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20일 두 탈북자가 복면을 쓰고 미 상원 행정위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마약·위폐 수출에 대해 증언했다(복면을 쓰지 않은 사람은 통역). 이날 워츨 박사도 북한의 위협에 대해 종합적인 증언을 했다.
북한의 마약과 위조지폐·무기 수출에 관해 증언할 수 있도록 불러주신 데 대해, 행정위 위원장과 위원 제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지난 4월23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은행 발표를 인용해 2001년도 북한의 수출액은 6억5000만달러였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같은 해 북한은 마약밀매로 5억∼10억달러를, 미사일 수출로 5억6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1월20일자 ‘가디언’은 주한미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매년 40t의 아편을 생산하고 있으며 위조달러 수출로 연간 1억 달러를 벌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세인 정권과 마찬가지로 김정일 정권은 정부라기보다는 일인 숭배를 토대로 한 교조적인 범죄집단(cult-based, family-run criminal enterprise)에 가깝다. 김정일 정권은 국제법과 국민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집권이후 북한에서는 300만명이 기근으로 사망했다.
사담 후세인과 김정일의 닮은 점
사담 후세인과 그가 이끌었던 바트당(黨)의 역사는, ‘범죄집단’이 권력을 장악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담과 바트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살인과 고문·강간·약탈 등의 만행을 자행하였다. 사담 후세인이 석유 생산에서 얻은 부(富)를 토대로 정권을 유지하였다면 김정일은 일본인과 한국인들을 납치해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산유국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경제체제를 갖고 있는 북한에서 수출할 것이라고는 무기와 마약밖에 없다. 김정일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 간부는 물론이고 인민군과 보위부 군관에게 식량과 연료를 공급해야 하는데, 이 것을 공급해준 것이 바로 북한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이다.
북한의 돌출행동과 낙후된 경제는 전 세계를 안보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4월20일 호주 해군은 5000만달러 상당의 헤로인 50kg을 호주로 밀반입하려던 북한 선박을 나포했다. 그리고 북한 외교관이 외교 행낭을 이용해 마약 밀매를 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도 북한 마약 차단에 동조할 것
[마약 거래] 1994년 중국은 북한에서 재배한 6kg의 아편을 밀반입하려던 북한 외교관을 검거하였다. 1995년에는 인민무력부의 간부가 같은 행위를 하다 중국에서 체포되었다. 북한은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북한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마약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다.
미 국무부에서 발행한 마약 관련 한 보고서는 ‘공식 및 비공식 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20∼30년 전부터 아편을 재배해 오고 있으며 마약류의 불법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한 북한의 아편 재배를 증언하는 목격자가 있으며 북한에서 생산하는 아편 양은 연간 30∼44t으로 추산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추정’만 할 뿐 정확한 판단은 하지 않고 있다. 2003년에 나온 보고서 역시 북한이 양귀비(아편의 원료)를 재배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무부의 무능을 말해줄 뿐이다.
미국은 수많은 첩보위성을 운용하고 있는데, 왜 북한의 양귀비밭을 촬영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이것을 찾아내지 못하는 첩보위성이라면 지하에 숨겨놓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프로그램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나는 1988년부터 1990년, 그리고 1995년부터 1997년 사이에 주중 미대사관의 무관으로 근무했다. 그때 나는 여러 차례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부터, 중국이 파키스탄에 핵과 미사일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국무부에 알렸다. 그럼에도 국무부는 파키스탄이 첫 번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을 할 때까지 ‘파키스탄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확언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국무부의 발표를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