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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명사 10인의 ‘신동아에서 읽은 잊을 수 없는 글’

이후락의 입을 열고, DJ·YS의 재갈을 풀고

  • 이명박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미래경쟁력분과 위원장)

이후락의 입을 열고, DJ·YS의 재갈을 풀고

신동아를 손에 잡으면 묵직한 중량감이 든다. 그것은 하나의 희열이며 만족감이다. 학생시절이나 건설현장에서 땀흘릴 때 새로 나온 신동아를 받아들면 비밀스런 상자를 열기 전의 가슴 설렘 같은 호기심이 일곤 했다. 그 안에는 현실을 바르게 가르쳐주는 혜안이 있어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던 일들을 소상하게 알려줬다.

‘이번 호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겼을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로 가슴이 뛰던 기억을, 신동아 독자들은 누구나 갖고 있다. 옆구리에 끼고 짬날 때마다 뒤적이며 밤 늦도록 읽던 신동아가 70년 세월 위에 우뚝 섰다는 얘기를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독자들은 신동아가 70년 동안 온갖 고난을 이겨내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실하게 지켜주기 위해 굽힘없이 데워온 열정을 사랑한다.

나는 신동아가 발행부수 40만을 돌파, 잡지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운 1980년대 중반을 기억한다. 가독인구를 1부당 2∼3명으로만 잡더라도 100만명이 넘는 독자가 그 시절 신동아를 읽으며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눈떴다. 40만부라면 웬만한 중앙 일간지보다 많은 발행부수다. 월간잡지가 이런 대기록을 세운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던 일이었고, 앞으로도 이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70년의 역사에서 신동아는 많은 역할을 해냈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때 세운 공적이 가장 크다고 본다. 정권의 언론 목조르기로 숨조차 쉬기 힘들던 군사정권 시절, 신동아는 막힌 언로를 스스로의 힘으로 트면서 언론의 본분이 어떤 것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때부터 다른 언론매체들도 조금씩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신동아의 이러한 공로는 우리 언론사에서 길이 기억될 것이다.

당시 신동아는 정치권력의 막후에서 벌어진 일들을 용기있게 파헤치면서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사람들을 지면에 끌어내 진실에 목말라하던 독자들을 단비에 젖게 했다. 특히 유신정권의 실세였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을 끌어낸 것은 신동아만이 해낼 수 있었던 쾌거였다. 신동아는 이씨가 유신체제를 세우는 데 앞장섰고 김대중 납치사건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자기 입으로 털어놓게 만들었다.



민주화투쟁에 앞장서온 김대중·김영삼 양 김씨가 정계에 다시 등장한 것도 신동아 지면을 통해 비롯됐다. 당시 언론은 양 김씨를 ‘재야인사’로만 표기했고, 두 사람에 대한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후 국내 언론에서 거의 사라졌던 이들의 행적이 소상하게 전해지고 두 사람이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1980년대에 그처럼 억압받던 김대중·김영삼씨가 언론의 힘을 빌려 대통령이 된 후에는 언론의 직언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언론과 갈등을 빚은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금기시하던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황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준 것도 신동아였다. 그때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신동아를 통해 그 상세한 사정을 알게 되면서 충격과 놀라움에 가슴을 떨었다. 이런 기사를 쓰고도 신동아가 무사할 수 있으며 이 글을 쓴 기자가 직분을 그대로 부지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변하면서 변치 말기를

신동아의 체취를 물씬 느꼈던 기사로는 연재 인터뷰 ‘최일남의 인간탐방’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도 대단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가식없이 털어놓은 편안한 이야기 마당은 독자들로 하여금 고단한 일상과 딱딱한 정치상황에서 벗어나 모처럼 여유를 갖게 했다. 알게 모르게 자신의 주변에 드리워진 ‘보호막’을 훌훌 털어버리고 발가벗은 몸으로 지나온 날과 생각을 내보이는 그들에게 더없이 포근한 정을 느꼈다.

신동아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이렇듯 암울한 시대를 살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기 때문이다. 기나긴 군사독재치하에서 기본권을 박탈당한 국민을 대변해 용기있게 나선 신동아 기자들의 노고가 많은 이들에게 ‘내일’을 꿈꾸게 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정보화시대가 활짝 열려 인터넷을 통해 안방에서 생활의 불편을 풀고 필요한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생각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어떻게 보면 기계적인 사고로 변하고 있다. 신동아도 그런 시대의 물결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동아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신세대의 요구에 부응해 더 젊어져야 하겠지만, 그동안 줄기차게 지켜온 언론의 사명에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 주기’를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의 중심을 이루는 근간은 경제라고 생각한다. 내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남도 걱정할 수 있고 인정도 살아나며 애국심도 생겨난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모든 것을 정치적 논리로만 풀려고 하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정치도 경제적 논리로 풀 수 있어야 한다.

공부를 마친 젊은이들이 취직을 못해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위축될 대로 위축된 경제가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신동아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이 일은 신동아만이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사회의 공동 관심사와 쟁점들을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매체로서 신동아가 앞으로도 선봉에 서리라 믿는다.

신동아 2001년 11월호

이명박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미래경쟁력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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