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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파크뷰 의혹 입체 추적

검찰·여당·특정지역 인사들의 삼각 커넥션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분당 파크뷰 의혹 입체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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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제2의 수서사건’ 되나
  • ● ‘몸통’은 특혜분양 아닌 용도변경
  • ● 한두 다리만 건너면 권력 핵심…끼리끼리 만났다
  • ● 검찰·성남시장·에이치원 홍회장, 어떤 관계였나
  • ● 로비 무대는 향우회·룸살롱·골프장?
  • ● 눈덩이 비자금, 어떻게 만들어 어디로 갔나
분당 파크뷰 사건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애초 사안은 특혜분양이었지만, 이제 그 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관심의 초점 자체가 용도변경·건축허가 쪽으로 옮겨간 때문이다. ‘제2의 수서 사건’이라며 목청을 돋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사건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재미’가 있다. 일단 등장인물들의 면면이 그러하다. 소규모 연립주택 사업자에서 일약 1조원 규모 건설사업의 리더가 된 사람, 민선(民選)임에도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용도변경을 강행한 시장, 78 대 1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은 정계·법조계 고위 인사들, 같은 골프연습장·룸살롱을 애용하고 고향도 비슷한 이들 간의 공교롭고도 미묘한 인연.

사건 자체는 또 어떤가. 용도변경도 안 된 땅을 남의 돈 100억원 이상을 끌어들여 ‘과감히’ 매입한 배짱, 시공업체 임원이 조성한 ‘용도를 알 수 없는’ 100억대 비자금,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전방위적 개입, 도지사 부인부터 건교부 국장, 시장 비서에까지 뿌려진 거액의 뇌물.

법개정부터 자금조달, 건축허가, 시민단체 대 성남시장·건설업자 간 맞고소 사태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여럿 발견하게 된다.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할까. 그러나 검찰(수원지검 특수부) 조사를 통해 밝혀진 부분은 미미하다. 핵심인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전혀 없는 상태다.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경우 출국금지 조치는 내려졌으나 소재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 담당 검사는 “연락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의 돈’으로 벌인 1조원 사업



복잡한 사건이라고 하지만 줄기는 하나다. 분당 요지 백궁역 부근에 상업용지로 지정돼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 3만9000평이 있었다. 활용 가능성이 적어 포스코개발(주)도 281억여 원을 위약금으로 물고 포기한 땅이었다. 이것을 소규모 건설업자 홍원표씨가 호남 소재 건설업체인 N사 김모 회장의 자금 100억원을 끌어들여 계약금을 마련한 후 서둘러 매입한다. 1년 뒤 땅의 용도는 주상복합지로 변경되고, (주)SK 최태원 회장의 보증으로 1100억원을 차입한 홍씨는 일약 1조원 규모 사업의 명실상부한 리더가 된다. 당시 용도변경의 최종 인가권자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이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용도변경 및 건축허가 특혜 의혹, 정계·법조계·건교부·경기도·성남시, 심지어는 전 청와대 관계자까지 거론되는 ‘커넥션’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파크뷰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건 지난 5월 초였다. 5월2일 김은성 전 국정원 제2차장이 법원에 낸 탄원서에서 “지난해 3월 분당 파크뷰가 경쟁률 100 대 1을 넘어섰을 당시, 고급 공무원과 국정원 간부·판사·검사 등 130여 명에게 특혜분양을 했다”는 주장을 편 것. 검찰조사 결과 김씨의 주장은 사실로 밝혀졌다. 사전분양 규모도 449가구로 늘어났다. 그 가운데 민주당 김옥두 의원과 박주선 의원, 대통령 인척인 전 스포츠서울 사장 윤흥렬 씨 등도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적이 있음이 드러났다. 세 인사는 모두 특혜분양과는 거리가 먼 정상 분양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파크뷰 관련 의혹을 오랫동안 제기해온 성남시민모임(위원장 이재명 변호사)은 “특혜분양은 곁가지일 뿐”이라며 “의혹의 ‘몸통’은 파크뷰 아파트가 들어설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특혜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5월말 비등한 여론에 따라 검찰은 용도변경 관련 수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월드컵 열풍이 몰아치는 가운데도 신문 한 귀퉁이에는 파크뷰 관련 인사들의 구속기소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지난 7월4일에는 임창열 전 경기지사 부인 주혜란씨가 파크뷰 시공사인 (주)에이치원개발 홍원표 회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과 4200만원 상당의 가구 및 인테리어를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파크뷰 건축허가 사전승인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지난 7월1일, 파크뷰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온 성남시민모임 위원장 이재명 변호사가 구속기소된 것(현재 보석 출감). 이변호사는 KBS ‘추적60분’팀 최모 PD(보석 출감)와 공모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하는 전화를 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이변호사는 그런 사실이 없음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어쨌거나 5월18일 ‘추적60분’ 시간에 공개된 최PD와 김 전 시장과의 대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김 전 시장과 에이치원개발 홍회장의 친분, 청와대 출신 정계인사와 홍회장 간의 긴밀한 관계, 지청장·검사장 등 검찰 고위인사와의 유착관계를 의심케 하는 발언. 그럼에도 검찰은 최PD·이변호사 구속 기소는 발빠르게 진행한 반면, 대화에 등장하는 인사들과 용도변경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이렇다 할 수사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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