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위기는 ‘시한폭탄’
먼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그 영향이 우리 일상에 구체적으로 미치지 않으면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로 석유위기다. 석유위기라고 하면 식상할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중동에 전운이 감돌 때마다 유가가 올랐다가 이내 잠잠해지면 다시 내리고…. 이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케니스 S. 데페이에스(석유지질학)의 ‘파국적인 석유위기가 닥쳐오고 있다’(중심)를 읽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허버트 피크(Hubbert’s Peak)’인데, 이는 미국의 원유생산이 1970년대 초 최고조에 달한 후 감소할 것이라는 지질물리학자 킹 허버트의 1956년도 예측에서 따온 것이다. 미국이 석유 고갈에 대비해 자국 내 유전을 개발하지 않고 그냥 놓아둔다는 설도 있지만, 데페이에스에 따르면 결코 그렇지 않다. 허버트의 예측대로 미국내 원유생산은 1970년부터 줄어들어 현재는 중동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파국적인 석유위기의 시작은 언제부터 시작될 것인가? 데페이에스는 놀랍게도 빠르면 바로 2003년, 아무리 늦어도 2008년에 세계 석유 생산량이 정점에 달한 뒤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석유 수요는 날로 증가하는데 생산이 자꾸 줄어든다면 그 결과는? 책 제목대로 사회·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의 파국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들이 이런 경고의 목소리에 좀처럼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전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전지대에서 태어나 휴스턴의 셸 석유연구소에서 근무했고, 프린스턴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석유업계 컨설턴트로 일한 ‘석유장이’ 데페이에스는 고개를 흔든다. 이미 가용한 유전개발 기술을 모두 써버린 상태여서 추가 개발의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데페이에스는 본격적인 석유생산 감소시대에 연착륙하기 위해선 앞으로 10년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기간에 대체에너지 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령화사회의 파국을 막아라!
석유위기가 일종의 시한폭탄이라고 한다면, 그에 못잖게 위험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는 폭탄이 있다. 노령화사회란 시한폭탄이다. 2002년 4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엔 제2차 노령화 세계총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0명당 1명인 60세 이상 노인이 2050년엔 5명당 1명, 2150년에는 3명당 1명 꼴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세계인구의 중간연령도 현재의 26세에서 36세로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한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2000년에 이미 노령화사회(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로 진입했고, 2019년엔 노령사회(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가 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회장 피터 G. 피터슨은 ‘노인들의 사회 그 불안한 미래’(에코리브르)에서 ‘고령화의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고령화된 사회에서도 연금 및 건강보험 제도가 유지될 수 있게 근본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지붕은 해가 났을 때 고쳐야 한다’는 말을 인용,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훨씬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소수의 근로인구가 엄청난 숫자의 노인들을 먹여살려야 하는 까닭에, 연금기금 파산으로 인한 지급불능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나라 전체의 경제적 활력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빈곤이 만연할 개연성도 크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사람들이 이를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암초를 향해 돌진하는 배 위에서 무사태평인 꼴이다. 저자는 6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근로기간을 연장하도록 장려함으로써 노인들의 사회의존도를 낮춘다. 비노인계층의 근로활동을 확대한다. 더 많은, 더 생산성 있는 다음 세대를 길러낸다. 자식의 의무를 강조한다. 재정적 필요에 따라 상이한 혜택을 줌으로써 급여비용을 절약한다. 노후자금을 미리 저축하도록 장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