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찬씨. 1985년 서울대에 들어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국제금융파트에서 환딜링과 기업합병·인수(M&A) 업무를 담당하다가 1994년에 그만뒀다.
“애당초 컨설턴트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기업에서는 그런 꿈을 펼칠 수 없을 것 같아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MBA 시험 준비를 하기는 힘들어서 결국 회사는 그만뒀습니다.”
정병찬씨는 나름대로 준비를 한 뒤 미국 명문대인 MIT(매사추세츠 공대)의 MBA에 도전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나 이에 좌절되지 않고 ‘무엇이 부족해서 거절당했는지 알려달라’는 팩스를 MIT에 보낸 결과 다음해인 1996년에 입학하라는 허가(admission)를 받아냈다.
정씨는 MBA 수료 후 ‘소원’대로 컨설팅 회사인 AT커니에 취직해서 2년동안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그후 한국에 돌아와 MBA 지원자들을 위한 컨설팅회사인 JCMBA(www.mba.co. kr)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MBA 지원자들은 많은데 제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 같아 이들에게 자문을 해주기로 했어요.”
JCMBA는 온라인 강의도 하지만 MBA 지원자들을 위한 전문학원도 운영하고 있다. 매월 200~300명 정도의 수강생들이 등록하는데 올해 매출액은 1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CMBA 온라인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은 10월11일 현재 2만3186명. 연령별로 보면 26~30세가 46.8%로 가장 많고 31~35세까지가 28.5%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가 75.3%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이 직장인이다. 출신대학별로 보면 연세대 14.7%, 서울대 14.1%, 고려대 10.6%로 이 세 대학 출신을 합하면 39.4%.
MBA 컨설팅업체의 추산에 따르면 매년 경력 2~7년차의 직장인 5000여명이 MBA에 지원한다. 이중에서 톱 50위권의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는 한국인 숫자는 2000년 경우 400명. 이중 재미교포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입학허가를 받는 숫자는 250명 정도로 추정된다. 톱 50위권에 합격하는 한국인의 숫자는 매년 20%의 성장률을 보이는데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한국이 4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MBA과정을 수료하려면 적게는 2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의 거액이 드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MBA에 지원하려는 것일까. 각종 MBA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네티즌들의 지원동기와 MBA 상담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대략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억대 연봉’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일단 톱 20위권의 MBA를 수료하고 나면 억대 연봉의 직장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비싼 수업료를 내고도 MBA를 지원한다는 것.
둘째, 자신의 경력을 새롭게 설계하기 위해서는 MBA라는 관문을 통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 무엇을 전공했든지간에 MBA과정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엔지니어 출신이나 인문사회과학 전공 출신이 경영일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기에 MBA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셋째, 광범위한 네트위크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MBA과정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폭넓은 네크워크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현 직장에서 관리자급으로 승진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각 회사에서는 간부급으로 승진하는 사원들에게 MBA과정을 밟도록 권유하고 있는 추세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미국이나 유럽의 비즈니스 스쿨에 지원서를 제출한 사람들의 수가 얼마나 되며, 전공은 무엇이고, 어떤 경력의 소유자인지를 분석한 자료는 없다.
그러나 JCMBA가 회원들의 상담과 세미나 운용, 각종 행사 참여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 지원자의 경력과 전공 목표는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주로 경영학이나 경제학과 등 사회과학 분야를 전공한 지원자가 전체 지원자의 60%에 가까웠던 데 반해, 최근에는 각 학교들이 부동산, 건강관리, 환경, e-비즈니스 등 특별 프로그램을 강화한 탓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MBA를 지원한다는 것. 전세계적인 벤처붐을 등에 업고 기술 분야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연과학과 엔진니어 분야의 지원자 비율도 상당 부분 증가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때 90%에 육박하던 재무 분야 전공 희망자가 점차 줄고, 마케팅, e-비즈니스 등을 전공으로 선택하려는 지원자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MBA 통과 위한 관문들
MBA는 경영학 석사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석사라고 하면 박사과정을 위한 전단계를 뜻하지만 MBA는 실제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경영실무를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는다. 따라서 다른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이 MBA를 지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MBA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GMAT 점수 △TOEFL 점수 △일정한 연도 이상의 직장 경력 △에세이 △직장 상사와 대학 교수의 추천서 △인터뷰 △지원서 작성 등이 필요하다.
GMAT(Graduate Management Adm ission Test)는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모든 지원자가 치러야 하는 MBA 입학자격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논리력을 테스트하는 영어 부분과 수리력을 테스트하는 수학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매년 각 학교는 MBA 합격자의 GMAT 평균점수를 발표한다. 톱 10위권의 학교는 680점 내외, 30위권은 630~650점, 나머지 대부분은 600점대의 평균점수를 보이고 있다. GMAT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실시되며, 매월 1회 응시가 가능한데 최소 3일전에 신청해야 한다. 컴퓨터 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점수는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응시자들의 경우 수학 부분은 강한데 영어 부분은 취약하다고 한다. 현지에서 태어나 영어로 교육받은 사람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영어로 독해력, 추리력, 어휘력, 논리력 등을 경쟁해야 하니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대부분 직장을 다니면서 GMAT 준비를 하려다가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직장을 그만두고 GMAT 준비에 전념하는 사례도 흔하다.
MBA과정을 밟고 있거나 졸업한 사람들의 얘기에 따르면 GMAT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것만을 별도로 강의하는 학원에서 수강하는 것이 짧은 시간에 필요로 하는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첩경이라고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에도 GMAT 준비를 위한 강좌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드문 편이다. GMAT는 여러번 응시할 수 있는데 최근에 치른 세 차례의 시험 점수가 대학에 통보되며 점수는 5년간 유효하다.
JCMBA에서 GMAT를 강의하는 한 강사는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어져 GMAT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GMAT는 5년동안 유효하기 대학 졸업 전에 미리 GMAT 시험을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놓으면 때문에 MBA에 도전할 결심이 섰을 때 GMAT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있다”며 대학 시절부터 도전해볼 것을 적극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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