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호

미 상원 행정위 북한 관련 증언록

“마약·위폐·미사일은 김정일의 생명줄”

  • 글: 래리 워츨 미국 헤리티지 재단 부소장

    입력2003-06-24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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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상원 행정위 북한 관련 증언록

    지난 5월20일 두 탈북자가 복면을 쓰고 미 상원 행정위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마약·위폐 수출에 대해 증언했다(복면을 쓰지 않은 사람은 통역). 이날 워츨 박사도 북한의 위협에 대해 종합적인 증언을 했다.

    이날 행정위에서는 북한의 마약과 위폐·무기 수출을 연구해온 헤리티지재단의 래리 M. 워츨(Larry M. Wortzel) 박사도 참석해 대북 강경책을 요구하는 증언을 하였다. 복면을 쓴 탈북자의 진술은 언론을 통해 한국에 알려졌으나, 워츨 박사가 종합적으로 밝힌 북한의 마약·위폐 수출 등에 대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한반도 문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의 조야는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워츨 박사가 미국 상원 행정위에서 증언한 내용을 요약 게재한다. 워츨 박사의 증언 원문은http://www.heritage.org/Research/AsiaandthePacific/test052103a.cfm 에서 읽을 수 있다(편집자)>>

    북한의 마약과 위조지폐·무기 수출에 관해 증언할 수 있도록 불러주신 데 대해, 행정위 위원장과 위원 제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지난 4월23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은행 발표를 인용해 2001년도 북한의 수출액은 6억5000만달러였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같은 해 북한은 마약밀매로 5억∼10억달러를, 미사일 수출로 5억6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1월20일자 ‘가디언’은 주한미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매년 40t의 아편을 생산하고 있으며 위조달러 수출로 연간 1억 달러를 벌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세인 정권과 마찬가지로 김정일 정권은 정부라기보다는 일인 숭배를 토대로 한 교조적인 범죄집단(cult-based, family-run criminal enterprise)에 가깝다. 김정일 정권은 국제법과 국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집권이후 북한에서는 300만명이 기근으로 사망했다.

    사담 후세인과 김정일의 닮은 점



    사담 후세인과 그가 이끌었던 바트당(黨)의 역사는, ‘범죄집단’이 권력을 장악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담과 바트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살인과 고문·강간·약탈 등의 만행을 자행하였다. 사담 후세인이 석유 생산에서 얻은 부(富)를 토대로 정권을 유지하였다면 김정일은 일본인과 한국인들을 납치해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산유국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경제체제를 갖고 있는 북한에서 수출할 것이라고는 무기와 마약밖에 없다. 김정일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 간부는 물론이고 인민군과 보위부 군관에게 식량과 연료를 공급해야 하는데, 이 것을 공급해준 것이 바로 북한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이다.

    북한의 돌출행동과 낙후된 경제는 전 세계를 안보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4월20일 호주 해군은 5000만달러 상당의 헤로인 50kg을 호주로 밀반입하려던 북한 선박을 나포했다. 그리고 북한 외교관이 외교 행낭을 이용해 마약 밀매를 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도 북한 마약 차단에 동조할 것

    [마약 거래] 1994년 중국은 북한에서 재배한 6kg의 아편을 밀반입하려던 북한 외교관을 검거하였다. 1995년에는 인민무력부의 간부가 같은 행위를 하다 중국에서 체포되었다. 북한은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북한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마약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다.

    미 국무부에서 발행한 마약 관련 한 보고서는 ‘공식 및 비공식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20∼30년 전부터 아편을 재배해 오고 있으며 마약류의 불법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한 북한의 아편 재배를 증언하는 목격자가 있으며 북한에서 생산하는 아편 양은 연간 30∼44t으로 추산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추정’만 할 뿐 정확한 판단은 하지 않고 있다. 2003년에 나온 보고서 역시 북한이 양귀비(아편의 원료)를 재배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무부의 무능을 말해줄 뿐이다.

    미국은 수많은 첩보위성을 운용하고 있는데, 왜 북한의 양귀비밭을 촬영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이것을 찾아내지 못하는 첩보위성이라면 지하에 숨겨놓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프로그램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나는 1988년부터 1990년, 그리고 1995년부터 1997년 사이에 주중 미대사관의 무관으로 근무했다. 그때 나는 여러 차례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부터, 중국이 파키스탄에 핵과 미사일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국무부에 알렸다. 그럼에도 국무부는 파키스탄이 첫 번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을 할 때까지 ‘파키스탄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확언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국무부의 발표를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다.

    북한은 세계 곳곳에서 마약을 수출하다 적발되는 나라이다. 이러한 북한의 마약 밀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전세계가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는 북한에 대한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 중국조차도 북한의 마약 거래를 차단하는 데는 동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조지폐] 북한은 모든 것이 부족한 어려운 나라이다. 그런데도 1000만달러를 들여 미국의 조폐공사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지폐 제작용 인쇄기를 도입했다.

    1999년 미국 의회 조사국(CRS)은 북한이 매년 1500만달러의 위조 달러를 찍어 세계에 유통시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1998년 4월 러시아 경찰은 3만달러의 위조달러를 유통시키던 북한인을 체포한 바 있다.

    北, 중국과 함께 미사일 시장 개척

    [미사일 수출]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설비·부품·재료 그리고 관련 기술자들을 남미·아프리카·중동·동남아시아 등에 제공해왔다. 미사일 수출에 있어 중국은 북한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였으며, 두 나라는 종종 한 팀을 이뤄 시장을 공략해 왔다.

