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호

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공사의 끝은 어디인가?

10화_잠정 중단 사태부터 공사 재개까지

  •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입력2017-02-28 13: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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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감 공사가 시작되면 바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공사는 지루하게 이어졌다. 게다가 주요 관계자가 공사를 타절하는 사달까지 벌어졌다. 다들 이리도 어렵게 공사를 하는 걸까.
    2016년 가을은 하늘이 맑았는지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간혹 떠나던 캠핑도, 아침저녁으로 챙겨 보던 정치·사회 뉴스도 관심 밖이었다. 20대 총선이 치러질 때까지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출마하는 후보들의 공약을 하나하나 살피고 유세장에서 질문도 하면서 선거를 즐겼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등이 이슈가 되던 때, 나에게 이런 뉴스는 우주 밖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집 짓는 일, 시민정원사 학교, 아이들 학교만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멀리 나가지 못하고 마음은 늘 스탠바이 상태였다.



    마을살이 감초, 마을공동체

    회사 다닐 때도 큰아이 학교 녹색어머니 활동을 6년 내내 계속했다. 1년에 일주일 정도 아이들 등교시간에 봉사만 하면 되므로 일정을 예측할 수 없는 다른 활동보다는 직장맘들이 비교적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앞으로는 녹색활동 대신 도서관 봉사활동을 해볼 생각이다. 엄마의 도서관 봉사 날만이라도 아이가 도서관에 와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혜화초등학교엔 도서관 봉사활동 모임의 소모임으로 독서 동아리가 있다. 매달 한 번씩 책을 정해 읽고 서로 감상평과 정보도 나누는 친목 모임이다.



    2016년 하반기 혜화 독서 모임에선 마을 사업과 연계된 활동이 있었다. 주축이 돼 활동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서울시나 구청에서 펼치는 마을 사업의 단면을 경험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주민센터 장소를 빌려 과일청을 만들고, 만든 것 중 일부를 ‘내 맘대로 벼룩시장’에서 팔고, 혜화 마을 앵커시설에서 수제 비누도 만들고, 한양도성 및 마을 속 문화재를 탐방하는 등 아파트촌에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함께 했다. 그것도 구청 지원을 받아서!

    혜화동에선 소소하게 재미있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느낌이다. 또 내가 관심만 가지고 손을 내밀면 어디에서라도 반겨 맞아준다. 이런 게 바로 마을살이의 재미 아닐까.

    마감 공사가 시작되면 바쁘게 진행될 거라던 남편의 말과 달리 하루하루 지루하게 공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여러 팀이 들락거리는 게 아니라 한두 팀이 찔끔찔끔 왔다가곤 했다. 남편은 다른 일들에 치여 정작 우리 집 공사엔 크게 관여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건축주가 너무 깊이 관여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생각도 컸을 테지만 사무실 안팎으로 너무 바빴다. 그 와중에 추석 연휴가 있었고, 외장 업체와 문제가 생긴 것도 그즈음이었다.

    총 4번의 공사 대금 납부 중 3번째 공사 대금이 입금되고 난 후, 이 실장님이 공사 ‘타절’ 의사를 밝혀왔다. 타절이란 공사를 여기까지만 하고 손을 뗀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진행이 너무 더딘 데다 질문을 해도 속 시원한 답변이 없어 이대로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공사 업체를 바꾼다면 어디에 맡겨야 할지 찾아봐야 했다. 그러나 다른 데 맡기면 그냥 그다음 공정부터 척척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일한 이들에게 일일이 인수인계를 받지 못하는 한 공사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고, 비용도 이중으로 드는 부분이 많아진다.  



    He’s gone

    원래 처음에 공사를 맡아주기로 했다가 문화재 조사가 길어지면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겨 맡기지 못한 뉴마이하우스에 다시 한 번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진행 중인 현장이 많아 해 바뀌기 전에 완공하는 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공사 업체가 완전히 바뀌면 비용 부담이 너무 커질 것 같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잘 달래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감 공사의 실력자가 중간에서 주저앉는 게 우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 날 그동안 일을 챙기던 이 실장님과 남편, 남편의 친한 건축가 후배이자 이 실장님의 적극적 후원자이던 정 소장님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이 실장님은 너무 지쳤고 일을 마무리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팀에 넘기고 타절하고 싶다는 얘기를 다시 꺼냈다. 공사를 함께 진행하는 팀과의 불협화음이 주요한 타절 사유였다. 남편은 공사 중에 계약에 없던 공사 항목이 추가됐다면 우리가 비용을 낼 것이고 불협화음은 이제부터라도 잘 조율하면 되지 않겠냐며 구슬렀다. 아마 보진 않았어도 ‘뭐가 문제냐, 일을 시작했으면 마무리해야 되지 않겠느냐, 잘해보자’ 등의 말로 이 실장님의 마음을 돌려놓으려 애를 썼을 것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이 실장님은 예전에 인테리어 공사하듯 진행해야 기대하던 수준의 마감이 나올 텐데 공사 상황은 내 마음 같지 않고 마감재 등 문제가 연속해서 터져 나오는 바람에 인테리어 공사하듯 했다간 예산 집행에도 차질이 생길 것을 직감한 것 같다.

