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무사는 정보기관이지만 수사권을 갖고 있다. 민간으로 치면 국정원인 셈이다.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국가보안법위반 관련자 등에 대해 제한적으로 수사권을 갖듯 기무사도 군사기밀보호법(군기법), 국가보안법 관련 사안에 대해선 헌병, 군검찰을 제치고 독자적으로 수사한다. 정보수집과 수사기능, 거기에 지휘관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감찰권까지 갖고 있다. 기무사에 ‘무소불위’라는 별칭이 따라 다니는 것은 그런 사정 때문이다.
기무사 개혁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무사 개혁은 군 개혁방안의 단골 메뉴였다. 이는 기무사의 위력이 전신(前身)인 군사정부 시절의 보안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군 최대 파워기관으로 권력남용, 인사개입, 인권침해, 이권개입 등으로 논란을 빚어온 탓이다.
하지만 기무사 개혁은 늘 용두사미로 끝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늉에 그쳤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을 표방한 타율개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무사 개혁논의는 빈 수레가 요란한 꼴이었다. 기무사가 스스로 기득권을 내놓지 않는 한 기무사 개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에 기무사가 스스로 내놓은 개혁추진방안의 핵심은 기구·인원 축소와 대민(對民) 정보활동, 인·허가 관련 업무 등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일부 업무의 폐지 또는 이관이다.
당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른바 ‘개혁적 차원의 인사조치’. 기무사는 송영근 사령관 취임 이후 핵심 보직자 70여 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 적재적소 배치와 더불어 지연편중 시비를 해소했다고 장관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실제로 군 주변에서는 이번 인사로 그간 문제가 됐던 핵심 요직의 호남 편중 현상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피해 보지 않는 선에서만 개혁
‘신동아’는 기무사 개혁추진과 관련해 전직 기무사 고위관계자 A씨의 증언을 들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A씨는 기무사의 권력 남용과 구조적 비리를 고발하는 한편 개혁방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기무사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언론에 기무사 내부 문제를 털어놓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기무사 개혁논의가 한창입니다. 이와 관련해 신임 사령관이 자체 개혁방안을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합니다. 기무사 개혁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크게 사람과 조직, 기능의 문제입니다. (기무사) 밖에서 온 사령관이 하는 개혁은 한계가 있습니다. 조직원들이 겉으로만 충성하고 속으로는 따르지 않기 때문이죠. 사령관에게 조직 내부의 문제는 얘기하지 않아요. 보고를 하더라도 핵심내용은 빼놓습니다. 그동안 사령관이 바뀔 때마다 개혁 얘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늘 핵심은 젖혀두고 곁가지만 거론합니다. 시늉만 하는 거지요. 자기들이 피해 보지 않는 선에서만 개혁을 추진합니다. 그러니 외부에서 온 사령관은 속사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게 되죠.
반면 내부에서 올라간 사령관은 절대로 기무사의 권한이나 기능을 축소하지 않습니다. 기무사 내부 사람들은 자신들의 둥지를 절대 못 부숩니다. 그러니 또 개혁이 안 되죠. 패거리 보호주의 같은 게 아주 강한 조직이에요. 국방장관을 비롯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역입니다.”
-예산 사용은 어떻습니까.
“기무사 개혁을 위해서는 예산 사용의 적절성과 효율성을 짚어봐야 합니다. 현재 군에서 유일하게 감사원 감사를 안 받는 기관이 기무사입니다. 사령관과 참모장이 알아서 집행하지요. 기무사 예산은 크게 국방부에서 편성하는 운용예산과 국정원 사업예산으로 구분됩니다. 운용예산은 일반예산에 속하므로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로비를 통해 감사를 받지 않습니다. 다만 국정원 사업예산은 국정원으로부터 감사를 받습니다. 알다시피 국정원은 각종 정보기관을 조정·통제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각 군의 정보예산은 국정원에서 지급됩니다. 기무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국정원 감사는 사실 형식적인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