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비로 땅 사고 아들 월급 웃돈 올려주고
- 남동생 전처에게 10년 무이자로 2억 빌려줘
- 감독할 총장도 공모…“설립자 앞에서 총장은 무용지물”
- 유용한 돈은 채권으로 회수, 불법 개교 허가한 ‘친절한 교과부’
- 횡령 대학의 ‘교육비 환원율’은 낙제…영문 모르는 학생만 피해
- ‘반값 등록금’ 이전에 대학 경영 선진화 선행돼야
상아탑(象牙塔)은 소를 팔아야 갈 수 있던 ‘우골탑(牛骨塔)’에서, 한 집안 기둥을 뽑아야 갈 수 있는 ‘족골탑(族骨塔)’이 된 지 오래다. ‘반값 등록금’의 강력한 휘발성도 많은 국민에게 ‘우골·족골탑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소득(GDP) 대비 대학 등록금 비율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낸 ‘1인당 국민소득(GDP) 대비 등록금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16.8%)는 미국(12.9%)과 일본(13.6%)을 제치고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그만큼 체감 등록금 무게는 무겁다. 그런데 등록금을 마련해 대학을 다닌다고 해도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500만원 이상 등록금을 내도 전공 실험·실습 장비와 전임 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왜 그럴까.
기자는 이 문제에 천착하던 중 이른바 ‘전재욱 사단’의 행태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재단 설립자 전재욱씨의 비위와 설립자가 영입한 총장들의 거수기 노릇, 동시에 관련 법령 미비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안이한 대처는 반값 등록금 실현에 앞서 대학 경영 선진화의 필요성을 웅변하고 있다.
1부 | 법원 판결로 본 설립자 전재욱
전재욱(72·사진)씨는 4년제인 경동대와 전문대인 경복대, 동우대 설립자다. 2개의 고교도 운영한다. 경동대와 동우대는 학교법인 경동대, 경복대는 학교법인 경복대 소속이다. 그는 운수업으로 돈을 벌었고, 자유총연맹 서울지부장을 지냈다. 1999년에 일어난 이른바 ‘경문대 사태’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1998년 평택공과대학(이후 경문대→국제대로 교명 변경)을 인수했지만, 이듬해 교비 횡령과 교수 징계 등으로 학내분규가 폭발하자 학장 자리를 내놨다. 그의 아내도 이사장직을 내놓았다.
현재 그는 자신이 세운 대학에서 ‘명예총장’을 맡고 있을 뿐 공식 직함이 없다. 대신 아내가 경동대 법인 이사장을, 두 아들이 경동대 총장과 경복대 총장을 맡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가족이 학교 운영을 맡고 있어도, 여전히 학교 관계자들은 ‘최종결재자는 전재욱’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자는 최근 전씨 관련 법원 판결문과 교과부의 감사 공문 등을 입수해 설립자와 대학 총장 등 교직원들의 범죄 사실과 학생들의 등록금이 어떻게 새어나갔는지를 분석했다. 먼저 2008년 8월 춘천지법 원주지원 판결문을 보자.
전씨와 당시 경동대, 동우대, 경복대 등 학교 관계자들은 2003~04년에 걸쳐 강원 원주시 일대 14만여㎡(약 4만4200평)의 농지를 사면서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았다. 장남(전성용 현 경동대 총장)과 학교 관계자 명의로 농지를 대거 사들인 것. 경복대 골프장 설립을 위해 110만5232㎡(약 33만평)의 부지도 매입했지만, 경복대에는 체육학과가 없어 당시 ‘땅 투기’ 의혹을 받았다. 문제는 땅 구입 자금이 경복대와 동우대 교비였다는 점이다.
학교법인 회계는 학교 교비 회계와 법인 회계로 엄격히 구분 집행해야 한다. 교비 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 사학법인의 교비 유용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학교 수익금은 아들 생활비
전씨 등은 2002년 3월 동우대 기숙사 수익금을 교비 회계로 넣지 않고 법인 계좌로 송금해 3억2600여만원을 법인 운영비로 썼다. 학교 교육용 재산인 서울 역삼동의 한 건물(K-타워)의 수익금도 교비에 넣지 않고, 차남 전지용 경복대 부학장(전문대 학장은 2009년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총장으로 호칭 변경)에게 생활비(1억2500만원)로 쓰게 하는가 하면, 자신의 개인 신용카드 대금으로 사용했다. 그가 교비로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9000여만원) 중에는 차량수리비와 학원비, 결혼축의금, 통신요금 등이 포함됐다. 학생들에게 쓰여야 할 돈이 설립자의 축의금과 학원비로 나간 것이다. 교비를 관리 감독해야 할 경복대 총장과 사무처장은 전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도록 공모했다. 전씨는 2001년 1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어머니 병원비(3400여만원)와 기사 월급 등 66회에 걸쳐 경복대 교비 2억450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썼다.