    다음 날 공사를 맡은 홍 사장님과 이 실장님 그리고 남편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거기서 사달이 나고 말았다.

    “내가 10월 중순까지 1억 원을 내놓고 일을 그만둘 테니 홍 사장님이 일을 이어서 진행하세요.” “무슨 소리야. 자네가 왜 그만둬. 내가 그만둬야지. 1억 원 내놓을 거면, 그 돈 가지고 자네가 하면 되지.”

    받기 싫은 공을 서로 쳐내며 미루는 형국이었다. 우리 집 공사가 그렇게 힘든가. 좁은 땅, 좁은 집, 주차가 쉽지 않은 곳임엔 틀림없지만 차가 안 들어가는 성북동 골목집도 아니고 왜 이리 힘들다고 야단인지. 무슨 상황인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한 장면이다. 이 실장님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다음 날 홀연히 사라졌다. 주소도 옮기고 전화 연락도 안 되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지금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

    물론 1억 원은 개뿔! 목욕탕 방수는 몇 번 했는지, 제작하기로 결정된 창문은 발주가 나갔는지, 나갔다면 어디에 얼마로 계약했는지, 인수인계도 없이, 타절 확인서도 없이. 다행인 것은 그동안 지급한 공사비를 모두 들고 잠적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의 임금이라고 생각하기엔 많이 챙겨갔지만.


    그래도 공사는 계속된다

    이 실장님은 사라졌지만 언제까지고 기다릴 순 없었다. 추석 이후 지지부진하게 한 달가량 놀다시피 했고, 그가 사라진 이후 한동안 아무 일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간 업체를 관리해온 시공사는 아직 옆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실장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시공사와도 타절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책임감 없이 사라진 이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 것 또한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었다. 주변 여러 관계자에게 조언을 구해봤지만, 하던 데서 하는 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10월 중순 우리는 공사를 이어서 한다는 계약서를 썼고, 공사는 재개됐다.

    우리는 베란다 유리 지붕, 다락 등을 우리가 직접 이듬해 봄에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대문, 담장 등 나중에 해도 문제가 없는 부분의 공사를 줄여 원래 공사비를 맞출 생각이었으나 홍 사장님은 해야 할 거라면 할 때 해야지 왜 그러냐며 전체 공사를 하고 공사비를 늘려 진행하자고 했다. 홍 사장님 의견대로 베란다 유리 지붕, 다락만 빼고 모든 공사를 진행하기로 계약했다. 준공 날짜는 한 달 후, 완공 날짜는 45일 후 11월 말로 잡혔다.  

    다음 날부터 아시바(외부 공사를 위한 거대한 철물 구조체) 철거를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아시바를 철거하려면 외장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문제가 됐던 외장 업체 대신 다른 스타코플렉스 전문 작업팀을 불러와 외장을 마무리했다. 비가 왔을 때 빗물 자국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창문 위아래에 전처리 작업을 하고, 모서리 부분엔 코너비드를 둘러 매끈하게 외장재를 발랐다.

    3개의 발코니에 금속 난간을 세우고 페인트 팀이 들어와 금속 난간에 녹슬지 않게 하는 페인트와 광명단을 바르고 그 위에 쥐색 페인트를 또 발랐다. 옆집이 내려다보이지 않게 차면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아시바 철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 우리 집은 베란다 쪽에 구조물이 계획돼 있어 금속 작업을 추가로 진행해야 했는데, 이처럼 아시바 없이 진행하기 위험한 것들도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아시바 철거하는 날은 외부 창문 청소도 함께 하는 날. 전문 청소업체가 온 건 아니지만 반장님 포함 2명이 외부 청소에 배정됐다. 아시바를 철거하고 나면 바깥 창문과 창틀은 닦기 힘들거니와 외장 공사 중 어디선가 떨어져 딱지 진 시멘트며 페인트 흔적, 보양(保養)작업차 붙여놨던 테이프 자국도 지워야 했다.

    투덜투덜 투덜투덜. 철거 중인 아시바 위에서 작업해야 하니 청소하는 분 입에서 불평이 터져 나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일이 진행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무량했다.  

