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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에서 피어난 ‘사랑과 죽음의 랩소디’

‘파격의 미학’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세계

  • 글: 진동선 사진평론가·전시기획자 sabids@hanmail.net

관음에서 피어난 ‘사랑과 죽음의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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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에서 피어난  ‘사랑과 죽음의 랩소디’

아내 요코와의 신혼여행 당시 찍었던 시리즈 ‘센티멘탈 여행’의 사진들(위). 아래는 아내가 죽은 후 화장 직전에 촬영한‘겨울여행’

사진집 ‘도쿄는 가을’(1984)에서 그는 상실감을 드러낸다. 이제 도쿄는 반응 없는 도시, 죽지도 살아 있지도 않은 무표정한 도시로 형상화된다. 변모해 가는 도쿄 앞에서 아라키는 어린 시절의 향수에 휩싸이고, 과거와 현재를 오버랩해 사랑과 죽음을 말한다. 살아 있는 도쿄를 통해 사라진 도쿄를 기억하고, 도쿄의 사랑을 통해서 도쿄의 죽음을 이끌어낸다. 이때부터 그의 사진에는 부재에 대한 아픔, 소멸에 대한 디테일이 완료 시점으로 나타난다.

섹스는 신주쿠에서 벌어진다. ‘도쿄 이야기’(1989)는 도쿄의 하반신 신주쿠 주변 환락가를 촬영한 것이다. 아라키는 소년 시절의 기억을 도쿄에 투영시키면서 여자와 누드를 오버랩한다. 연이어 ‘도쿄 누드’(1989)에서도 그는 도쿄를 누드와 오버랩시킨다. 누드와 풍경을 대비하고 융합하는 것, 도쿄와 여성을 표현하는 것이 이 시기 그의 작품과 삶을 지배한다.

아라키에게 도시는 늘 현재이자 여자이며 사랑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반면, 뒷골목은 언제나 과거요, 죽음이고, 추억의 이미지를 갖는다. 그는 도시 속에 머물면서 여성을 탐닉하고 성을 탐닉한다. 시선은 여성누드의 표층을 더듬으면서 여자와 도시를 동일시한다. 도쿄는 여성의 자궁으로 형상화되고, 태 속으로 들어가는 편안함을 주는가 하면, 성적 환희와 격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촉촉하게 물기에 젖은 섬세하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여자. 변화무쌍한 도쿄의 모습이 그 위에 투영된다.

‘도쿄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여성 음부에 대한 작가의 집착이다. 음부에 대한 물신성과 여성을 허공에 매단 가학성이 주된 이미지로 사용된다. 도쿄를 블랙홀로, 은밀한 성적 공간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여성 음부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아라키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사진에 여성의 음부를 등장시켰다. 1970년 최초의 개인전에서도 이미 음부를 찾아볼 수 있다.

아라키는 여성의 음부를 처녀성(소녀), 성적 환희(처녀), 수태(어머니)의 세 가지 차원에서 보았다. 처녀성의 상징으로서의 음부, 성적 쾌감으로서의 음부, 그리고 출산으로서의 음부가 그가 주목한 대상이었다. 그는 누드 사진을 찍을 때 항상 마지막에는 여자에게 다리를 벌려줄 것을 요청했다. 작가는 여성의 음부를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가는 것으로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아라키 사진에서 아내 요코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두 사람은 4년 간의 열애 끝에 1971년 7월7일 결혼했고, 4박5일 간 교토와 나카사키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이때 촬영한 사진이 유명한 ‘센티멘털 여행’이다. 그의 사진에서 부재와 죽음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바로 이때부터다. 이후 이 테마는 자유분방하게 변주된다.

아내 요코와의 ‘센티멘털 여행’

‘센티멘털 여행’은 아라키가 사물을 보는 눈, 사소한 것들에게 건네는 시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비로소 그는 자신을 통째로 세계에 던지고, 현실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이때 아내 요코의 신체는 중요한 오브제로 자리한다. 요코의 몸은 모든 여성의 몸이다. 요코는 순진무구한 소녀의 얼굴로, 성적 환희에 들뜬 처녀로, 우울하고 쓸쓸한 원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 요코가 1990년 1월27일 그의 곁을 영원히 떠난다. 죽음이라는 절대적 결락(缺落)과 영원한 부재(不在). 그 앞에서 아라키는 과거로부터 미래로 흘러가는 배(船)에 올라탄다. 그리고 주변의 숨쉬는 사람들과 풍경을, 살아 있지만 죽어가는 대상들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의 작품세계에서 죽음은 결말부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이 또한 오랜 연원을 갖고 있다. 그는 이미 1967년 아버지가 죽었을 때 유체(遺體)를 찍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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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진동선 사진평론가·전시기획자 sabid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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