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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점입가경’ 한나라당 대표 경선

낮과 밤 다른 ‘지하철 계보’ 등장

  • 글·이종훈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taylor55@donga.com

‘점입가경’ 한나라당 대표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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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와 개혁을 화두로 시작한 한나라당 대표 경선.
  • 하지만 후보간 줄세우기와 줄서기, 그리고 돈과 자리를 놓고 지저분한 ‘뒷거래’가 판을 치면서 구태를
  • 되풀이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 및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정치인들의 아름답지 못한 뒷모습.
‘점입가경’ 한나라당 대표 경선

한나라당 대표 경선 출마자 6명이 합동정견발표회장에 참석, 순서를 기다리고있다. 최병렬, 강재섭, 김형오, 서청원, 이재오, 김덕룡 후보(왼쪽부터).

거대 야당 한나라당이 ‘선거열풍’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대선 패배로 침울했던 당 안팎에서 반년 만에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한나라당은 6월26일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표를 뽑는 데 이어 7월10일경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을 뽑는 경선을 잇따라 치르게 된다.

대표 경선에 나선 6명을 포함, 3개 당직에 이미 도전장을 내밀었거나 앞으로 내밀 의원들을 합치면 20명 선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대표 경선(6월24일) 때 함께 투표하는 16개 시도 지역운영위원(40명) 경선에 나선 의원들은 30명이 넘고, 이들과 겨룰 지구당위원장 및 지방의원도 20명이 넘는다.

지역운영위원 경선에 나선 의원들 가운데 일부 정원 미달 지역의 경우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상황이긴 하지만 어쨌든 통계상으로만 보면 한나라당 국회의원(153명) 가운데 3분의 1이 직접 선거에 나서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선거 홍수’에 휩쓸려갈 지경이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북핵 사태, 경제 위기,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국정 혼란 등으로 사회 전반이 어수선하지만 정작 당내에선 선거가 최대 이슈다. 당 권력의 향방을 가름하는 최대 행사인 만큼 의원이나 당직자, 보좌관들까지 모이면 하나같이 오로지 경선 얘기뿐이다.

이번에 시리즈로 치러지는 각종 선거는 한나라당에 있어 도전과 모험이자 동시에 희망이다. 내년 총선 때까지 당을 이끌 선장과 원내사령탑, 지역사령관들을 뽑아 당의 골격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기도 하지만 누가 전면에 등장하느냐에 따라 짧게는 총선에서부터 멀게는 차기 2007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직접 선거에 나서 뛰면서도 한편으론 대표 경선 주자들 뒤에 열심히 ‘줄서기’를 하고 있는 것도, 또 대표 경선 주자들이 의원들과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줄서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은 그런 이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의원들의 줄서기와 줄세우기는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대단히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줄서기를 둘러싼 다양한 행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표 경선에 나선 주자들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당권도전에 나선 이유와 목적이 줄서기와 줄세우기를 설명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표 경선에 나선 주자들은 모두 6명이다. 서청원(徐淸源 동작갑 5선), 김덕룡(金德龍 서초을 4선), 최병렬(崔秉烈 강남갑 4선), 강재섭(姜在涉 대구서 4선) 등 이른바 ‘빅4’와 김형오(金炯旿 부산 영도 3선), 이재오(李在五 서울 은평을 재선) 의원이다.

우선 서청원(60) 의원을 보자. 지난 대선 때 당 대표였던 그는 대선패배에 따른 대표 경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출마를 강행했다. 타주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일단 원내외 지구당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세몰이에서는 다소 앞선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수도권과 출신 지역인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그는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대권도전을 향한 초석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도전이 갖는 위험성의 비중을 고려할 때 낙선은 사실상 ‘정치생명의 끝’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3당 합당을 성사시켜 오늘의 한나라당을 탄생시킨 주역이면서도 줄곧 비주류의 길을 걸어온 김덕룡(DR·62) 의원. 그는 민정계가 장악해온 당내에서 호남 출신이라는 운명적 한계를 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화와 개혁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화두와 맞물려 힘을 받고 있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약진,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내에서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65세로 출마 후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최병렬 의원은 ‘인큐베이터론’을 내세우고 있다. 요약해 말하면 자신은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끈 다음 차기 대권주자를 만드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경쟁 진영에서는 최 의원이 내각제를 통해 총리직을 노릴 것이라거나, 일부 주자와의 연대를 통해 차기 전국구 1번을 내정받은 뒤 국회의장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는 얘기를 흘리고 있다.

대구 경북(TK)이 기반인 강재섭(54) 의원은 후보 중 가장 젊다. ‘고령’으로 가득한 현재의 한나라당으로는 이미 한계에 부딪쳤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TK의 압도적 지지 속에서 ‘젊은 지도자론’을 주창하고 있는 그는 이번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확고히 한 상태.

이같은 출마의 명분으로 볼 때 가장 위험한 도전을 감행하고 있는 후보는 서의원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당을 이끌었던 대표로, 대선 직후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안겠다고 공언했다가 과감히(?) 번복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 간판으로 누려온 ‘대표 프리미엄’을 이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지구당 위원장들의 줄세우기에도 가장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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