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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삶

일체생활·무소유로 이상세계를 만든다

야마기시즘 실현지 ‘행복낙원촌’사람들

  • 곽대중 < 자유기고가 >

일체생활·무소유로 이상세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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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씨(57)는 사회운동을 하다가 야마기시즘 실현지를 찾은 경우다. 서울대 법대 졸업 후 고등학교 교사를 하던 그는 1970년대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4년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한국불교사회연구소 소장을 역임했고, 끊임없이 새로운 이상사회를 모색하던 중 1994년 가족들과 함께 산안마을 식구가 됐다.

산안마을 사람들이 자주 쓰는 용어 중 하나가 ‘연찬(硏鑽)’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면 ‘연찬을 통해 결정한다’고 이야기한다. 산안마을 사람들은 실현지의 삶을 ‘연찬하는 삶’이라고 이야기하고, 실현지에서 생활하는 의미를 ‘계속되는 연찬’에 두고 있다. 과연 연찬이 무엇이기에 그럴까. 연찬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도리를 깊이 연구함’이다. 야마기시즘에서 연찬이란 하나의 의문이나 주제에 대해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과연 그럴까”를 생각하며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다.

그저 회의라고 해도 좋고 토론이라고 해도 좋지만,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고집을 부리는 일도, 화를 내며 덤벼드는 일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이 진리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원점에 되돌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산안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당히 차분해지고 때론 깜짝 놀라기도 한다. 먼저 이곳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대화하는 태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또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제, 혹은 감정적으로 즉각 반응하는 문제들에 대해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2월3일 밤 8시. 야마기시즘회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실시하는 회원 연찬회에 참석했다. 연찬회 시간이 가까워 오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실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 몇 명과 치과의사, 대학교수, 약사, 주부, 노동자 등 사회에서 생활하는 회원들이 모여 인사를 주고받으며 떠들썩하다. 오늘 연찬의 주제는 ‘진보의 길 - 타(他)를 침범하는 것의 천박함과 어리석음을 깨닫는 것!’ 벽에 붙은 연찬 주제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을 침범하는 것이 왜 천박하고 어리석으며, 나아가 이것을 깨닫는 것이 진보의 길이라니, 도대체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마치 불교의 화두를 받은 기분이었다.



참석자들은 먼저 돌아가며 자신의 근황을 소개했다. 그 동안 특별했던 일, 재미있었던 일, 후회하는 일 등을 자연스럽게 털어놓는다. 가정생활, 자녀교육, 회사나 학교 이야기가 오가면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 연찬이 진행된다. 사회자가 있기는 하지만 특별히 발언권을 준다든지, 회의를 이끌고 있다는 분위기는 풍기지 않는다. 상대의 이야기에 웃고,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이 경험한 다른 사례를 이야기하다 보면 사람의 따뜻함이 저절로 느껴진다. 이러한 연찬회는 특별한 결론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찬을 하다 보면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화를 내지 않고 사는 법

야마기시즘회에는 두 달에 한 번씩 실시하는 ‘특별강습연찬회’를 통해 입문할 수 있다. 특강 주제는 ‘화를 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사이좋게 즐겁게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우리는 상대를 바꿀 수는 없어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꿀 수는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붙들어 매는 것이 무엇인지 가려내 그 밑에 숨어 있는 본래의 자신을 깨닫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야마기시즘 특강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입니다.”

야마기시즘에서 설명하는 특강의 의미다. 이신홍씨(31·김포공항 근무)는 최근 특강을 받았다. 꽉 짜인 회사 분위기에 답답해하던 이씨는 우연한 기회에 야마기시즘을 소개받았다.

“아는 분의 소개로 찾아가기는 했지만 처음 며칠간은 혹시 무슨 종교집단은 아닐까, 어디로 잡아가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5일쯤 지나자 아주 마음이 편해지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깨닫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이제 이신홍씨는 화내지 않고 살려고 애쓴다. 대학생 기자 교수 사회운동가 스님 목사 신부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이 특강을 거쳐갔다. 2001년 2월 현재까지 195회의 특강을 통해 2000여 명의 사람들이 대안적 삶을 느끼고 돌아갔다.

‘사랑의 전화(대표 심철호)’ 사회조사연구소는 최근 한국인의 ‘행복도’에 대한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10세부터 50세 사이의 남녀 487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의 64.9%가 ‘행복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런데 ‘행복하다’와 ‘행복하지 않다’의 이유를 뜯어보면 무척이나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행복의 원인을 ‘가정의 화목’(63.9%), ‘미래에 대한 희망’(15.8%)에서 찾았다. ‘경제적 여유로움’을 행복의 이유로 꼽은 사람은 5.1%에 불과했다. 반면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행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경제적 어려움’(41.5%)을 가장 먼저 꼽았다.

불행한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불행의 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행복한 사람들은 그 이유를 ‘경제적 여유로움’에서 찾을 법도 한데, 경제적 여유를 행복의 조건으로 꼽은 사람은 왜 5%에 불과할까? 우리는 여기서, 경제적 어려움은 불행을 느끼게 하는 요인은 될 수 있어도, 일정한 경제적 수준에 오르면 결코 돈이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게 된다.

“한번 들어 보세요”

또한 행복이란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영국 LSE 대학은 전세계 54개국 국민들의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제일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도리어 가장 행복을 느끼며 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산안마을 사람들은 식사할 때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의 접시에 반찬을 놓아준다. “이거 맛있겠지요? 한번 들어 보세요” 하면서 말이다. 받는 사람은 또 상대방의 접시에 그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골라준다. 스스로 행복한 마을, 사이좋은 마을이라 자랑하는 산안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식사 때도 서로 아껴주고 나눠주는 삶을 자연스레 실천하면서 무소유와 무아집의 일체생활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내가 옳다고 강변하며 화내지 않는 삶 속에서, 그들은 새로운 이상사회를 그려내는 것이다. 이러한 실천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산안마을을 바라볼 때마다 고개를 드는 우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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