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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론

서울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만들자

‘단기 홍콩, 장기 런던’이 모델

  • 글: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서울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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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계 수준의 국제금융중심지가 되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너무나 많다.

첫째, 최첨단 금융기법과 노하우를 접함으로써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이 현저히 강화된다. 또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국내에서뿐 아니라 동북아 전역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나아가서는 전세계를 무대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우리 경제가 더욱 높은 성장을 할 수 있게 된다. 어느 경제에서나 국민의 저축이 생산성이 높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면 침체되기 마련인데, 우리 금융산업이 발전하면 저축으로 마련된 모든 재원을 보다 효율적인 투자로 연결할 수 있다. 나아가 한층 발전된 금융산업, 특히 자본시장의 발전은 부실대출을 줄이고, 벤처 캐피털(venture capital) 같은 신규 사업 영역을 확대시켜 기술혁신의 속도를 높여준다.

셋째, 우리 국민은 국내에 있으면서도 전세계적으로 투자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되므로 투자 선택의 폭이 크게 넓어진다. 이것이 국민복지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넷째, 취업구조가 부가가치가 높은 형태로 재편된다.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 런던의 금융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최소 3∼4배 높은, 연 평균소득 10만달러에 이르는 일자리를 100만개 이상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최근까지 전체 취업 인구의 7%밖에 되지 않는 금융업 종사자들이 국가 세수(稅收)의 14%를 부담했다. 이는 금융산업 발전이 경제 전체의 부가가치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다섯째,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향상됨으로써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를 겪을 개연성이 크게 낮아진다. 금융 중심지가 되면 우리 금융기관들의 영업 내용과 재무제표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고,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남으로써 우리의 투자도 전세계적으로 다변화되어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감소된다.

이에 더해 유수한 외국 기관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면 그들은 한국의 금융 안정이 자신의 이익과 부합한다고 볼 것이므로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즉각 도움을 주는 데 인색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볼 때 만약 1997년 무렵에도 한국에 주요 외국 금융기관들이 진출해 있었다면 유동성 위기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섯째, 우리 정부와 기업, 가계는 필요한 자금을 좀더 쉽고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자본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높은 자본조달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국제금융중심지가 되어 자본 유입이 증가하면 우리 정부, 기업, 가계는 필요한 자금을 지금보다 용이하고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자본조달 비용이 줄면 투자수익이 높아져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일곱째, 서비스 산업 전반에 걸쳐, 즉 금융 부문과 직접 관련된 재무·회계·경영·법률 서비스뿐 아니라 그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오락·문화·교육·관광을 포함한 기타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켜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촉진한다. 이는 앞으로 우리 제조업의 많은 부분이 경쟁력을 잃는 사태에 대비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안보 강화에도 도움

여덟째, 우리가 추구하는 지역 경제중심지로서의 기능이 강화된다. 기실 경제 중심지에 기반을 둔 많은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면 한국은 진정한 경제 중심지, 비즈니스 허브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또한 허브와 주변국 간에 교역량이 증가할 때 무역금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데, 그런 금융 서비스 수요를 저렴한 비용으로 충족시키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허브는 유지되기 힘들다.

아홉째, 한반도의 안보가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금융 중심지는 주변국이 필요로 하는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다수의 대형 외국 금융기관들과 다국적 기업이 들어와 영업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주변국들은 물론 멀리 떨어진 선진국들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진정으로 원하게 된다. 그것이 자신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안정이 위협받을 경우 그들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는 조그만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많은 국방비를 쓰지 않으면서도 주변국과 당당한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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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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