측면뿐 아니라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사회·경제적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 운동의 중심부에는 언제나 가족농(family farming)과 지역사회 공동체가 살아 움직인다. 이제까지의 기계 및 화학농법 위주의 대형기업농 또는 초대형 다국적기업 중심의 생태파괴적인 대량생산체제로는 더 이상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지속가능한 생태유기농업의 필요성이 대두한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일고 있는 ‘지역사회가 지원하는 유기농업 운동’이라든지, EU 각국이 생태환경과 자연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만든 ‘생태 바이오 농업’이 대표적인 대안운동이다.

일본의 경우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한국에서는 농협 주도로 신토불이(身土不二), 도농불이(都農不二)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운동도 지속가능한 대안농업을 염두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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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성훈 중앙대 교수·농업경제학,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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