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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과 환상, 인간을 꿰뚫다

문학, 세계의 반영

  • 글: 서성철 문학평론가 scsuh@unitel.co.kr

마술과 환상, 인간을 꿰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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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과 환상, 인간을 꿰뚫다

왼쪽부터 가르시아 마르케스, 보르헤스, 바르가스 요사

이들의 노력과 문학적 비전은 후배 작가들에게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선배들이 이룩해놓은 문학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더욱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생산해냈다.

그 두번째 그룹에 속하는 작가들로 아르헨티나의 에르네스토 사바토·코르타사르, 쿠바의 호세 레사마 리마, 멕시코의 후안 룰포 등이 있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한마디로 소설형식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소설의 서술방식은 직선적인 것이 아닌, 복잡다단한 미로, 또는 순환의 형태로 나타난다.

한편 본격적인 중남미 ‘붐’ 소설 작가로는 콜롬비아의 가르시아 마르케스, 페루의 바르가스 요사, 멕시코의 푸엔테스, 쿠바의 기예르모 카브레라 인판테 등이 있다. 이들은 한마디로 ‘이야기꾼’이다. 이야기 그 자체에 모든 의미가 있으며 그것을 창조해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작가에게 가장 큰 희열임을 역설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그들이 즐겨 쓴 수법이 바로 ‘마술적 사실주의’다.

어찌됐든 이런 ‘붐’ 소설은 전세계 문학계로부터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큰 영향을 끼쳤다. 살만 루시디, 토니 모리슨, 움베르트 에코, 밀란 쿤데라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여러 유명 작가들이 그 직·간접적 수혜자다. 이들이 중남미의 ‘붐’ 소설, 특히 보르헤스와 가르시아 마르케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중남미 소설은 이처럼 보르헤스를 필두로 가르시아 마르케스, 푸엔테스, 바르가스 요사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들은 낡은 리얼리즘을 배척하고 애매모호한 현실 그 자체에 대한 회의, 환상과 신화의 재발견, 새로운 패러다임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한 창조적 상상력 등으로 세계 문학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렇듯 황금기를 구가하던 ‘붐’소설은 197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그 기세가 꺾이고 만다. 출판시장의 위축과 역량 있는 신진작가 배출이 원활치 못한 것이 큰 원인이다. 쿠바 경제정책의 실패와 카스트로 정권의 독재화,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 등 혼란스런 정치상황도 중남미 문학에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이 됐다. 그래서일까, ‘붐’소설 이후 등장한 ‘포스트붐’ 세대의 소설들은 더 이상 진보와 혁명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내세우지 않으며 중남미의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초연한 자세를 견지한다.

‘포스트붐’ 세대 작가들이 직면한 딜레마는 전세대가 이룩한 문학적 성과에 안주하느냐, 아니면 그를 딛고 일어서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에 새 세대의 젊은 작가들은 선배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대신 그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붐’ 작가들이 과도한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으며, 작품이 너무 어려워 대중이 읽기 힘들고, 세계주의에 지나치게 함몰돼 중남미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포스트 붐’세대의 화려한 등장

그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읽기 쉬운 소설, 즉 기존의 리얼리즘으로 회귀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르헤스류의 ‘환상문학’, 마르케스류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배척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칠레의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루이스 세풀베다, 아르헨티나의 루이사 발렌수웰라·멤포 지아르디넬리·마누에 푸익, 쿠바의 미겔 바르넷·레오나르도 파두라, 멕시코의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우루과이의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 등이 바로 이 부류에 속하는 작가들이다.

‘포스트붐’ 소설은 ‘붐’소설과 달리 언어적 실험성이 많이 희석되어 대체로 읽기 쉬우며, ‘붐’소설이 가지고 있던 이념성을 바탕으로 한 경향문학적 성격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또한 공통적으로 하드보일드 소설 형식을 자주 활용한다. 전통적으로 저급한 문학으로 취급되던 추리소설(하드보일드 소설)과 그로부터 파생한 서스펜스 소설에서 자신들의 암울한 현실을 그릴 수 있는 도구를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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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철 문학평론가 scsuh@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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