2002년 2월에는 이사회 의결 없이 구입한 서울 종로구의 한 빌라를 장남 성용씨와 차남 지용씨가 무상으로 쓰도록 해 교비 7400여만원이 사라졌다. 또 박사과정에 다니던 성용씨를 경동대 기획실장에 채용하면서 정상 급여보다 7000여 만원 많은 1억5000만원의 연봉을 줬고, 아내 고희재(현 경동대 이사장)씨와 공모해 남동생 전처에게 2억여 원을 10년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
학교법인은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지만, 전씨는 경동대 수익금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국회의원 후원금으로 냈다. 이 밖에 동우대 기숙사 수입금과 미용실 임대료 등 10억여 원과 경동대 자동판매기 임대료 3억7700여만원도 각 대학 교비 계좌가 아닌 경동대 법인 계좌로 입금시켰다.
전씨는 결국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과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농지법 위반 등으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에 벌금 7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횡령을 공모하거나 묵인한 총장(당시 신동진 경동대, 이보령 경복대, 이원재 동우대 총장)은 벌금 4000만원, 현재 경복대 총장인 차남 지용씨는 업무상 배임죄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2008년 8월에야 1심 판결이 난 것은 수사가 시작되자 설립자 전씨가 외국으로 출국한 이유가 컸다. 2005년 12월 춘천지검 원주지청 수사가 시작되자 전씨는 이듬해 1월 아내 고희재씨와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2007년 9월 귀국했다. 앞서 1998년 평택공과대를 인수할 때도 경복대 교비 등을 인출해 수사가 시작되자 일본으로 출국해 1년 뒤 귀국했다. 그를 잘 아는 학교 관계자 A씨의 말이다.
“수사가 시작되면 전씨는 항상 외국으로 출국했다가 어느 정도 수사가 마무리되면 돌아왔다. 시간이 지나면 수사 칼날이 무뎌지거나 담당 검사가 바뀌기도 했는데, 원주지원 사건 담당 검사도 그가 일본에 머무는 동안 교체됐다.”
전씨는 1998년 평택공과대를 220여억원에 사들일 때도 자신의 ‘관할’인 경동대와 동우대, 경복대 교비 257억원을 빼 썼다. 횡령 등으로 1심(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징역 3년에 벌금 30억원을, 2001년 2월 항소심(서울고법)에서 징역 1년6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횡령은 인정되지만, 인출한 돈을 학교 인수 자금으로 썼고, 선고 전 학교법인 경동대 이사직과 경동대 총장직에서 물러난 것이 감형 이유가 됐다. 하지만 2008년 원주지원 사건을 보면, 그는 서류상 물러난 것일 뿐 여전히 대학 재정을 좌지우지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학생과 학교에 쓰여야 할 교비로 땅을 사고, 쌈짓돈처럼 썼다는 점이다. ‘법인 돈’과 달리 교비는 총장이 엄격히 보호해야 하지만, 거수기 단계를 넘어 공모했다는 점에서 총장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직 법인 관계자 B씨는 “절대 권력자이면서 임용권자인 대학 설립자 앞에서 총장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상당 부분은 총장 모르게 일부 교직원이 일을 저질러,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회고한다.
법원 판결과 교과부 감사 등으로 전씨가 임원 자격을 박탈당한 뒤, 그 빈자리는 가족들이 채웠다. 교과부 감사 자료와 또 다른 법원 판결문을 보자.
학교법인 경복대 이사장이던 아내 고순자씨는 1998년 경기 남양주시에 (가칭) 북서울대를 설립하기 위해 교육·수익용 기본재산으로 토지 19만6138㎡와 현금 110억여 원을 출연하기로 하고 교과부로부터 인가를 받는다. 남편 전씨가 무상출연한 것으로 설립계획을 제출한 뒤 허위로 재산출연증서를 작성했다. 당시에도 ‘출연금 지갑’은 경복대 교비였다.
