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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은 최대의 서비스 산업입니다”

구청장만 9번 역임한 정영섭(鄭永燮) 광진구청장

  • 박은경 < 자유기고가 >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 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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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구청장 시절 내내 교훈으로 삼았던 일화가 있다. 그가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재직할 때인 1973년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을 개장했다. 행사준비를 위해 시청에서 간부회의가 열렸는데, 구청장 한 사람이 불참했다. 시장이 “구청장 왜 안 나왔냐”고 다그쳐 묻자 당황한 직원이 엉겁결에 “어린이날이라 자녀들 데리고 구경갔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대노한 시장이 호통쳤다. “어린이날은 구청장이 남의 애들 돌보는 날이지 제 새끼 돌보는 날인 줄 알아!”

이후 정구청장은 부하직원들에게 “즐거운 명절날 집앞에 쓰레기가 넘쳐흐르면 기분 좋을 주민이 없다. 주민이 즐겁고 편안하게 휴일을 보내려면 공무원에겐 공휴일이 ‘특근의 날’이 돼야 정상”이라고 상기시킨다.

1995년 성동구에서 분구된 광진구는 당시만 해도 아차산 등 녹지지역을 제외하고 개발이 가능한 면적의 97%가 주거지역이었다. 상업지역이 전무한 상태였고, 다른 자치구에 비해 지역개발이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던 그해 7월 정구청장이 부임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역구 개발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을 ‘구정(區政)연구단’을 발족시킨 것.

“초대 민선 구청장이다보니 구청 자체적으로 행정을 기획하고 홍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관선 구청장이 이끌던 30년 관행의 구청 기능이 완전히 바뀌던 시기였죠. 열악한 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선 독자적인 구정 방향을 설정해야 했고, 지역여건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는 게 시급했습니다.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는 일도 발등의 불이었죠. 십수년 구청장을 해본 저로서도 쉽지 않은 과제였어요. 그래도 오랜 경험 덕분에 그럴 때일수록 서두르지 말고 장기적인 포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20·30대의 젊은 석·박사 출신 전문 연구인력을 중심으로 연구단을 만들었습니다.”

재정형편도 열악한데 연구인력에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혹시 이들이 이상만을 고집해 공무원들과 불협화음을 만들고 실무행정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연구결과만 양산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많았지만 기우였다.



연구팀을 주축으로 진행한 조직개편 작업은 성과가 두드러져 내무부로부터 상까지 받았다. 장애인이 공공시설물을 직접 다녀보고 평가하는 공공시설물 장애인 평가제, 자치구 차원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광진환경선언’ ‘스트리트 퍼니처(지붕이 있는 버스정류장·가로등·휴지통 등)’ 개념을 도입한 광진구 상징 보행가로 등은 지금의 광진구를 상징하는 제도·거리·문화로 구체화됐다.

구정연구단에 대한 초기 투자는 정 구청장의 민선 1, 2기 재직시기 동안 다양한 성과물로 나타났다. 문화복지시설이 전무한 상태에서 광진정보도서관, 광진문화센터, 중곡사회복지관, 노인정, 어린이집 등 48개의 문화·복지인프라를 구축해 공공복지시설을 확충했다. 특히 광진정보도서관과 광진문화센터는 전국 최고의 문화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지방자치는 흔히 지방자치, 지방행정, 지방경영의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주민자치는 생활자치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주민이 자율적으로 지역 토양에 맞는 생활자치를 함으로써 생활의 질을 높이고 주민복지를 실현하는 것이죠.”

지방자치=주민자치

정구청장의 지방자치, 나아가 주민자치 마인드에서 나온 대표적인 것이 자원봉사시스템이다. 지난해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처 공동주관으로 열린 제3회 공동부문혁신대회에서 광진구는 자원봉사시스템으로 장관상을 수상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자원을 활용해 공공예산을 절감했을 뿐 아니라 주민 주도형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공부문 혁신사례로 평가받으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자원봉사시스템은 무려 101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구청 자원봉사센터가 직능별·영역별로 각 민간 자원봉사단체들의 조직을 지원하고, 이를 수요자와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순수 민간단체 중심의 21개 자원봉사기관협의체, 21개 전문 봉사단, 20개 중·고등학교 자원봉사단 지도교사 모임, 10개 자문모임 등에서 1만3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연간 41만여 명이 자원봉사 혜택을 입고 있다. 광진구 전체 구민수가 40만명이 채 안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자원봉사를 자청한 주민들은 이삿짐도우미, 사랑의 빵 나누기 봉사대, 아차산 지킴이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구청장은 직원들에게 주민자치를 강조하는 한편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라고 주지시킨다. 기업이 고객을 왕으로 모신다면 자치단체는 주민을 왕으로 생각해 관료주의적이고 행정편의 위주의 일방적인 행정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행정리콜제’를 도입했다. 구청에서 처리한 업무의 내용과 시기 등에 불만이나 잘못이 있을 때 이를 보상하거나 재처리해주는 제도다. 가령 공무원의 잘못으로 부당하게 세금을 매겼을 때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계산해 돌려주고, 구청측의 시행착오로 두 번 이상 구청을 방문한 경우나 민원이 법정기한 안에 처리되지 못한 경우 민원인에게 1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업을 추진할 때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주민직접투표제를 실시함으로써 집단민원 발생을 미리 막고, 부조리 신고센터와 규제개혁의견 건의를 받는 등 주민을 참여시키고 그들의 의사를 듣는 제도도 다양하게 갖췄다. 특히 ‘민원해결방’은 주민들 사이에 말 그대로 ‘해결사’로 통한다. 주민생활 전반에 걸친 민원이 이곳을 통해 들어오면 담당 간부가 현장에 달려가 실태를 확인한 다음 구청장이 민원인을 직접 만나 도움을 준다. 1996년부터 3년 동안 이렇게 해결된 민원이 5500여 건에 이른다. 21개 부서 120명의 직원들로 구성된 ‘생활민원 빨리처리반’은 각종 생활민원을 ‘30분 이내 출동, 3시간 이내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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