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시마당] 산책과 대화

  • 최지인

    입력2023-06-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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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위가 목놓아 울고 있다
    사육장에서
    전쟁을 원하는 자는 따로 있어
    북쪽에는
    북쪽 정서가 있고

    사람들이 기웃대고 있다
    근린공원 입구에
    경찰이
    통제선을 치고 있다

    이곳을 지날 때면
    언제나
    널 떠올렸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별나다 이상하다 난 내가 부끄러워 내 무능을 탓하는 데 세월을 허비했지
    그리고 기다렸어
    아주 오랫동안

    창가에 앉은 두 사람이 말없이 칼국수를 먹는다



    아주아주 희미해지면 우리
    어떻게 되는 걸까

    재난에 대해 말할 때면
    숫자가 앞서지

    해가 잘 드는 곳에 씨앗을 많이 심었다

    천 년 된 나무는 사실 일 년의 삶과 나머지의 죽음으로 자란 거래 하나의 삶이 얼마나 많은 죽음을 돌보는지 알겠어?

    이것 봐
    물이끼가 빽빽해

    뱀이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뱀의 아름다움을 보았다면

    [Gettyimage]

    [Gettyimage]

    최지인
    ●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 수상
    ● 2022년 제40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 시집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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