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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e.com이 세계의 정치를 바꾼다”

美선거전략가 딕 모리스 고려대 특별 강연

  • 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vote.com이 세계의 정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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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고 있는 일은 여러분들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저는 www.vote.com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저는 한국의 여러 가지 정치 사안들을 띄워놓고 네티즌들의 의견을 투표를 통해 수렴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해야 하는지, 아니면 게이라는 이유로 TV 출연을 모두 정지 당해야 하는지 등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vote.com에 매일 접속해 투표를 통해 여러분의 의견을 펼쳐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총재, 민주당 총재 및 사회 각계 각층 인사들, 정책 결정자들에게 여러분의 이름으로 전자메일을 보냅니다. 여러분이 ‘예’, ‘아니오’란에 클릭하면, 여러분의 실명이 아닌, 이메일 주소로 그들에게 편지가 가게 됩니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묻는 유일한 정보는 바로 이 이메일 주소 한가지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수십 명, 수백 명 아니 수십만 명이 이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면, 한국에 지금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투표에 참가할 것이고, 또 어떻게 투표를 하는지 알 것이고, 그리고 정치인들도 여러분이 어떻게 투표할지 알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정치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치인들이 책임감을 갖고, 여러분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곧 실현될 테지만, 미국엔 대학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관해 대학생이 투표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물론 대학생들은 모든 국가적 사안에 대한 투표에도 참여합니다. 미국 전역을 통해 대학생 투표는 별개로 진행됩니다. 대학 보건소에서 피임약을 다뤄야 하는지, 대학 교내 경찰이 학생의 마약 소지를 발견했을 경우 이 학생을 처벌 목적으로 사법당국에 넘겨야 하는지, 이런 문제들은 미 대학교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저는 한국 vote.com 사이트를 통해 한국에서도 이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스포츠, 연예, 경영, 기술, 환경, 게이, 가족 등 각 분야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투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는 한국어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사이트에 대한 광고를 게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재미난 유머를 친구들에게 보내주듯 저희 사이트를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기 바랍니다. 이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달된 미국의 vote.com 사이트에는 1600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으며, 가입자 수는 110만5000명입니다.

지난 주 미국에서는 대선주자 토론이 있었습니다. 모든 전문가들은 고어가 이 토론에서 우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vote.com 사이트에선 토론에서 누가 우세했냐는 질문에 16만5000명이 투표에 참가해 부시가 우세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부시도 토론에서 아주 잘했다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고어 판정승을 내린 전문가들을 한 발 물러서게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어가 우세했다는 말을 접어넣고 대신 부시와 고어가 비슷한 수준의 토론을 펼쳤다거나 부시가 오히려 잘했다는 평가를 하게 됐습니다.



이는 그들의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vote.com을 통해서 보여준 여론의 힘에 밀렸기 때문입니다. 때로 민주주의는 그 체제 내의 특정이익에 밀려 극단적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 이를 중간으로 되돌릴 힘이 필요한데, 저는 vote.com이 그런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인터넷 통해 글로벌 민주주의 실현

저는 1997년 말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이 환란위기를 겪고 있을 때입니다. 원화가 폭락하고, 국제통화기금이 구제금융 제공 조건으로 한국 경제의 근본적 개혁을 요구할 때였습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저에게 “나는 한국이 겪어야 하는 이 모든 상황이 무척 싫다. 우리는 한국의 실업률을 낮춰야 하고, 한국내 외자유치를 위해 해외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를 장려해야 하고, 그로 인해 한국은 결국 경제 식민지가 되고 만다. 이런 모든 것이 세계 경제를 위해 바로 내가 해야할 일들인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상황을 묘사하면서 몇몇 단어를 더 사용했는데, 공개석상에서 언급하기는 좀 곤란하군요. 하여간 대통령은 매우 화가 났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문제는 전세계가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는 매일 수십 조 달러 규모의 외환 거래가 일어납니다. 시장이 김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하면 원화가치는 상승하고 그렇지 않으면 원화는 떨어집니다. 돈으로 투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금융시장에는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와 같이 그런 압력을 행사하는 기구가 있습니다. 한국인은 한국의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고,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지만,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의 총재를 뽑을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과 대화한 후, 저는 미국에서 vote.com이 성공한다면 2~3년 더 노력해 세계 각국에서 이 사이트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세계 모든 사람들이 투표할 수 있고, 그들의 의견을 나타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세계은행이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해 제 역할을 충분히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유럽, 인도, 러시아, 동아시아, 한국, 일본, 미국, 중남미, 북미, 아프리카 사람들이 투표에 참가해 그 중 3억9600만명의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고, 1억1000만명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투표결과는 세계은행에 전달될 것이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세계은행이 환경문제와 노동기준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만들 것입니다.

제가 틀릴지도 모릅니다. 제 말을 듣지 마십시오. 여러분 고유의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번 따라 해보십시오. 이게 제가 여러분에게 원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한국에 글로벌 민주주의를 조성하는 데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계신 110~120여 분이 2~3000명에게 vote.com을 이용해 투표해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안에 대한 투표가 있을 때 여러분에게 이메일을 통해 알려드릴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사이트를 방문해 투표에 참여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를 주위 친구들에게 권유 해주시고 또 그 친구들은 그 주변 친구들에게 권유해서 알려주기를 바랍니다.

인터넷의 윤리는 어떤 강력한 전달 매체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얘기해주고 광고하는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우리가 해야할 일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 작은 씨앗 하나를 심어 크고 무성한 나무로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나무가 글로벌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작은 씨앗의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이제 이 나라에 싹트고 있는 지도부의 대응력과 자발적 참여를 도출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3년 전인 1977년 클린턴이 미국 중부에 있는 아주 작은 주인 아칸소주 주지사 선거에 처음 출마할 당시 저는 그와 함께 일했습니다. 당시 그와 나는 서른살 동갑으로 함께 정치를 배웠습니다. 저는 그의 첫 번째 정치자문이었고, 그는 저의 첫 번째 의뢰인이었습니다.

77년에 클린턴을 처음 만남

1980년대 대부분을 우리는 함께 일했습니다. 그리고는 각자의 길을 갔죠. 그러다 1992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당시 미국인들은 클린턴이 너무 진보주의적이고, 세금을 지나치게 올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다시 도움을 요청하며 저를 백악관에 불러들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1995,6년 동안 그의 옆에서 대통령 재선을 돕기 위해 일했습니다. 여기서 저의 임무는 어떻게 하면 현직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대통령이 힘을 가질 수 있고, 재선에 성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미국에는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즉 정권 말기에 권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권력 말기쯤 되면 사람들이 좀처럼 대통령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클린턴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에게 그의 재선 성공여부는 바로 ‘공화당을 움직일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공화당은 자신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안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일종의 좌절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미국에는 강간, 살인, 도둑 등 많은 범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강경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한 반면 민주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복지수당에 의존해 살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14%가 빈민층이고, 1000만명 내지 1200만명이 복지수당 수혜자입니다. 한번 수혜자는 영원한 수혜자인 양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엄마도, 우리 할머니도 생활보호 대상자니까 나도 그 복지수당을 받게 될거야. 그러므로 나는 학교 갈 필요 없어. 배울 필요 없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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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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