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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계명 잘 지키면 당신도 영어도사

토종 영자신문 기자의 좌충우돌 영어 학습기

  • 글: 곽영섭 코리아헤럴드 정치사회부 사회팀장 양승진 코리아헤럴드 정보통신담당 기자

10계명 잘 지키면 당신도 영어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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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계명 잘 지키면 당신도 영어도사
그러다 떠오른 생각이 ‘영어로 된 책을 한번 통째로 외워보면 어떨까’하는 것. 그 안에 문법책에서 나온 온갖 내용들이 다 들어 있을 테고, 그것이 머리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영문법 사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였다.

서점에 들러 보니 S출판사에서 펴낸 빨간 표지의 천일야화(The Arabian Nights)가 눈에 띄었다. 동화책에서 읽었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과 함께 ‘알라딘과 요술램프’가 실려 있었다. 분량만 얼추 50여 페이지.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외우냐 하는 것이었다. 곰곰 생각하다 큰소리로 읽는 방법을 택하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한 시간 정도 걸리더니 읽을수록 속도가 빨라져 나중에는 1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일 년을 계속하자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울 수 있었다. 그 후에는 문법이 몸에 배어 다른 책을 보더라도 쉽게 응용할 수 있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었다.

나의 영어 역정을 간단하게나마 살펴본 것은 문법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함이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집이 들어설 땅이 있어야 하고, 그 위에 기둥, 벽돌, 철근, 시멘트 등등의 재료들이 저마다의 몫을 하면서 갖추어져야 비로소 하나의 집을 완성할 수 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는 말의 기본 단위인 단어를 알아야 하고, 이 말들을 엮어서 하나의 의미 있는 문장들을 만들어내는 규칙도 습득해야 한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책을 골라 최소한 열 번은 읽어라. 이것이 필자가 제안하는 영어 학습의 왕도 중 하나다. 책상에 열 권도 넘는 문법책이 꽂혀 있지만 정작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해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의 문제점은 ‘무식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외국에 갈 처지가 못 된다면 우선 단순 무식해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영어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법서 중에서 나에게 가장 맞는 것은 ‘영어 구문론’이었고 그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공부한 문법책이었다. 영자신문 기자 생활 12년의 밑천이 되어준 것도 이 책 한 권이다. 공연히 이책 저책 기웃거린다고 해서 나아질 것은 없다.

잊을 수 없는 ‘고고’ 사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산의 모 대학 공대에 진학했다. 어릴 적부터 수학에는 잼병이었던 터라 공대에서의 공부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영어에 더욱 빠지게 되어 ‘Time반’이라는 서클에 가입하였다. 학과 공부는 제쳐두고 만날 ‘Time’만 들고 다니며 폼을 잡다 보니 1학기에 권총(F학점) 세 자루, 2학기에 권총 네 자루를 받아 자동 퇴학을 당했다.

낙향. 군입대 영장이 나오기 전까지 잎담배를 재배하시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왔다. 담뱃잎을 따 모아 지게에 지고 와서 길가에 세워둔 리어카에 싣는 단순 노동이었다. 물이 한껏 오른 담뱃잎을 한 지게 지고 다니다 보니 다리는 후들거리고 이마에는 땀이 비오듯 흐르는데, 난데없이 웬 벽안의 부부가 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Hi there!”

“거기 안녕”이라고? Hi라는 말은 알아듣겠는데 거기라니 어디를 말하는 걸까? 일단 나한테 인사를 하는가 보다 생각하고 정석대로 응수했다.

“Hello. My name is ~. I am glad to meet you.”

그랬더니 부부 또한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 영어를 잘하려면 얼굴에 철판을 깔라고 했다. 용기를 내어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Where are you from?”

“We are from the States.”

“Can I help you?”

그러자 이 부부 필자가 영어를 정말 잘하는가 보다 생각했는지, 속사포같이 질문을 쏘아대는 것이었다. 사서 고생하게 생겼구나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래도 중간중간 들려온 county office 등등의 단어들을 종합해보니 군청을 찾는구나 싶었다. 머리 속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설명해줘야지 생각했지만 당황한 나머지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전혀 달랐다.

“Go, go…”

그랬더니 이 부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What?” 하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영어라면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초야의 인재가 임자를 만나 망신을 당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얼굴이 벌개졌다. “이 길을 따라 15km 정도 가면 의령읍이 나오고 거기서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하려던 것이 왜 입에서는 “Go, go”가 되어 나오는가 말이다.

이 ‘고고’사건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마음의 평정을 어느 정도 되찾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영어에 대한 재점검에 들어갔다. 문법에는 자신이 있으니 이제는 회화에 매달려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행히도 형이 남기고 간 책 중에 ‘××900’이라는 회화책과 테이프가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1982년 6월부터 군에 입대한 1983년 10월까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그야말로 주경야독 생활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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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영섭 코리아헤럴드 정치사회부 사회팀장 양승진 코리아헤럴드 정보통신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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