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호

데이빗 메레디스 ‘어메이징 그레이스’ 외

  • 글: 전원경 winnie@donga.com

    입력2003-01-02 13:5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영국은 전통적으로 보이 소프라노가 강세인 국가다. 유럽 여러 나라 중 유독 영국에서만 보이 소프라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가 현재까지도 보이 소프라노와 성인 남성으로 구성된 성가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19세기까지 유럽의 교회들은 여성의 성가대 참여를 금지시켰다. 이 때문에 보이 소프라노와 거세 소프라노인 카스트라토들이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소프라노가 교회음악에 참여하면서 보이 소프라노는 영국 외의 국가에서는 희귀한 존재가 되었다.

    사실 아무리 노래를 잘한다 해도 보이 소프라노들은 성인 소프라노의 기교를 따를 수 없다. 그럼에도 음악애호가들은 꾸준히 보이 소프라노의 음반을 찾는다. 그것은 아마도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적 음색과 덜 여문 듯한 청순함 때문일 것이다. 이미 음성이 성숙한 여성 소프라노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풋풋한 감수성도 보이 소프라노만의 매력이다.

    데이빗 메레디스 ‘어메이징 그레이스’ 외
    데이빗 메레디스의 음반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이 같은 보이 소프라노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철저하게 고수한 음반이다. 1982년 생인 데이빗 메레디스는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웰즈 성당의 수석 성가대원이 된 전형적인 영국산(産) 보이 소프라노다. 소녀 소프라노 샬롯 처치에 비해 메레디스는 종교적인 엄숙함으로 충만한 노래를 들려준다. 가수의 특성에 맞게 수록곡도 대부분 교회음악이다. 모차르트의 저녁기도 중 ‘라우다테 도미눔’, 슈베르트와 바흐의 ‘아베 마리아’,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귀에 익은 곡들이 많다.

    보이 소프라노의 실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레퍼토리인 포레의 ‘레퀴엠’ 중 ‘피의 예수’를 들어보면 메레디스의 특성을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이 음반을 듣고 나면 성인 가수들의 노래가 너무 ‘세속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