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마는 불과 다섯 살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모두 연주했을 만큼 천재성과 탁월한 테크닉, 그리고 대중적인 인기까지 겸비한 드문 연주자다. 이런 ‘다양함’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중국인이라는 다국적 성장배경에 그 이유가 있는 듯싶다. 그런 점에서 ‘파리-라 벨 에포크’ 음반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에 작곡된 프랑스 음악이다. 모두 바이올린 곡이지만 요요마가 직접 첼로곡으로 편곡해 연주했다.
프랑스는 요요마의 정신적 고향이다. 중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받았지만, 요요마는 자신이 7세 때까지 자란 파리를 고향으로 여긴다. 그런 경향은 더없이 편안하고 여유로운 이 음반의 연주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두 곡의 소품(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 생상의 ‘하바네라’)과 두 곡의 소나타(포레,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함께 커플링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사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에 비해 레퍼토리가 드물다는 것은 독주 악기로서 첼로가 갖는 중대한 결함이다. 첼로의 성서인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이미 스물일곱 살에 녹음한 -40대가 되어 한 번 더 녹음하기는 했지만- 천재 첼리스트 요요마에게 이같은 레퍼토리의 한계는 고민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는 30대 후반부터 탱고와 재즈, 크로스오버, 미국 현대음악, 바로크 원전연주 등 여러 음악을 동원해 첼로 레퍼토리를 늘리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 중 몇 장의 음반은 범작의 범주에 머무르기도 했지만 ‘라 벨 에포크’ 음반은 뛰어난 성과 중의 하나로 손꼽아도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