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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한국경제 간판 CEO 열전

순간의 ‘대박’보다 영원한 ‘윈윈’으로

황성호 제일투자신탁증권 대표이사

  • 장인석 < CEO전문리포터 > jis1029@hanmail.net

순간의 ‘대박’보다 영원한 ‘윈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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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투신사들은 엄두도 못 내던 증권 중개업과 외자유치를 소리 소문 없이 뚝딱 해치운 황대표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는 씨티은행 시절 “감이 빠르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한발 앞선 감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가능한 일이었을까.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지 고민을 안 했던 거겠죠. 저는 이 회사가 아니면 갈 데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가 안 되면 난 죽는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룹에 돈 더 달라고 손을 벌릴 수 없습니다. 그룹 돈 쓸 만큼 썼는데 누구한테 손을 벌립니까. 우리 스스로 벌어야죠.”

제일투신 직원들은 황대표가 외자유치 기간 내내 노심초사한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밤을 새우고, 프루덴셜의 까다로운 주문에 비상이 걸리는 일이 많았지만 황대표가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을 보고 내심 그를 좋아하지 않던 직원들도 차차 마음을 열었다.

“직원들이 참 열심히 일해주었습니다. 저는 그리스나 헝가리, 미국 등에서도 CEO로 일했지만 우리 직원들만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외국사람들은 이니셔티브, 즉 일을 새로 시작하는 것에 아주 능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장점은 실행하는 것이죠. 일을 아주 빨리 끝내요. 전 우리 직원들에게 부족한 새로운 시도 정신을 부여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것만 접목된다면 외국 기업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 외자유치를 통해 자신에게도 많은 공부가 됐지만 직원들의 능력이 배가된 것에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다. 프루덴셜의 그 많은 자료요구와 내사를 거치며 선진금융이 뭔지 막연하게나마 알게 된 것은 앞으로 무한경쟁시대를 견뎌나가는 큰 자산이 됐다는 것.



황대표가 취임하고 2년 반 제일투신은 외형뿐 아니라 사내에서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래서 제일투신의 짧은 역사는 ‘황성호 이전’과 ‘황성호 이후’로 나뉜다. 그 첫째가 일하는 우선순위의 변화다. 제일투신 직원들은 ‘황성호 이전’에는 돈을 버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았고, 실제 일을 추진할 때도 얼마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가를 화두로 잡았다. 하지만 그렇게 황대표에게 보고하거나 결재를 올리면 틀림없이 기각된다.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려라

“제가 수익 다변화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입니다. 제 경영방식을 보수적이라고 여기는 분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인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은 사상누각이고 위험합니다. 전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면 어떤 리스크가 생기고, 그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느냐에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컨트롤이 가능하다면 오케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할 수 없습니다. 돈을 버는 건 그 다음 문제고 그건 제가 간섭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황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프랜차이즈를 늘리는 일이다. 황대표는 고객 수가 늘어나야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점망을 이용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걸 다 할 생각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열린 경영의 추구가 마지막 원칙이다. 회사가 성공하려면 직원들이 항상 튀는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하고 조직은 이 새로운 시도를 허락해주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는 위험요소는 있지만 부가가치가 높다. 그래서 그는 항상 ‘90 경영’을 좌우명으로 삼는다.

“사실 사장은 90밖에 모릅니다. 그런데 회사의 승부는 95에서 갈립니다. 나머지 5가 문제인데 그 다섯 개는 직원이 알고 있다는 겁니다. 직원은 비록 80밖에 모르지만 그 80 속에 사장이 모르는 부분이 있고 그것이 바로 회사의 존망을 결정하지요.”

그래서 그가 늘 주장하는 것은 “나만 옳다는 생각을 버려라”다. 남의 생각에 귀기울이고 의견을 교환할 때는 아무리 조직이지만 계급장을 벗어버려야 한다는 것이 황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취임하자마자 사내 게시판에 ‘나도 한마디’라는 코너를 개설했다. 무기명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이 코너에는 별의별 얘기가 다 올라오는데, 직원 900명 중 700명이 볼 정도로 인기가 있다.

“이 코너에서 제일 많이 두들겨 맞는 사람이 인사본부장, 기획실장, 임원들입니다. 만일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 안 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여기서 다 두들겨 맞아요. 하하. 저도 한때 고급주택에 산다고 비난하는 글이 올랐지요. 물론 제가 정확히 해명해서 넘어간 적이 있지만….”

어떤 임원들은 소수의 의견이 전체 분위기를 흐린다며 이 코너를 없애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도 당신 생각이다. 그러니 직원들한테 물어봐라” 하고 물리친 적이 있다. 대신 극단적인 얘기, 일방적인 비난은 자제할 것을 호소한다.

그는 ‘머리 굴리는 것보다는 나가서 전쟁터에서 직접 싸우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자신이 야전사령관 출신이기도 하지만 직위가 높다고 해서 아랫사람을 그냥 부려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으면 사람이 되는 기분

“제가 사내에 요즘 유행시킨 말이 뉴 웨이브 무브먼트입니다. 바꿔 말하면 ‘헬리콥터 뷰’를 버리자는 것인데요, 우리 기업은 과장 이상만 되면 펜만 들려고 해요. 실무는 밑의 말단직원이 다 하고…. 그래서 부장 되면 신문 보고 임원 되면 방에서 논다는 말이 나오는 거지요. 또 회의를 해보면 우리 생각은 굉장히 관념적입니다. 구체적이지 못해서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지요. 그런 걸 저는 모두 ‘헬리콥터 뷰’라고 합니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려고만 한다는 거지요.”

선진조직은 직위가 올라갈수록 더 바쁘다고 한다. 그가 오랫동안 근무한 씨티은행만 해도 그는 회사에서 신문 볼 시간조차 없었다고 한다. 아랫사람에게 일을 시키려고 해도 뭘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 뭔가를 알아내는 과정만 해도 엄청나게 바쁘다는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는 그리 좋은 델 못 나왔지만 대학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는 꼴찌부터 일등까지 모두 해볼 만큼 성적의 기복이 심했다고 한다. 공부보다는 노는 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 하지만 그는 일류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은 것이 인생에 더 큰 공부가 됐다고 말한다.

“저희 집사람은 사대부고를 나왔는데, 가끔 이런 얘길 합니다. 당신 친구들은 뭐하냐고…. 아내의 친구들은 거의 다 공무원 아니면 판사, 의사, 월급쟁이예요. 근데 제 동창들은 가수, 영화배우, 사업가, 형사, 증권사 사장 등 매우 다양합니다. 이런 게 사는 묘미 아니겠습니까?”

그래서인지 그는 CEO 중에서는 특이하게도 록이나 팝송 등의 음악감상을 좋아한다. 아내와 라이브 콘서트에 가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할 정도. 그는 음악을 듣는 시간은 기계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때라고 말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정신없이 일 속에 파묻혀 잊혀진 자아가 꿈틀 뛰쳐나오는 시간이라는 것.

예리하게 보이는 외모와 달리 의외로 소탈하고 재미있는 점도 많다는 것이 직원들의 귀띔이다. 집에 가면 아내와 수다떠는 것도 즐거움이라는 그는 “아내에게 내가 가장 무서울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집에 와서 아무 말 없이 30분만 있어도 뭔 일이 있는 걸로 안다고 해요”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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