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국 최고의 특산품 ③

해발 700m 눈밭의 진미 평창 황태

겨우내 얼리고 녹인 노란 속살, ‘하늘’과 ‘사람’의 합작품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해발 700m 눈밭의 진미 평창 황태

1/3
  • 명태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수십 가지의 이름을 가진 명태 가운데서도 가장 윗자리에 황태가 있다. 술꾼들의 속풀이에 특히 좋은 황태는 눈(雪)의 고장 평창 횡계리의 모진 추위와 싱그러운 봄바람이 만들어낸다.
해발 700m 눈밭의 진미 평창 황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한참동안 동쪽으로 달려도 차창 밖의 겨울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전날 영동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는 뉴스를 듣고 길을 나섰는데도 고속도로변 야산에는 추레한 잔설만 희끗희끗했다.

하지만 봉평터널을 거쳐 진부터널을 지나면서부터는 적설량이 눈에 띄게 많아 보였다. 싸리재의 완만한 오르막길을 지나고 마침내 평창군 도암면의 횡계 땅에 들어서자 마치 딴 세상처럼 눈부신 은세계가 펼쳐졌다.

대관령의 아랫마을 횡계리는 강원도에서도 눈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평균 해발고도가 700m대에 이르는 데다 백두대간의 험산준령에 가로막힌 눈구름이 주야장천(晝夜長川)으로 폭설을 퍼부어대기 때문이다. 그러니 횡계리를 비롯한 도암면 일대는 겨우내 사방천지가 온통 새하얀 ‘설국(雪國)’을 이룬다. 발길 지나는 곳곳마다 눈길이고, 눈길 닿는 곳곳마다 황홀한 설경이다. 마치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설국’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평창군 도암면, 특히 면소재지인 횡계리 주민들에게는 풍성한 눈이 생업의 가장 큰 밑천이다. 인근에 국내 최대의 스키장이 들어선 것도,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한 대관령 눈꽃축제가 열리는 것도 유달리 많은 눈 덕택이다. 그러니 횡계리를 찾는 외지인의 수가 가장 많은 철도 겨울이고, 토박이들에게 가장 분주한 계절도 겨울이다.

엄동설한의 겨울철에 횡계리로 몰려드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눈 구경하거나 스키 타러 오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이 바로 명태이다. 한겨울에 횡계리로 들어온 명태는 겨우내 얼고 녹기를 되풀이하다가 봄기운이 완연한 3월경이면 노르스름한 황태로 변신해 이곳을 빠져나간다.

실향민들이 덕장 ‘元祖’

원래 황태는 함경도의 특산물이다. 그래서 남북분단 이후 한동안은 남한에서 황태를 맛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6·25전쟁 당시 함경도 원산과 함흥 등지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1950년대 중반부터 횡계리에 황태덕장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곳이 황태의 본고장인 함경도 산간지방과 자연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황태덕장이 들어서려면 무엇보다도 기후조건이 맞아야 한다. 겨울철 평균기온이 영하 10℃ 안팎을 유지하고 일교차가 크며 바람이 잘 통할 뿐만 아니라 햇볕이 잘 들어야 한다. 또한 간간이 눈도 내려서 습도가 적당하게 유지돼야 한다. 오늘날 황태덕장이 들어선 평창 횡계리와 인제 용대리가 이런 기후조건을 갖췄다.

황태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명태를 알아야 한다. 사실 우리 민족에게 명태만큼 친숙한 생선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전세계를 통틀어도 우리만큼 명태와 조기를 선호하는 민족이 없다고 한다. 특히 명태는 우리나라의 연근해에서 잡히는 바닷고기 가운데 그 이름과 쓰임새가 가장 다양하다.

명태는 대구목 대구과에 속한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명태를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명태’가 처음 등장한 문헌은 조선 효종 때의 ‘승정원일기’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중기에 함경도관찰사를 지낸 민모라는 벼슬아치가 명태라는 이름을 처음 붙였다고 한다.

그가 함경도 명천군을 순시하던 도중 우연히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의 집에서 음식을 대접받았다. 그때 먹은 생선요리가 너무도 맛있어 어부에게 그 생선이 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찰사는 즉석에서 명천군의 ‘명’자와 어부의 성인 ‘태’자를 합쳐 ‘명태’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잡히는 지역, 잡는 방법과 시기, 크기, 가공상태 등에 따라서 명태를 부르는 이름은 제각기 달라진다. 어로 방법에 따라 망태(網太, 또는 그물태)와 낚시태로 나뉘고, 계절에 따라 춘태(春太), 추태(秋太), 동태(冬太) 등으로도 불린다. 일년 열두 달 가운데 어느 달에 잡혔냐에 따라 일태(1월에 잡힌 명태), 이태, 삼태, 사태 등으로 세분되기도 한다.

함경도 지방에서는 초겨울 무렵에 회유하는 도루묵(은어) 떼를 뒤쫓아온 것은 은어받이, 동지 전후에 잡힌 것은 동지받이, 봄철의 마지막 어기(漁期)에 잡힌 것은 막물태라 이름 붙인다고 한다. 그리고 산란한 뒤에 살이 별로 없고 뼈만 남다시피 한 명태는 꺾태, 얼리지 않은 신선한 것은 생태(生太) 또는 선태(鮮太), 얼음덩이처럼 꽁꽁 얼린 것은 동태(凍太)라 일컫는다.

흔히 ‘노가리’라 부르는 명태 새끼는 외태, 애태, 애기태 등으로도 불린다. 그리고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은 것은 지방태, 러시아 근해나 북태평양의 먼바다에서 잡은 것은 원양태로 불린다. 지방태 중에서도 함경도 연안에서 잡은 것은 왜태(倭太), 강원도에서 잡은 것은 강태(江太)로 구분된다. 강태 가운데 고성군 간성 앞바다에서 잡은 것은 특별히 간태(桿太)라 불리기도 한다.
1/3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목록 닫기

해발 700m 눈밭의 진미 평창 황태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