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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결국 대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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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건축가는 결국 대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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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광고 속 ‘에너자이저’ 건전지처럼 지치지도 않고 도면을 신나게 그려댔다. 그러나 당초 생각보다 훨씬 좁아진 건축 면적에, 놓을 가구까지 배치해가며 고민하다 보니 시간은 시간대로 갔다. 그래도 대안은 마련되는 법이다.
건축가는 결국 대안을 만든다

어떤 문제든 애정을 갖고 깊이 고민하면 어느 순간 불꽃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터져 나온다.

신기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학교에서 같은 학교로 전학을 온 큰아이 친구가 있었다. 6개월쯤 궁금하게만 여기다 큰아이의 졸업식 날 그 아이의 엄마를 만나게 되었다.



선물 같은 인연

시골 학교 같은 감동적인 졸업식. 아이들은 졸업생 선배들이 선물한 졸업 가운을 입고 늠름하게 입장했다. 졸업식은 당연히 우등상, 개근상 등 공부 잘하는 아이 위주의 시상식 자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전체 인원이 적어서 가능했겠지만,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며 조그맣던 아이가 저렇게 늠름해졌구나, 확인하며 어른들이 감동받는 자리였다.  

졸업식 후 중학교 배정을 받는데, 큰아이는 혜화초등학교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가는 경신중학교가 아닌 동성중학교에 배정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반에서 동성중으로 배정받은 친구는 없었다. 큰아이는 걱정스러워하는 내게 “오히려 잘 모르는 애들 새로 사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라며 어른스럽게 웃어 보였다.

졸업식 후 메뉴는 뭐니뭐니 해도 중국요리.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혜화로터리에 있는 ‘금문(金門)’으로 향했다. 이미 만원인 중국집에 그 아이가 있었다. 아이 둘은 서로 반가워하며 어느 중학교에 배정받았는지 묻는데…, 같은 학교였다.

“와! 다행이다~ 정말 잘됐다.”

그날 전화번호를 알게 됐고, 다음에 엄마들끼리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집과 우리 집에 비슷한 점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결혼할 땐 이 근처에서 살았고 우리가 먼저 잠원동에 가게 됐지만, 그 집도 아이 교육 문제로 잠원동에 갔다가 여러 가지 고민 끝에 혜화동으로 오게 됐다는 것. 이곳으로 온 이유는 우리와 달랐지만, 역류하는 연어 같은 집이 또 있었다.

그 집도 남자 아이만 둘, 엄마들 나이도 같다. 그 집은 큰아이가 이제 중3. 그 아이는 전학 온 지 1년 만에 이미 학교에서 모르는 선생님이 없을 정도로 반듯한 우등생으로 자리매김했다. 동네도, 학교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별로 없는 내게 하늘에서 눈꽃, 별꽃이 반짝이며 선물처럼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해도해도 끝없는 설계

사람들은 대개 내 땅이 있으면 집을 짓는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꽉 채워서. 가능하면 지하도 넓게 파고 올릴 수 있는 데까지 올리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지하는 용적률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하니 대지 경계선까지 최대한 파고, 살다가 좁으면 적당한 곳에 창고도 짓고, 지붕에 차양을 늘려 그늘도 만들면서 사는 거라고.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건폐율, 용적률이라는 규정으로 땅의 크기와 용도에 맞게 짓고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규제한다. 주차장도 가구당, 면적당으로 늘려나가야 해서 좁은 땅에 원룸을 잔뜩 지어 월세를 왕창 받는 일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심지어 차양을 내는 것도 건폐율에 포함되고, 준공 후 임의로 이것저것 지으면 불법 건축물이 된단다.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되겠지만, 막상 좁은 땅에 집을 지으려 하니 마음이 갑갑하다.

집 설계를 시작해보니 좁은 집을 조금이라도 넓게 사용하려면 계단실을 만들어 계속 돌아들어가게 하는 게 효율적일 것 같았다. 그러나 남편은 같은 방식으로 계단이 놓인 집을 아주 싫어한다. 빌라나 그렇게 하는 거라며….

설계 단계의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북동쪽에 놓을지 북서쪽에 놓을지, 북동쪽으로 올라가다 가운데로 꺾어 들어가게 할지, 4층을 부엌과 거실로 채워 넓게 쓰고 옥상을 활용할지, 좁아지지만 베란다를 거실 옆에 놓을지, 4층에 베란다를 놓는다면 남동쪽에 길게 놓을지, 중정(中庭) 형태의 집 안쪽으로 길게 놓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남편과 나는 얼굴만 보면 집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베란다를 일조 사선 제한이 있는 북서쪽에 놓으면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지만, 옆 빌라의 시선도 신경 쓰일 테고 좁더라도 남쪽으로 베란다를 놓아 전망을 확보하는 게 여러모로 좋겠지?” “딱 6인이 좁게 앉을 수 있는 자리만 나오면 되고 나무 한 그루, 상추·고추 상자 한두 개 놓으면 되니까 베란다는 남동쪽에 놓자.”    

우리의 갈등은 주택 아래쪽에서 유발됐다. 처음엔 지하를 넓게 파서 지하와 1층은 사무실로 하고 2층에서 월세를 받으려는 생각으로 도면 작업을 시작했다. 남편은 광고에 나오는 ‘에너자이저’ 건전지처럼 지치지도 않고 캐드로 도면을 신나게 그려댔다. 그러나 남편 사무실 처지에선 우리 집 설계가 돈 안 되는 일이라 시간 날 때 조금씩 할 수밖에 없었다. 도로로 내줘야 하는 면적도 생각보다 많아 좁아진 면적에, 놓을 가구까지 배치해가며 고민하다 보니 시간은 시간대로 갔다.

건축가는 결국 대안을 만든다

처음엔 북쪽 햇볕을 받는 곳에 제1주차장, 남쪽에 제2주차장을 만들고 남쪽 주차장엔 꽃을 심을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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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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