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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의 세상 속으로 풍덩~ ⑤

말기 암 병동의 목련꽃 흩날리는 오후

다섯 번째 르포 : 삶과 죽음의 의미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말기 암 병동의 목련꽃 흩날리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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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병동의 목련꽃 흩날리는 오후
암병동의 아침은 분주하다. 청소 아주머니가 대걸레로 복도를 닦는다. 환자, 보호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수를 한다. 춘천 할머니가 손에 침을 발라 귀밑머리를 귀 뒤로 넘긴다. 난소암으로 입원한 공○○(64)씨가 복도에서 큰 목소리로 남편과 떠든다.

원장이 전공의를 데리고 회진을 돈다. 원장을 주치의로 둔 환자는 하나같이 원장을 반긴다.

“어제 힘드셨어요. 변 보셨나요.”

“한 번 봤는데 굵게 안 나와요.”

허○○(64)씨는 위암이다. 소화가 잘 안 돼 과일을 먹으면 안 된다.

김○○(54·여)씨는 왼팔이 오른팔보다 한 배 반쯤 두껍다. 유방암이 근육과 뼈로 퍼졌다. 아주머니는 씩씩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사는 게 목표다.

“우리 사위가 엊그제 또 1등을 했어요. 하하. 런던에서 금메달 딸 거예요. 그 때까지는 살아야죠.”

나른한 오후

사위는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장모가 말기 암이란 소식을 듣고 미루던 결혼을 당겨 했다. 부모는 다 똑같다. 결혼 안 한 큰딸이 걱정이다.

“입맛도 좋고, 머리도 안 빠져요. 사위 금메달 따는 거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회진 순서가 돌아왔는데 난소암 환자 공씨가 병실에 없다. “휴게실에 간 것 같다”고 간호사가 귀띔한다.

“퇴원 언제 해유?”

공씨가 원장을 보자마자 묻는다. 고기를 꿀꺽 삼키면서.

“고기를 많이 드시면 일찍 퇴원할 수 있어요.”

유방암 말기인데, 난소로 암이 전이했다. 공씨는 “10년은 더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함평 한우를 살코기만 골라 찐 거여유. 주사 맞고 출출할 때 먹을려구유.”

원장이 웃는다. 복도를 지나가던 구○○(71·여)씨를 부른다.

“이것 좀 보세요. 이분처럼 드셔야 해요.”

원장이 구씨를 따로 불러 귀엣말을 한다.

“몸 상태가 저분보다 좋으신데 음식을 그렇게 못 드시면 어떡해요. 저렇게 먹어야 해요. 알았죠.”

유방암을 앓는 조○○(57·여)씨도 삶은 고기를 씹으면서 원장을 맞았다. 아침밥상엔 상추와 풋고추가 올라와 있다. 원장이 무슨 고기냐고 물으니 “보신탕”이라고 답하면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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