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에서 온 스님들이 앙코르와트를 순례하고 있다. 스님들이 입은 가사의 노란 빛깔이 인상적이다.
“예스”라 말해선 안 되는 거리
앙코르와트 입구는 언제나 ‘콜라’ ‘워터’ ‘포스트 카드’를 외치며 접근하는 꼬마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관광객이 물건을 사지 않을 기색을 보이면 반드시 “애프터!”라는 말로 나중을 기약하곤 하는데, 이 때 이들의 성화를 벗어나기 위해 무심코 “예스”라고 대답한 사람들은 나중에 반드시 곤욕을 치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꼬마 상인들이 몇 시간 후 다시 달려와 “나중에 산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당당하게’ 강매하는 것이다. 이방인을 어떻게 찾아내는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다. 몇 년 전까지는 물건을 사지 않아도 웃는 얼굴을 보였던 꼬마들은 관광객이 늘면서 순박한 미소를 잃어가고 있다. 물건을 사지 않으면 뒤돌아서 욕을 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앙코르와트로 들어가려면 먼저 이 꼬마상인들을 뚫고 해자(垓字)에 걸친 다리를 건너야 한다. 사원의 해자는 인도신화에 나오는 깊고 무한한 대양(大洋)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자 건너편의 앙코르와트는 마치 다른 세상인 듯 신비롭다. 앙코르와트는 고대 크메르인의 세계관을 그대로 구현해 놓은 구조다. 중앙의 높은 탑과 이를 동서남북으로 둘러싸고 있는 네 개의 낮은 탑은 5개의 봉우리를 지녔다는 힌두교의 성산 메루산을 상징화한 것이다. 메루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륙은 7개의 대양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인간세계는 그 밖에 있다. 그러니 앙코르와트로 들어간다는 것은 인간들의 땅을 지나 신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