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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특집│노무현 시대

고비마다 승부수로 역전 홈런 날리다

‘노무현 대통령’ 300일 피말린 드라마

  • 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고비마다 승부수로 역전 홈런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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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파 의원들이 노후보에게 서운함을 갖게 된 것은 노후보의 이같은 전략적 고려와 무관치 않았던 것이다.

쇄신파가 노후보 지지를 애써 외면한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대권 후보군 중에는 노후보 이외에도 김근태, 정동영 후보 등 개혁적 성향의 후보들이 있었고, 당내 쇄신운동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줬던 한화갑 후보를 멀리할 수도 없었다. 또한 일부 쇄신파 의원들은 이인제 후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복잡한 ‘셈’에 여념이 없었다.

고립무원이던 노후보가 본격적인 당내 경선에 뛰어들면서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은 여론뿐이었다. 이때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이 바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다. 다행히 당시 여론은 노후보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노후보의 경쟁력은 이인제 후보와 박빙의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인제 후보는 강적이었다. 당 안팎에선 7명의 대권 후보 중 이후보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이후보가 동교동 구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쇄신파의 강력한 도전에 밀려 상처 입긴 했어도 동교동 구파는 여전히 묵시적 실세그룹이었다.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 상당수가 동교동 구파의 영향력 안에 있었다.

경선 당시 동교동 구파가 이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아니지만, 당내에서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훈평 의원은 당시 구 동교동계가 이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털어놓기도 했다.



“권노갑 고문 등 동교동계가 이인제를 지지한 것은 사실이다. 1997년 대선 때 이인제가 얻었던 500만표에 호남표와 충청표, 그리고 수도권표를 합하면 이회창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잘못된 계산이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 전용학, 김효석, 장성원 등 과거 국민신당 출신 계보 의원까지 합하면 이후보의 실질적 지지세력은 어느 누구보다 컸다.

이후보에 대한 노후보의 도전은 노사모와 함께 시작됐다. 노후보는 1월말 발족한 ‘개혁과 통합을 위한 국민후보 노무현 추대위원회’를 2월 중순까지 전국 단위 조직으로 꾸려나갔다. 당원과 대의원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설득작업을 벌이면서 철저히 밑바닥부터 훑는 전략을 폈다. 아울러 ‘영남후보론’을 내세웠다.

“노후보는 영남권에서 37% 이상의 득표력이 있다. 영호남 화합과 지역통합을 위해서는 노후보만한 사람이 없다”는 논리는 대의원들에게 예상외로 잘 먹혀들었다. 민주당 당원과 대의원들의 정서를 파고들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노당선자측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DJ 정권의 각종 게이트들이 불거지면서 당원과 대의원들은 거의 모두 절망상태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불만과 원망은 DJ보다는 DJ정권을 망가뜨린 몇몇 소수 그룹으로 향했다. 문제의 소수그룹이 지지하는 후보가 바로 이인제였다. 또 상당수 당원과 대의원들은 이인제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봤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가질 수 있었다.”

“바보 노무현, 우리는 그를 믿습니다”

노후보는 이와 함께 국민선거인단 모집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노사모 조직과 시민단체, 노조 등 개혁적 성향의 국민들이 국민선거인단에 적극 참여했고, 이것이 나중에 경선 승리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이다.

노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극단적인’ 성향으로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나름의 차별화 전략도 구사했다. 물론 그동안 자신이 유지해 온 기조는 버리지 않고 적정한 선을 유지해나갔다.

김근태·정동영 후보가 경선자금을 공개하면서 다른 후보들도 자금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을 때 노후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후보는 경선 6일을 남겨둔 3월3일 측근을 통해 그 이유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깨끗한 정치를 위한 김근태 고문의 충정어린 선언이 여야 간의 정쟁거리로 전락하는 현실을 보면서 경선자금 공개가 개선을 향한 출발이 아니라 이전투구의 시작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우려를 사전에 예방할 법과 제도 및 여와 야, 당내 후보간에 ‘합당한 기준’이 마련된다면 우리는 기꺼이 경선자금을 공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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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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