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사태 이후 부시 행정부가 꾸려나가고 있는 전시 내각의 갈등과 분열상, 현금 7000만달러가 지출된 무장 CIA 공작 요원들의 아프가니스탄 비밀작전 등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면사에 대한 충격이 그 처음이고, 둘째는 보브 우드워드의 취재력과 전시 내각의 숨은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이끌어나간 필력이 그것이다.
이 글의 주제는 9·11사태에 대처해 나간 부시 행정부 전시 내각이 겪은 최초 100일의 기록이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미치코 카쿠타니는 11월20일자에 기고한 ‘부시 전쟁지휘실의 내면(Inside Bush’s War Room)’이라는 제목의 서평에서 이 책을 세 갈래로 평했다. 테러라는 도전에 직면한 젊은 신임 대통령의 모습을 그린 교양소설이자 오사마 빈 라덴의 목을 가져오기 위해 현금 가방을 운반하는 CIA의 비밀 공작을 그린 스파이 스릴러이며, 대통령을 움직이기 위해 정책을 놓고 대결하는 전시 내각 각료들의 정치 드라마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보브 우드워드(Bob Woodward)(왼쪽) ‘전시 대통령 부시(Bush at War)
부시 대통령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콘돌리자 라이스라는 인물의 역할은 무엇인지, 국방부의 럼스펠드 장관과 폴 월포위츠 부장관이 왜 워싱턴의 보수 매파로 분류되는지 등 저자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외딴 섬에서 정치적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는 ‘워싱턴 게임’의 한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 외교정책의 정당성이나 옳고 그름 같은 것은 말하지 않는다. 군사 행동의 의미나 향후 영향 따위의 깊이 있는 분석도 피해갔다. 일부러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직 미국의 테러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깊이가 없다는 혹평도 있다. 정색을 하고 심각하게 다뤘어야 할 주제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저자가 너무 많은 것을 욕심냈다면 이 책의 재미는 덜했을 게 뻔하다. 미국인이 보고 미국인이 썼으니 ‘전시 대통령 부시’이다. 외국인이 본 대로라면 이 책의 제목은 ‘전쟁과 정치-워싱턴 게임’이었을 것이다.
‘전시 대통령 부시’의 주요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