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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튀는 스포츠신문 四國志

  • 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mairso2@donga.com

불꽃튀는 스포츠신문 四國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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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이번엔 광화문 사거리 주변의 한 지상가판에 들렀다. 지하가판에 비해 신문부수가 훨씬 적었다. 석간의 경우 스포츠서울과 일간스포츠가 20부, 스포츠조선과 스포츠투데이는 10부다. 조간은 4개 신문 모두 5부. 지하가판과 달리 한 부 팔면 120원이 남는다고 한다. 판매율은 50% 안팎. 가판업자는 “요즘 전반적으로 신문이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후 4시, 서울역을 찾았다. 서울역 구내 가판은 홍익회가 관장하고 있다. 따라서 가판에서 신문을 파는 사람은 지하가판처럼 개인 업자가 아니라 홍익회 직원이다. 직원에 따르면 스포츠조선을 뺀 나머지 3개 스포츠지의 가판부수는 같다. 조간이 30부, 석간이 50부다. 스포츠조선만 20부, 30부다.

이곳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신문은 스포츠서울로 확인됐다. 그 다음이 스포츠투데이. 직원은 판매실태에 대해 “잘 팔릴 때는 반 정도 나간다”고 5호선 충정로역 가판업자와 같은 대답을 했다.

그는 또 “어떤 기사가 실릴 때 신문이 많이 팔리느냐”는 물음에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물론 첫째는 찬호 기사다. 특히 박찬호 경기 결과를 1면에 실으면 확실히 많이 나간다. 연예인 스캔들 기사도 판매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지난해 오현경·백지영 사건이 터졌을 때는 엄청 팔렸다. 백지영 사건 초기 스포츠서울만 관련 기사를 1면에 싣지 않은 날이 있었다. 평소 가장 잘 나가던 스포츠서울이 그 날은 여지없이 깨졌다. 스포츠서울은 다음날 조간에 백지영 기사를 실었다.”



스포츠4사의 순위를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판매부수가 비밀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 가지 참고할 만한 자료는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스포츠4사의 부당공동행위를 조사한 적이 있다. 1999년 10월1일부로 신문값을 동시에 500원으로 올린 것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자료에는 스포츠4사의 시장(가판) 점유율에 관한 기록이 있다. 그에 따르면 1999년 9월 기준 스포츠서울과 일간스포츠가 30% 안팎이고, 스포츠투데이와 스포츠조선이 각각 20% 안팎이다.

최근 미디어오늘에 소개된 ‘2001년 한국광고주협회 인쇄매체 수용자 조사결과’는 공신력이 매우 높은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 1만 가구를 상대로 신문구독현황, 신문접촉현황 등을 조사한 결과 스포츠서울은 1일 및 1주 접촉률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스포츠투데이가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구독률 조사에선 스포츠조선이 스포츠서울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2월 스포츠조선은 편집국 기자들을 상대로 근무 만족도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중엔 1등 스포츠신문을 묻는 항목도 있었다. 응답자의 70.5%가 스포츠서울을 꼽았다. 자사인 스포츠조선을 꼽은 사람은 21.9%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또한 흥미롭다. 스포츠서울이 1등 신문으로 선정된 이유는 부수량(32.4%)이 아니라 신문의 질(47.3%)이었다. 이에 반해 스포츠조선을 1위로 꼽은 응답자들은 가정판매량(52.5%)을 첫째 이유로 내세웠다.

스포츠4사는 현재 하루 7차례 신문을 인쇄한다. 글머리에 언급한 대로 스포츠조선의 경우 가장 먼저 인쇄되는 신문은 30판으로 불린다. 30판은 서울 수도권 지역 가판석간이다. 정오 무렵부터 깔리기 시작해 가판이 문을 닫는 오후 7∼8시까지 ‘생존’한다. 밤 12시가 되면 서울 가정배달판과 수도권 가판인 50판 인쇄가 시작된다. 가장 많이 인쇄되는 신문이 바로 이 50판이다.

50판이 나오기 한 시간 전쯤엔 지방판 인쇄가 이뤄진다. 경기 충청 강원 지역의 40판, 호남의 41판, 부산 경남의 42판, 대구 경북의 43판 등이다. 최종판인 60판이 인쇄되는 시각은 새벽 2시. 서울 수도권 지역 가판조간이다. 60판의 ‘생존기간’은 매우 짧다. 30판 발행과 동시에 자취를 감춰야 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30판에서 60판까지 발행일은 모두 같다.

나머지 3사의 인쇄체제도 스포츠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판수 명칭이 다를 뿐이다. 스포츠서울은 25판으로 시작해 55판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일간스포츠의 경우 서울 수도권 가판은 17판, 서울 가정배달판은 46판으로 불린다. 스포츠투데이는 ‘알기 쉽게’ 1판으로 시작해 7판으로 끝난다.

인쇄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포츠신문 기자들의 근무여건은 같은 일간지인 종합일간지 기자보다 열악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차이는 서울 지역 가판 인쇄시각이다. 종합일간지의 가판석간은 오후 6시에 인쇄된다. 따라서 종합일간지 기자들은 스포츠신문 기자들처럼 아침 일찍 출근해 기사를 마감할 이유가 없다.

“초쇄경쟁은 말하자면 살아남기 경쟁이다. 예전엔 기사의 질로 승부를 걸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누가 더 빨리 인쇄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쇄 경쟁은 자사 신문끼리도 서로 갉아먹게 만든다. 아침 7시에 나온 신문과 낮 12시 전에 새로 인쇄된 신문이 가판에서 경쟁해야 한다. 독자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이는 철학이 없는 상행위다. 게다가 실익도 별로 없다. 겉보기엔 판매가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수입원은 역시 광고다. 결국 광고를 많이 싣기 위해 판매경쟁을 벌이는 것이고 초쇄경쟁도 그와 관련된 것이다.”

스포츠서울 성희중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성위원장에 따르면 경영진도 최근 스포츠 3사 노조의 결의 이후 초쇄경쟁의 문제점을 시인하고 개선을 약속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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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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