    “이런 말이 있어요. 죽을 고비를 넘길 때 집을 짓는다고요. 죽을 수도 있는 나쁜 운을 집을 짓는 것으로 액땜한다는 거죠. 액땜해버렸다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문화재 조사, 물, 공사 타절 상황까지…다들 이리도 어렵게 공사하는 걸까’ 한탄하던 내게 또다시 긍정의 힘을 이끌어낸다면 새해엔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용기를 갖게 해준 어느 갤러리 관장님의 말이다.




    외단열의 장단점

    서울 명륜동 우리 집에 사용된 외장재는 ‘외단열미장마감공법’이라 하는 방식입니다.
    구조체 위에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로 얇게 미장하면서 PVC 재질의 메시(mesh)를 붙이고 일정 두께로 미장이 끝나면 페인트 형태의 전용 마감재를 칠하는 방법이지요.
    일명 ‘드라이비트’ 방식으로, 여러 장점과 더불어 잘못 시공할 경우 여러 단점도 지닙니다.

     장 점 
    1 외단열미장마감공법
    외단열과 내단열을 비교하면, 당연히 외단열의 단열 성능이 우수합니다. 내단열을 사용하면 콘크리트 건물의 특성상 구조체를 통해 열을 빼앗기는 ‘열교(熱橋·thermal bridge)’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외단열은 열이나 냉기가 들어오기 전에 차단하는 방식이므로 내단열보다 성능이 우수합니다.   

    2 공간 활용에 유리하다
    건축법상 면적 계산은 벽체의 중심선을 이용해 구하는데 외단열의 경우엔 구조체의 중심선으로 계산하므로 같은 면적이라도 실제 사용하는 공간이 넓어집니다. 건폐율과 용적률의 제약이 많은 도심 주택에선 그 효과가 큽니다.

    3 이음매 없는 깨끗한 마감이 가능하다

    모든 재료는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데, 외단열미장마감공법을 사용하면 이음매 없는 깨끗한 볼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소규모 건축물은 따로 디자인하지 않아도 깨끗하고 정갈한 형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4 다른 마감재에 비해 저렴하다

    외단열미장마감공법은 다른 마감재에 비해 저렴하게 시공이 가능합니다. 주택 공사에서 많이 사용되는 벽돌이나 석재 마감은 철물을 이용해 설치가 이뤄지기에 단열재를 일부 제거하고 전용 철물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단열재 위에 메시 미장을 하고 페인트로 마감하는 방법은 무게도 가볍고 손쉽게 작업이 가능하므로 조금 더 저렴하게 공사할 수 있습니다.

     단 점 
    1 화재에 취약하다
    외단열미장마감공법은 표준 시공법을 따르지 않을 경우 화재에 취약합니다. 표준 시방에선 골조와 단열재의 부착 방법, 메시 설치 방법, 미장 면의 두께 등을 중요하게 다루지만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런 시공 방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이 경우 화재가 났을 때 순식간에 건물 외벽이 모두 타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잘못된 시공 방법이 원인이지 외단열미장마감공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2 공사 중단 즈음의 현장 모습.내구성이 약하다
    재료의 특성상 2.5~3.5mm 두께의 미장 마감은 충격에 약합니다. 특히 끝이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물건에 표면이 쉽게 손상됩니다. 따라서 사람 손이 닿거나 자동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곳엔 외단열미장마감공법보다는 좀 더 단단한 재료를 마감재로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3 쉽게 오염된다
    이음매가 없는 것은 오염 예방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재료의 특성상 표면에 많은 요철이 있어 먼지가 앉거나 빗물이 흘러내리면서 표면이 지저분해집니다. 특히 창턱 하부는 눈물자국(창문 양쪽 끝에서 아래쪽으로 마치 눈물을 흘리듯이 빗물 자국이 생기는 것)을 만드는 대표적 장소이므로 물끊기를 위한 프레싱이 필수입니다. 제품에 따라서는 표면을 발수 처리해 먼지가 앉는 걸 예방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개선 방법은 아파트에서 정기적으로 페인트칠을 하듯 몇 년에 한 번씩 칠해주면 되는데 이때 색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4 외부에 무언가 설치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어닝(awning·차양막)’ ‘간판’ ‘화분 받침대’ 등의 설치가 어렵다는 것인데, 외부에 설치되는 단열재 두께가 중부지방의 경우 125㎜나 되다보니 그 위에 직접 설치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단열재를 잘라내고 철물을 설치해야 하는 등 복잡한 처리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열교도 발생합니다.




    홍 현 경
    ‘가드너’로 불리고 싶은 전직 출판편집자.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20년 동안 해오다 2014년 가을 퇴직했다. 요즘 정원 일의 즐거움에 푹 빠져 ‘시민정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재 혁

    ‘놀이터 같은 집’을 모토로 삼는 건축가. 재미있는 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이자 한국목조건축협회에서 시행하는 5-star 품질인증위원으로 활동한다. 2004년 신인건축가상, 2008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으로 서울시건축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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