이로 인해 북서울대 설립 인가는 취소됐지만, 아내가 이사로 있던 경복대 이사회는 2002년 9월 남양주 분교를 설치하기로 의결했고, 결국 2006년 3월 경복대 남양주 캠퍼스로 개교한다. 허위로 설립허가를 내고 교비를 유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씨의 의도대로 학교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 경복대 이사장이던 아내 고씨와 이사 전씨는 1999년 7월29일 임원 취임 승인 취소처분을 받는다.
2부 | 교과부 특혜 논란
허위로 설립계획서를 제출하고, 경복대 교비를 쓴 책임을 물어 임원 자격이 박탈된 전씨의 아내 고씨는 2002년 6월 고희재로 이름을 바꿔 다시 경복대 이사로 취임한다. 고씨는 이듬해 1월에는 경동대 이사장이 돼 현재까지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2004년 10월에는 경복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차남 지용씨도 경복대 부학장이던 지난 2008년 업무상 횡령죄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이듬해 총장이 됐고, 장남 성용씨는 경동대 기획실장으로 초과 보수를 받고, 농지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5월 경동대 총장이 됐다. 학교 교비를 횡령한 이들이 도덕적으로 존경받아야 할 총장이 된 데는 교과부의 ‘소극적인 법 적용’도 한몫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립학교법에는 “회계부정, 횡령, 뇌물수수 등 비리가 중대한 경우 시정요구 없이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법대로라면 전씨 일가의 임원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교과부는 임원 승인 취소에 대해 ‘임원 결격사유(제22조)’에 한정해 적용하고 있다. ‘임원 결격사유’는 △금고형 이상 형을 받고 집행이 끝난 뒤 5년 미경과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 미경과자 △취임 승인 취소된 자로서 5년 미경과자 △해임된 지 3년 미경과자 △파면 뒤 5년 미경과자 등으로 규정한다. 이 규정을 준용하면, 금고형 이상 실형을 받지 않으면 임원 취임에는 문제가 없다.
“중대한 비위를 일으킨 임원에 대해서는 그 자격을 박탈할 수 있지만, 자칫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면 패소하는 경우도 있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임원들을 징계하면 문제 수습은 누가 하나. 임원 승인 취소 기준과 처벌 정도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
채권 회수 놓고 ‘특혜’ vs ‘고육지책’ 논란
학교 임원 비리가 불거져도 ‘임원 취소’는 교과부의 판단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는 얘기다. 2006년 5월 교과부의 경복대 특별조사에서는 이런 허점이 노출된다.
1999년 7월 교과부 감사로 북서울대 설립 인가는 취소됐지만, 경복대 이사회는 2002년 9월 일부 학과를 남양주 캠퍼스로 이전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이전사업비(30여억원)를 초과할 경우 설립자 전재욱씨가 부담하도록 ‘조건부 승인’했다. 부정으로 인가가 취소된 대학을 다시 승인한 것을 보고 당시 교과부 내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게 교과부 직원들의 전언이다.
‘조건부 승인’이 났지만 경복대는 승인 때 조건과 달리 이전 규모를 임의로 변경(4816㎡→1만7250㎡)했고, 당초 이전사업비 외에 242억원의 추가경비가 발생했다. 공사를 하면 땅값이 5배 오르는 경우도 있어 그 차익을 노렸을 수 있다는 게 교과부 관계자의 추측이다. 어쨌든 이 돈은 설립자 전씨가 내야 했지만 경복대 교비에서 빠져나갔다. 나아가 경복대는 교과부 인가도 없이 남양주 캠퍼스를 개교(2006년 3월)해 신입생을 모집했다. 특별조사에 나선 교과부가 추가경비 242억원을 즉각 교비 회계로 넣지 않으면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겠다고 했지만, 교과부로부터 임원 승인 취소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경복대 고희재 이사장은 사임한다. 사립학교법 제22조(임원 결격사유)는 ‘임원 취임 승인이 취소된 자로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학교법인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교과부의 취소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사임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고씨는 2년9개월 만에 이사로 취임했다.
허위로 학교 설립계획서를 만들어 인가 신청을 했고, 개교 인가를 받지 않고 신입생을 뽑아도 슬그머니 인가해준 교과부는 어떻게 해명할까.
“인가 없이 개교한 경우 학교를 폐쇄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이미 모집한 학생만 피해를 본다. 고 이사장의 경우 임원직을 사임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법을 악용해 처신한 것 같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죄질이 나쁜 임원은 사임하더라도 끝까지 승인을 취소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전씨 부부가 횡령한 경복대 교비 242억원에 대해 ‘금액이 크다’는 이유로 현금 대신 채권으로 세입 조치하도록 한 것이다. 이들은 2006년 12월 국민주택채권으로 42억원을 낸 것을 시작으로 매년 30억원, 20억원, 29억원 등 145억여원을 대부분 10년 만기 채권으로 교비에 넣었다. 현재까지 약 20억원은 미납 상태다.
