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호

DNA백신 개발로 독감 정복한다

  • 글: 김대공 a2gong@donga.com

    입력2003-01-02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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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NA백신 개발로 독감 정복한다
    ‘파나마 A형‘으로 불리는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독감은 감기를 초기에 치료하지 않아 걸리는 ‘독한 감기‘가 아니라, 독감 바이러스(인플루엔자) 탓에 생기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감기와는 달리 고열과 전신근육통, 심한 쇠약감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1∼2주 경과하면 치료되지만, 2차 감염, 폐렴, 천식 등 합병증이 발병할 우려가 있다. 독감은 한번 유행할 때마다 바이러스의 형태, 즉 우리 몸에서 이물질로 인식하는 항원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기기 때문에 ‘세계의 여행자‘ 또는 ‘변장술의 명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중심에 유전물질인 RNA가 있으며, 이 RNA를 수많은 핵단백질과 중합효소가 둘러싸고 있다. 또한 독감 바이러스의 외피에는 2종의 당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H, hemaglutinin)과 뉴라미데이즈(N, neuramidase)가 있다. 헤마글루티닌은 인체의 세포 내로 침투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고, 뉴라미데이즈는 인체의 세포에서 복제를 마친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나오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힘든 이유는 바이러스가 매년 표면 단백질의 형태를 바꾸기 때문이다.

    독감을 정복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이 표면 단백질을 무력화하는 방법에 집중돼 왔다. 바로 뉴라미데이즈 저해제다. 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 세포에서 복제 후 다른 세포로 확산되는 구실을 하는 뉴라미데이즈의 기능을 저해하는 물질로서 이미 3년 전에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영국의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이 개발한 ‘리렌자‘와 호프만 라 로슈에서 개발한 ‘타미플루‘가 대표적인 뉴라미데이즈 저해제다. 그러나 뉴라미데이즈는 독감 변종마다 구조가 워낙 다양해 항체 종류마다 따로 면역을 길러야 한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가 없는 DNA 백신이 차세대 백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DNA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물질(RNA)을 뼈대로 만든 백신이다. DNA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에서는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가 생긴다. 훈련을 받은 T세포가 감염된 세포를 금세 죽이기 때문에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원의 최병석 교수팀(화학과)은 독감 바이러스의 RNA 중 특정 부위가 변종에 상관없이 프라이팬 같은 구조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교수는 ”이 부분에 달라붙어 작용을 방해하는 물질을 개발하면 변종에 상관없이 효과를 갖는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바이러스 전문가는 독감의 가장 확실한 치료책은 ‘안정된 휴식‘이라고 말한다. 독감 바이러스와 인체의 방어구조에 대한 비밀이 하나씩 풀리고 있지만 독감 바이러스 자체도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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