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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무색의 정치인 박희태 한나라당 전 대표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무색의 정치인 박희태 한나라당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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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유권자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살리기’ 구호 먹혀
  • ●당이 박근혜의 정치적 힘에 영향 받는 건 어쩔 수 없어
  • ●정치는 바른 것이어야지만 타협할 줄 알아야
무색의 정치인 박희태 한나라당 전 대표
박희태(71)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인터뷰에 응한 것을 후회하기라도 하듯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영화에 나오는 로마 원로원 의원처럼 나른하고 피곤한 표정이었다. 그는 뭘 물으면 간단히 부인해버리거나 질문 의도에 맞지 않는 답변을 하거나 아주 짧게 말함으로써 묻는 사람을 맥 빠지게 만드는 희한한 재주를 갖고 있었다. 좋게 얘기하면 호인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주관이 없는 정치인이었다. 긍정적으로 보면 화합형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보신형이었다.

그는 10월28일 경남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이로써 6선 의원의 반열에 올랐다. 이상득 의원과 더불어 한나라당 내 최다선이다. 지난해 공천 부적합자로 분류돼 출마도 못했던 사람이 당 대표를 지내고 총선 후 1년 반 만에 재선거에 나가 의원 배지를 달다니, 한나라당도 참 엉뚱하고 종잡을 수 없는 정당이다.

그는 “별로 할 얘기가 없는데 무슨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면서 초장부터 김을 뺐다.

▼ 원외에 있다가 원내로 들어온 소감이 어떻습니까.

“(당) 대표를 했기 때문에 원외에 있었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국회에 계속 있었으니.”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11월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기자들에게 “나도 똑같은 박 전 대표인데, 난 왜 이리 인기가 없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연은 이렇다. 그날 아침 기자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본회의장으로 걸어오자 벌떼처럼 달라붙어 일제히 세종시 관련 질문을 던졌다. 박 전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보도진 때문에 길이 막혀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그가 기자들 등 뒤에서 그런 우스갯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이 일에 대해 묻자 그는 “‘나는 왜 인기가 없나’라는 말은 했지만, ‘나도 박 전 대표인데’라는 말은 기자들이 갖다 붙인 것”이라고 했다. “왜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자들이 거기로만 몰리고 나한테는 안 오니…”라고 질문 취지에 맞지 않는 답변을 했다.

“투표율에 문제가 생겼다”

경남 양산에서 출마한 그는 3만801표를 얻어 38.1%의 득표율을 올렸고 민주당 송인배 후보는 2만7502표(34.5%)를 얻었다.

▼ 뒤늦게나마 축하합니다.

“허허허, 멋쩍네.”

▼ 상당히 고전하셨죠? 3300표 차이였죠. 의원님의 정치적 입지나 경력을 감안하면 표 차이가 별로 안 난 거죠?

“그 지역에 처음 간 겁니다. 두 달 동안 선거운동 한 것치고는 많이 나왔죠. 워낙 생소한 지역이니. 상대 후보는 세 번째 나온 사람이고요.”

▼ 일반적인 예상은 크게 이긴다는 것 아니었나요?

“여론조사에선 언제나 10~15% 앞섰습니다. 그런데 투표율에 문제가 생겼죠. 지난 총선 때보다 높았거든요. 막판에 투표율이 10% 올라갔어요. 이런저런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투표율이 높은 걸 두고 ‘문제가 생겼다’라고 표현하다니.

▼ (양산에) 갈 때는 자신이 있었을 것 아닙니까.

“주민들이 지역발전을 희망한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들고 간 건 ‘발전’이라는 두 글자입니다. 시민들에게 ‘큰 양산’을 만들겠다고 호소하고 다녔죠. 그러려면 정치적으로 큰 힘이 있어야 한다고. 내가 여당 대표도 지냈고 최다선이니 지역발전에 몽땅 쏟아 붓겠다고 했죠.”

▼ 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느껴졌습니까.

“글쎄요. 상대방 구호가 ‘노 대통령을 살립시다’였어요. 벽보에 써 붙였어요. 그게 젊은 층에 먹혀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가 “선거 치른 지 며칠 안 돼 큰 이야기를 할 처지가 못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인터뷰가 재미없게 진행될 조짐이었다.

10·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두 곳, 민주당은 세 곳에서 승리했다. 수도권인 경기 수원과 안산에서 민주당이 이긴 걸 두고 언론은 여당의 참패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패배가 아니라 ‘호각지세’라고 주장했다.

“재·보선에서는 여당이 이기기 어렵습니다. 은연중에 견제심리가 발동하지요. 노무현 대통령 때 우리가 33대 0으로 이겼잖습니까. 33번 선거해 다 이겼습니다. 난 이번에 선전했다고 봐요.”

▼ 충북에서 패한 데는 세종시 영향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4개 시군으로 이뤄진 복합선거구예요. 지역적 이해관계가 최우선으로 작용하죠. 세종시 권외입니다.”

▼ 정서가 통하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남도와 북도는 정서가 달라요.”

“아무도 문제제기 안 했다”

▼ 요즘 세종시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충청도 전체가 비슷한 양상인데요

“일반론이 아닐까 싶어요.”

▼ 세종시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지금은 아무런 의견이 없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이 뭐라 설명했는지 선거 치르느라 따라가지도 못했고. 연내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하니 그거 보고 이야기해야겠죠.”

▼ 의원님 생각이 있을 것 아닙니까.

“이제까지 당에서는 원안대로 하는 걸로 알고 있었지. 이제껏 그렇게 이야기를 해왔고. 수정 문제가 제기된 게 얼마 안 되지 않았습니까. 정운찬 총리 취임 이후죠. 그전엔 당에서 논의를 안 했어요. 그냥 원래대로 추진하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아무도 문제제기를 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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