당시 ‘채권 회수’를 기안한 전문대정책과 담당자는 “곧바로 회수할 수도 없고, 땅을 처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투자된 돈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회수해야 해 채권 회수를 용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한 전임자는 “‘채권 얘기’는 처음 듣는 얘기다. 가능하냐”고 되물어, 같은 사안을 보는 교과부 전·후임자의 시각차가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사하면서 즉시 교비를 입금하지 않으면 임시이사를 보내겠다고 했다. 채권이라니 말이 안 된다. 즉각 이행하지 않으면 남양주 캠퍼스를 폐쇄하겠다고 했는데…. 분명히 ‘현찰로 학교 돈 빠져나간 걸 다시 넣으라’고 했다. 당시 경복대 학교 관계자들은 교과부를 무시했고, 교과부는 무리하게 남양주 캠퍼스 이전을 허가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캠퍼스 허가는 전임자 때 일이어서 잘 모르겠다.”
공교롭게도 전씨는 담당자 교체(2007년 1월1일) 직전인 2006년 12월에 242억원 중 42억원을 채권으로 세입 조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10년 만기 채권일 경우 당장 10억원만 있어도 20억원짜리를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채권이라도 받아 교비를 확보하려는 심정은 이해되지만, 즉각적인 원상복구와 이에 따른 이자를 받아야 하는데도 채권으로 ‘싸게’ 내게 하고, 세입조치 기간까지 연장해준 ‘친절한 교과부’.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 돈을 엉뚱한 데 썼는데도 교과부는 오히려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당시 교과부 관계자는 “전씨 소유 학교 관계자들과는 식사 한 번 한 적이 없다. 우리도 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직원 모두 조심했다”고 말했다. 교비를 세입조치하라는 이행 독촉 공문이 이어지자 전씨는 교과부를 찾아 담당자에게 흰 봉투를 내밀었다고 한다. 봉투의 내용물은 유서였다.
3부 | 교과부·감사원 인맥
전씨가 설립한 대학에는 교과부와 감사원 출신 인사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공직을 거친 인사들이 대학에서 자신의 경륜을 펼치는 것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들의 공직 경험은 대학 부정을 감시하고 학교발전에 쓰이기보다는 횡령과 배임 등 비위로 얼룩졌다는 점이다.
신동진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10여 년간 경동대 총장을 지내다 지난 4월 퇴임했다. 퇴임 이후 명예총장으로 추대됐다. 그는 특성화학과 개설과 신설대 종합평가 우수대학 등 공로도 있었지만, 전씨와 공모해 자판기 임대료와 매점 수입금 등 3억7700여만원을 교비 회계가 아닌 법인 회계로 전출(업무상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등)해 법원으로부터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신 전 총장의 해명이다.
“(전씨는) 학교(성균관대) 후배여서 평소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벌금형을 받아 항소하려 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선고를 받아 혼자 항소하는 걸 주저했다. (교비 횡령은) 나도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보고받고는 대부분 (교비를) 회수조치했다. 감사원 표창을 받을 일이다.”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황병기 전 경복대 학장은 남양주 캠퍼스에 따른 부당 교비집행 책임을 물어 2006년 교과부로부터 중징계 계고를 받자 사임했다. 교과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인 이보령 전 경복대 학장 역시 전씨의 횡령에 공모(업무상 횡령·배임, 농지법 위반 등)해 벌금 4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 이천수 전 교육부 차관은 경문대 이사장을, 이준해 전 서울시교육감과 송수갑 전 교과부 국장은 경문대 학장을 지냈고, 교과부 차관보 출신인 박경재씨가 동우대 총장, 신양승 전 교과부 과장은 경복대 기획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씨의 인맥에 대해 전직 법인 관계자 C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주로 학교 선후배를 통해 인맥을 넓혔는데, 반드시 영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인사에게는 자녀나 친척의 교수 자리를 제안하기도 했다. 학과 신설이나 법인 문제 등 대관(對官) 업무는 주로 이들 공직 출신 임원들이 나섰다.”
