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엎치락 뒤치락 대접전 될 것 >
김지연 차장(34)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7년째 사회조사 분야에서 일해왔다. 그는 대통령선거 1회, 국회의원선거 2회, 지방자치선거 2회를 포함, 10여차례 선거 여론조사에 참여했다.
미디어리서치는 1월31일부터 2월1일까지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의 개인별 지지도와 가상대결을 조사했으며, 최근엔 민주당 대의원들의 후보별 지지성향을 조사했다. 이 결과는 ‘시사저널’에 보도됐다.
김차장은 우선 현시점에 여론조사를 근거로 판세를 읽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언론사들이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상 맞대결을 붙이고 있지만, 판짜기가 되지 않은 상태의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97년 대선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어요. 이회창 후보가 선거 초반 김대중 후보에 2배 이상 앞섰지만, 병역문제가 터지면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막판에 다시 치고 올라갔던 겁니다. 변수가 생길 때마다 완전히 판세가 바뀌었던 셈이죠.”
김차장은 복잡한 정국 상황으로 볼 때 현재의 지지도가 끝까지 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여당이든 야당이든 ‘제3의 후보’가 나올 경우 후보별 지지도는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굳이 현 상황에서 대중적 지지도를 말한다면, 이회창, 이인제, 노무현의 순이다”라고 말했다.
김차장에 따르면 당초 ‘시사저널’ 조사는 후보별 ‘탄성계수’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탄성계수란 후보의 잠재력을 뜻한다. 1차 질문에서 답하지 않은 사람에게 2차, 3차 질문을 통해 답변을 끌어내고, 그 결과를 분석해 후보의 잠재가능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조사 결과 후보별 탄성계수는 노무현 장관, 이인제 최고위원, 이회창 총재 순으로 나타났지만, 유의미한 통계수치는 아니었다고 한다. 김차장은 현 시점의 가상대결 지지도는 기본적으로 정당요인이 강하게 개입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까지 가상대결을 붙여보면, 민주당에서 이인제 최고위원 정도만 이회창 총재에게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노무현 장관도 접전을 벌이고, 고건 서울시장, 김중권 대표도 상당히 따라붙었어요. 이것은 ‘이회창 대세론’에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 지지표가 결집하고 있다는 증거죠.”
하지만 김차장은 “현 시점에서 가상대결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후보자의 이미지 관리자료나 민심 파악 척도는 될 수 있어도 1년 9개월 뒤의 판세를 예측하는 데는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의 여야 상황으로 볼 때 내년 대통령선거도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는 대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투표율은 변수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이 연령별 지지성향이다. 20∼30대가 민주당 후보를 선호하는 반면, 50대 이상은 한나라당 지지가 뚜렷하다. 이것을 두고 이총재 진영에서는 ‘연령이 높을수록 투표율도 올라가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김차장은 그러한 주장에 반대한다.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자치선거에서는 투표율이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하지만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은 기본적으로 70%가 넘기 때문에 투표율이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해요. 그래서 젊은층의 기권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겁니다. 수차례 조사를 해보면 ‘기권’은 무응답자 중에서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거든요.”
김차장은 내년 대선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결정할 첫째 요인으로 ‘지역’을 꼽았다. 정치권에서 주요변수로 예상하고 있는 투표 직전의 경제상황과 관련, 그는 “경제가 나빠지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경제가 좋다고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이 1차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끼치겠지만, 박빙의 승부로 가면 최후의 변수는 다른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역감정이 기승을 부릴 경우 TK와 충청권이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누구를 대통령후보로 선출할 것인가? 김차장은 민주당 대의원들이 현시점에 이인제 최고위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현상을 ‘정권재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인제 최고위원만이 이회창 총재와 접전을 벌여왔다. 그래서 호남에서도 이최고위원이 고건 시장이나 한화갑 최고위원보다 앞서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후보에게 대중적 지지가 몰린다면, 대의원들의 표는 순식간에 그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태에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 각각 필승할 수 있는 구도는 어떤 형태일까. 김차장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상수로 놓고 민주당 후보를 대입하며 설명했다.
“지금 대선을 치른다고 가정하고 민주당 후보가 이인제나 노무현이라면 박빙이고, 고건이나 김중권이라면 이회창 총재가 유리합니다. 고시장이나 김대표의 경우 대의원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뜨고 있지만, 국민들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는 역시 야권 분열을 통한 3자구도로 보인다. 김차장은 “민주당의 필승전략은 어쩔 수 없이 영남권 분열이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박근혜 부총재의 파괴력이 가장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남후보, 효과는 의문
현재 민주당 내에서 ‘영남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사람은 김중권 대표, 노무현 장관, 무소속 정몽준 의원 등이다. 이 가운데 영남권을 가장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일까? 김차장은 “세 사람의 텃밭만 놓고 보면 정몽준(울산), 김중권(TK), 노무현(PK) 순이지만, 영남권 전체 득표에서는 김중권, 노무현, 정몽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남후보가 나온다고 해서 영남지역의 반DJ 정서를 누그러뜨리기는 힘들 겁니다. 이회창 총재의 영남권 지지기반도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영남후보는 DJ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며, 대선이 접전으로 치러질 경우 이것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반이회창 연대’에 대해 영남인들은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김차장의 견해다. 그는 “현재 지역별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뿐이다. 호남은 민주당 후보가 누구든 압도적인 우세를 보일 것이다. YS나 JP의 영향력은 접전으로 갈 경우 주요 변수가 될 것이며, 5·6공 세력은 TK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차장은 “현 상황에 지역별로 유권자들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요인은 DJ에 대한 정서”라고 말했다. 과거처럼 뚜렷한 지역 맹주가 없기 때문에 ‘DJ 대 반DJ’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차장은 “현재는 친DJ보다 반DJ가 조금 많다고 본다. 하지만 이회창 총재는 이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정·부통령제가 도입되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김차장은 민주당이라고 단언한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와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후보가 없는 반면, 민주당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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