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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털어놓은 ‘경찰 인사와 정권’

“DJ 정부 때 ‘야당지역 출신 경찰 수뇌부’라고 감시당했죠”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 사진·노경섭 기자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털어놓은 ‘경찰 인사와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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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기 2개월 앞두고 물러난 것은 신임 청장 인사권 존중했기 때문
  • 교육 제대로 안 받고 경력관리 안 하면 청탁해도 소용없어
  • 정치권 청탁, “챙겨보겠다” 해놓고 실제론 관여하지 않아
  • 역대 청장 임기 짧은 것은 틈만 나면 흔들어대는 내부 분위기 탓도
  • 경찰 내부 끄나풀 동원해 경찰 수뇌부 감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털어놓은 ‘경찰 인사와 정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경찰 인사청탁’ 혹은 ‘경찰 인사비리’라는 검색어로 관련기사와 블로그 등을 훑어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무궁화 하나에 5000만원, 경무관 진급에 2억원’이라는 소문이 그것.

이런 소문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최근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을 비롯한 경찰 고위간부들이 인사비리로 검찰에 구속돼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최 전 차장은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와 부하 경찰관으로부터 45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전남경찰청 소속 총경급 간부 3∼4명은 인사청탁 혐의로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기소됐다.

4월7일엔 경위 근속승진의 길을 튼 개정 경찰공무원법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경사 1700여 명(근속승진 대상자의 40%)이 항의성 집회를 열려다 무산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근속승진에서 탈락한 이들은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한 경찰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무궁화를 몇 개 더 달기 위해선 집까지 팔아야 한다”며 승진을 둘러싼 경찰 안팎의 오랜 소문을 기정사실화했다.

내부적으로 뇌물수수 등의 인사 청탁이 있었다면 외부적으로는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 정권 실력자들이 경찰 고위직 인사를 주물러왔다는 것은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는 얘기다.

최기문(崔圻文·54) 전 경찰청장. 노무현 정부의 첫 경찰청장이자 청문회를 거친 임기제 경찰청장 1호인 그는 재임 중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비교적 공정한 인사원칙을 지켰다는 평을 들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1981년 경찰에 입문한 그는 43세 때인 1995년 최연소 경무관으로 진급한 뒤 1999년 치안감 인사에서도 최연소로 승진해 치안총수에까지 올랐다. 그는 청장 재임시 경찰 업무 개혁에 주력해 ‘직급조정’ ‘소송전담부서 신설’ ‘수사경과제’ 등을 도입했다.

인사와 관련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던 그는 임기 만료를 2개월여 앞둔 2005년 1월 중순 갑자기 사직했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그가 여권 핵심부와 인사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경북 영천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양말이 해어지도록 걸어요”

그는 사퇴한 지 1년 만에 경찰청장 재직 22개월의 기록을 모아 ‘험블레스 오블리주, 경찰의 길을 묻다’라는 회고록을 냈다. ‘험블레스’는 미천하다는 뜻의 humble에서 따온 말로 ‘노블레스’가 귀족 사회의 책무라면 ‘험블레스’는 세상의 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경찰의 책무를 빗댄 표현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험한 책무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한국 경찰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기자는 ‘험블레스 오블리주’를 읽고 나서 그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경찰 인사에 관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때가 때이니만큼.

그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이제 치안총수가 아니라 평범한 대학교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지방대학에서 경찰학부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5월8일 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를 찾았다. 그는 초빙교수 신분이다. 하지만 학교측에서 3년 후 정교수 임용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는 “되도록 정치는 하지 않으려 한다”며 대학교수직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학교수 직업이) 우선 자유로워서 좋아요. 생각도 많이 할 수 있고요. (학생들이) 주로 실무 이야기를 듣길 원하더라고요. 요즘 순경시험도 경쟁률이 100대 1이라 붙기 힘들잖아요. 대부분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데 경찰 고위직 출신 교수가 있으니 좋아하죠. 전 꼭 학생들하고 점심을 먹어요. 학생들과 시간 보내는 게 참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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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 사진·노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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