명의 도용해 CD 발행
학교 관계자 D씨의 증언도 비슷하다. 그는 “선고를 받은 사람 중 자신이 왜 범죄자가 되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검찰조사를 받다가 내 명의로 전씨가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발행한 것을 알았다. 나는 신분증을 건넨 적도 없다. 학교 신분증을 임의로 발급해 사용한 것 같다. 검사에게 분명히 말했고, 은행 직원도 전씨가 명의를 도용한 것을 확인해줬다. 전씨가 범행을 저지르고 적발되니까 교비 사용 책임이 있는 학교 관계자들이 함께 연대책임을 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니는 전직 공무원을 여럿 봤다. 안타깝다.”
최근에는 이봉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경동대 부총장으로 영입됐다. 학교법인 경동대 정관에는 ‘부총장은 조교수 이상 교원으로 보한다’고 돼 있다. 교수로 임용한 뒤 부총장 직위를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전용 차량과 급여 800여만원을 받았다. 학교 안팎에선 경동대가 보건계열학과 증설을 위해 이 원장을 로비스트로 영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보건복지계열학과 증설은 교과부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승인이 있어야 해 이 원장이 이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6개월 만에 하차하면서 무산됐다는 것.
이 원장은 “신동진 전 경동대 총장 추천으로 부총장을 맡았다. 노인복지로 박사학위를 받은 만큼 학교의 중장기 발전방안을 자문해줬고, 특강도 했다. 로비에 대해선 생각도 못했다. 신입생 모집을 할 때 서울지역 학생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영입한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4부 | 피해 보는 학생들
설립자와 총(학)장의 횡령 공모, 그리고 교과부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다. 동우대는 ‘2010년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이 됐다.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등 4개 지표 중 기준치 미달이 2가지 이상인 학교는 경영부실 대학이 돼 대출제한 대학으로 분류된다. 지표 중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얼마나 직접 교육비로 돌아가느냐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가 ‘교육비 환원율’이다. 교육비 환원율은 총교육비를 전체 등록금 수입으로 나눈 값. 총교육비는 학교가 학생 교육을 위해 직접교육비(인건비, 연구·학생경비)와 도서구입비, 기기·기구 매입비 등을 합산한 것으로, 등록금 징수의 타당성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교과부와 대학알리미사이트에 따르면 전재욱씨가 설립한 대학의 교육비 환원율은 경복대 59.16%, 동우대 72.2%였다. 경복대 전체 등록금 300여억원 중 교육비로 사용된 금액은 177억여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등록금은 자연과학계열은 전년 대비 4.5% 인상된 646만원, 인문사회계열이 5.1% 인상된 553만원이었다. 정상적인 대학이라면 국고보조금과 기부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법인전입금을 증액시키면 교육비 환원율은 100%(전문대 평균 102.6%)를 넘는다.
학생 교육여건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인 전임교원 확보율도 마찬가지. 전문대 전체 평균은 52.9%이지만 경복대는 32.1%, 동우대는 22.5%였다. 4년제인 경동대는 45.2%로 전임교원 1명이 60.3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 4년제 대학 평균은 24.9명이다. 학생들은 영문도 모르고 등록금 낸 만큼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기자는 법원 판결과 학교 관계자들의 증언을 확인하기 위해 설립자 전재욱씨와 아들 성용(경동대 총장), 지용(경복대 총장)씨에게 수차 전화 연락을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비서실을 통해 메모를 남겼지만 마찬가지였다. 다만 전성용 총장은 기사 마감 직전 연락을 해왔다.
그는 자신의 농지법 위반에 대해선 “사실 잘 몰랐다”면서 “독립군이 국가를 위해 앞뒤 가리지 않듯, 내가 몸담은 조직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일이라면 기꺼이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봉화 원장의 부총장 임용에 관해선 “대학 특성화 사업 등 여러 일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만둬 학교에도 피해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재단 비리 관련 기사로 그동안 많은 피해를 봤는데, ‘신동아’ 기사가 나가면 또 그런 일이 생길까 두렵다고도 했다.
물론 설립자인 전씨와 가족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다. 학교를 지을 땅을 사면서 어쩔 수 없이 불법을 저질렀다고 하소연할 수 있다. 십분 이해하더라도, 학생 등록금으로 기사 월급을 주고 어머니 병원비와 축의금을 내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기 전에 대학들의 경영 선진화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전씨는 현재 집행유예 기간에 있지만, 설립자와 명예총장으로서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환영사를 남겼다.
“충효에 기반을 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학생들의 윤리성의 가치를 인식하고 인간다운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