    북한이 중동지역에 수출한 미사일은 5억8000만달러에 이른다. 1993년 북한은 150기의 노동1호를 이란에 수출하였고, 이란은 미사일 개발과 핵무기 개발 명목으로 5억달러를 북한에 지불하였다. 1994년 8월 발행된 ‘이란에 관한 보고서’는 미국 첩보위성이 이란 북부 도시인 이스파한에서 25마일 떨어진 곳에서 조립하고 있는 3기의 노동미사일을 촬영했다고 밝히고 있다.

    1995년 CIA는 이동식 스커드미사일 발사대가 이란에 유입된 것을 확인했다. 1997년 중국과 북한은 이란에 미사일 전문가를 보낸 바 있다.

    북한은 시리아와도 미사일 거래를 했다. 시리아는 북한에 SS-21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수출했는데 북한은 이 미사일을 분해해서 역설계(reverse engineering)해봄으로써 스커드미사일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었다.

    미국은 사거리가 1500km인 파키스탄의 가우리미사일이 북한의 기술력에 의해 개발되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1980년대 말부터 중국은 파키스탄에 핵무기 관련 기술과 M-11 미사일을 공급해왔고, 북한은 가우리미사일의 제작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파견해왔다.

    가우리미사일은 노동미사일의 개량형으로 액체 연료를 사용한다. 1998년 인도 경찰은 칸디아항에 들어온 북한 선박을 억류했는데 이 선박에는 탄도미사일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설계도, 부품 등이 선적돼 있었다. 인도 경찰은 이 물품이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2002년 12월 스커드미사일을 싣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선박이 스페인 군함에 의해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수출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때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로는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막기 위해서는 해상봉쇄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일었다.

    [군사 행동]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 그리고 군대를 일시에 공격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취하면 엄청난 수의 민간인이 위험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개전 수일 안에 100만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을 보복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서 군사적인 행동을 취하려고 한다면 사전에 일본·한국과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국, 북한 봉쇄에 동참하지 않을 것

    중국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연료의 70∼80%, 식량의 30∼40%를 공급해주고 있다. 중국은 북한을 다자회담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연료공급을 줄여나가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줄이지는 않았다. 얼마전 북한에서 사흘간 전력이 끊긴 일이 있었는데 이는 석유를 수송하는 데 기술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간부들은 김정일 정권이 붕괴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식량과 연료의 공급이 중단되면 북한은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수출을 막으려는 국제적인 노력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외교적 수사(修辭)와는 달리 중국은 미사일과 핵무기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정책은 미국의 비확산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반대로 보면 불량국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억제정책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해상과 공중봉쇄를 실시해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선박을 정선(停船)시켜 검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는 북한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을 펼치려면 실질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 앞에 놓여 있는 일본과 한국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 선박은 그래도 정선시켜 검색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 나오는 항공기는 어느 나라 어느 공항에 강제 착륙시켜 검색할 것인가(강제착륙 시도는 선전포고로 오해될 수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협력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을 고립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 하에 사찰을 받기 전에 미사일과 전문인력을 러시아나 중국으로 옮겨놓을 수도 있다. 마약류의 거래를 막는 것이라면 협조하겠지만, 미사일과 무기류 비확산 문제라면 러시아와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권고사항]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원조를 받고 싶다면 북한은 먼저 핵개발을 포기해야 한다. 김정일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한 6·15공동선언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국은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5억달러를 비밀리에 북한에 송금했다(결국 한국은 북한에 속은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북한의 협박에 속아넘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미국은 북한과 고위급 양자회담을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회담에 응하는 것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나는 미국 정부에 다음과 같은 정책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북한과 이웃하고 있는 나라의 정보기관·세관·공안당국과 협조해 북한의 마약밀매를 근절하는 대책을 세워라.

    ●미국 외교당국은 북한의 마약밀매는 김정일 정권이 조직적으로 펼치는 국가 범죄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은 평양에 있는 자국 외교기관을 통해 북한에서 제작한 마약과 위폐가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외교기관을 적절히 감시하여야 한다. 물론 자국에 나와 있는 북한 외교기관에 대한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

    ●반(反)테러 전쟁을 하고 있는 만큼 미국은 마약 거래를 하는 북한을 지원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본은 북한과 2억4000만달러 규모의 무역을 하고 있다. 북한이 불법 행위를 지속하고 납치한 일본인의 송환을 거부한다면, 미국은 일본에게 무역의 규모를 줄이도록 설득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아태 지역에 계속해서 배치해야 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감소하기 위해 그 지역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한다. 미국과 일본은 미사일방어체제(MD)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북한과는 양자(兩者)가 아닌 다자(多者)간 협상을 가져야 한다.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은 북한의 핵 포기가 선행된 후 이뤄져야 한다.

    한미동맹 철저히 유지하라

    [결론] 중국 공산당의 고위급 인사들은 북한의 대미 협상전략을 지지하고 있다. 베이징과 평양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북간 양자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여기에 마음이 흔들린 서울은 미북간에 직접 협상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나는 미북 양자간의 대화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자 협상이다. 그리고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해야만 경제 지원할 수 있음을 확실히 나타내야 한다.

    북한은 이란이나 이라크처럼 (석유) 자원이 없는 데도 전세계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원조가 중단되면 외교정책이 전반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은 강한 것 같아도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이후 한미동맹·미일동맹, 그리고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에 의해 강력히 억제되고 있는 나라에 불과하다.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이 세 가지 요소를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번역 : 송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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