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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 강미정

이불

이불
방금 예단이불이 도착했어요

혼자가 싫은 사람들이

방마다 혼자 웅크렸다가 나왔어요

아직 오지 않은 그 사람에게로 중심이

쏠렸어요

출렁, 꽃무늬 이불이 펴졌어요

아유 따뜻해라, 아버지는

침묵의 손바닥으로 꽃무늬를 쓸었어요

아유 폭신해라,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

그늘을 꽃무늬 이불에 대어보며

이불 속으로 발을 넣고 누웠어요

살아남는 일이 무섭다는 당신도 누웠어요

무관심을 익혔던 아이들도 누웠어요

한 이불을 덮는 일이 이렇게도 따뜻하네,

이불 속에서 발과 발이 닿았어요

발과 발이 서로를 간질이며 가슴까지

포옥 이불을 덮고

하나로 묶은 시선은 어쩜 이렇게도

눈부실까요,

반짝반짝 방금 도착한 햇살이불 한 채에

발을 담그고 아이 눈부셔라,

피는 꽃 피는 잎 봄 편지처럼

웃음이 꽃무늬 이불 위에 펴졌어요

그때쯤 누가 수복강녕(壽福康寧)이라는 이불을 덮어줄까요

그때쯤 누가 오랫동안 작별했던 발걸음을

집으로 흐르게 할까요

그래도 오늘은 아 좋아라 말해 볼래요

방금 예단으로 이불이 도착했으니까요

강미정

● 1962년 경남 김해 출생
● 1994년 ‘시문학’ 우수작품상 등단
● 한국작가회의 회원

● 작품집: 시집‘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 ‘상처가 스민다는 것’ ‘타오르는 생’등

신동아 2012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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