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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마지막 회>

토사곽란, 통증, 관절염에 효과

시지만 따뜻한 성질 모과

토사곽란, 통증, 관절염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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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곽란, 통증, 관절염에 효과

모과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고 했다. 요새는 안 그런 것 같다. 꼴뚜기가 건강식품으로 얼마나‘인기 짱’인데. 냉동된 중국산까지 수입하지만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시장에 가도 제철에 나오는, 알이 통통 밴 꼴뚜기는 운이 좋아야 구경한다. 그런데 과일전 망신이라는 모과도 만만치 않다. 최근 한의사 집단이 공분하고 나선 대목과도 관련이 있다. 늦가을 모과차 향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로 신관 편하게 시작하면 좋으련만 그렇지가 못하다.

한국피엠지라는 국내 제약업체가 내놓은 천연물 신약이 하나 있다. ‘레일라정’이다. 유명 대학 교수가 자신이 세운 천연물신약개발업체를 통해 7년여 연구개발 끝에 만든 골관절염치료제다. 임상 결과 레일라정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관절염치료제 화이자의 ‘쎄레브렉스’에 비해 부작용은 훨씬 적고 효과는 더 나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염진통과 연골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약이라고 한다. 이런 기능은 기존의 양방약으론 좀 어렵다.

양방약으로 둔갑한 활맥모과주

이 개발업체는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연간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 레일라정을 개발한 공로로 말이다.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좋은 약을 개발했으니 그 대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구차스러운 얘기를 좀 하면, 이렇게 레일라정을 시장에 내놓은 한국피엠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신약 허가를 받았는데 그 직후 악재가 터졌다. 의사들에게 수입차를 제공하고 리스 비용은 회사에서 내주는 식의 지능적인 리베이트를 주다가 전담수사반에 적발된 것이다. 그런데도 며칠 뒤 의료급여결정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 레일라정은 모과가 주성분인 ‘활맥모과주(活脈木瓜酒)’라는 한약 그 자체다. 하나도 다르지 않다. 활맥모과주는 타계하신 원로 한의사 배원식 씨가 만든 관절염 비방으로, ‘한방임상보감’이라는 저서에서 이를 공개했다. 실력 있는 한의사들은 그때그때 작방(作方)해서 약을 쓰므로 공개만 하지 않는다면 웬만한 처방이 비방(秘方)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분은 이를 공개했다. 어쨌든 그의 활맥모과주는 모과 8근, 당귀 천궁 각 5근, 우슬 8근, 천마 5근, 오가피 8근, 홍화 6근, 육계 8근, 속단 4근, 진교 위령선 의이인 각 5근, 방풍 4근을 분말해 소주에 넣고 숙성시켜 만든다. 주치(主治)는 요통, 요각통, 퇴행성관절염, 류머티스관절염, 견비통, 견배통, 항강증, 구안와사, 버거씨 병 등이다.

토사곽란, 통증, 관절염에 효과
레일라정의 처방 구성은 이 활맥모과주와 일점일획도 다르지 않다. 배원식 씨 처방의 구성 약물들을 그대로, 하나도 다르지 않게 그대로 에탄올로 추출(모과 당귀 방풍 속단 오가피 우슬 위령선 육계 진교 천궁 천마 홍화를 25% 에탄올 연조엑스)해 만든 약이다. 이걸 정제(錠劑)로 만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정제 약이 양의사만 쓸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 됐다. 천연물신약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아니 언제는 한약이 간독성이 심각하다, 음양오행이 의학이냐 하면서 절대 먹어선 안 된다고 하더니 이게 다 무슨 일인가. 간독성과 음양오행은 제형을 바꾸면 허공으로 날아가는 모양이다. 참고로 의사가 환자에게 레일라정을 처방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약가(藥價)를 주는 의료급여결정이 내려졌지만, 최근의 복잡한 사정을 반영해 약가를 확정하지 못하고 좀 늦어지고 있다.

도대체 한약이 환골탈태해 양의사만 쓸 수 있는 약으로 바뀐 이 천연물 신약이란 뭘까.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생약(한약재) 성분을 이용해 개발한 의약품 중 구성 성분과 효능이 새로운, 현대의학적으로 연구 개발된 의약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개발했다는 신약을 보면 뭐가 현대의학적인지, 무슨 구성 성분과 효능이 새로운 건지 정말 의아스럽다.

하여간 정부는 천연물신약연구사업단을 만들어 여기에 엄청난 규모의 국가예산을 투입했다. 거의 1조 원에 가까운 액수라고 한다. 그렇지만 원래의 천연물신약연구사업의 취지가 무엇이었든, 이 사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피해가 큰 국내 제약업체,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특허로 보호받는 신약)에 치이고, 제네릭(특허가 끝나 카피해서 쓰는 약) 시장도 모두 내줄 수밖에 없게 된 제약업체들의 이익을 돌보는 정책이 됐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천연물신약의 폐해

천연물신약 시장이 커지면 한약재를 생산하는 가난한 국내 농가의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더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제약사들이 국내 약재는 단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중국산 등 수입 약재를 주로 써왔기 때문이다. 최근 농가들이 이를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혹시 이런 얘길 할지도 모르겠다. 중국산이든 뭐든 생약재에서 추출한 약이다. 독성검사나 임상실험, 뭐 안전성 검사도 과학적으로 잘했겠지. 솔직히 그동안 미덥지 않은 한약 달여서 이를 비싸게 팔아먹은 한의사 집단에는 안된 일이지만, 환자 입장에서 보면 더 좋은 일이잖아. 글쎄, 그것도 모를 일이다. 몇 번의 고시 변경으로 과학적이라는 것의 문턱, 천연물신약 허가 요건이 무척 낮아졌다는 것만 말하겠다. 수출이라도 좀 되나? 약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으로 팔린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현재 활맥모과주와 다름없는 레일라정을 포함해 스티렌정(쑥 추출물), 조인스정(으아리꽃뿌리, 하눌타리뿌리, 하고초 3종 추출물), 모티리톤정(현호색, 나팔꽃씨 2종 추출물) 등 7개 품목의 약물이 천연물신약으로 허가받아 의사들이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 됐다. 이 중에는 한의사가 만들었지만 정작 한의사는 쓸 수 없는 약도 있다. 70여 가지의, 한약재로 만든 이런 신약들이 조만간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왜 이렇게 난리가 나는 걸까. 영세 제약업체도 큰 개발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문의약품을 만들어 대박 사건을 터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례가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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