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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부록|바캉스~ 올 여름엔 여기가 딱!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 글: 이형준 사진가·여행작가 heephoto@hananet.net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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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 튀니지 시디 부 사이드 ② 미국 메사베르데 ③ 뉴질랜드 밀퍼드사운드
  • ④ 일본 다카라즈카 ⑤ 오스트레일리아 헌터밸리 ⑥ 독일 하멜른
  • ⑦ 타이 칸차나부리 ⑧ 영국 힐탑
  • 와이키키, 알프스, 에펠탑…. 너무나 잘 알려져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그러나 소문난 잔칫상에는 먹을 것이 없는 법. 시선을 돌리고 생각을 바꾸면 지구촌 곳곳에는 봐야 할 곳, 만나야 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비교적 한적하면서도 볼거리, 배울거리가 풍부한 이색 명소 여덟 곳을 소개한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색다른 해외여행지 베스트 8

시디 부 사이드 아래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카르타고 유적지를 관람하는 방문객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튀니지는 작은 나라지만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곳곳에 숨어 있는 고대유적에서부터 로마와 이슬람의 역사도시에 이르기까지. 그 수많은 여행지 가운데서도 단연 눈부시도록 빛나는 곳이 시디 부 사이드(Sidi bou Said)다.

시디 부 사이드의 언덕을 내려가면 페니키아인들이 건설한 도시 카르타고가 모습을 드러낸다. 명장 한니발 장군이 로마와 벌인 포에니전쟁에서 패하기 전까지 약 1000년 동안 이 도시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경제의 중심지였다.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카르타고 유적지는 상당부분 소실되었지만, 지금도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둥과 성벽에 남아 있는 조각, 상징물들은 하나같이 세련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페니키아인들의 높은 문화적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상과 지하로 이루어진 카르타고 유적에는 커다란 광장과 시장 등 당시의 생활공간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다를 향하여 우뚝 솟아있는 커다란 기둥과 회랑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물품 거래소 터다. 이곳에 서면 지중해를 누비며 문물을 이동시키고, 장차는 알파벳 문자를 만들어 인류가 자신들의 흔적을 영원토록 간직하게 해 놓은 페니키아 상인들의 삶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비즈니스와 교역이 단순히 경제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임을 자녀들에게 느끼게 하려면 카르타고 유적만한 여행지도 다시 없을 듯.

그렇다고 시디 부 사이드에서 오로지 옛 역사의 진지함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미로를 연상케 하는 좁고 복잡한 골목마다 재스민 꽃향기가 나그네를 유혹하고 양편에 늘어선 대문과 창문이 예쁜 크고 작은 주택들은 마치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아기자기하다.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 같은 이 도시의 자랑거리 가운데 으뜸은 시대와 주인의 개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를 간직한 대문과 창문이다. 이를 하나 하나 살피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지적경험이 될 정도.



창문과 대문의 시대별 특성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은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10여 곳 남짓의 카페다. 시디 부 사이의 카페들은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중에서도 지중해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낭떠러지 위에 위치한 ‘카페 나트’는 튀니지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튀니지의 명소다.

카페 나트가 유명해진 것은 멋진 풍경과 더불어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 나트에는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는 앙드레 지드, 모파상, 화가인 폴 클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세계의 스크린을 주름잡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았다. 이들이 카페를 찾을 때면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문학도와 시민들이 찾아와 작품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고 한다.

카페 나트는 운영하는 방법도 흥미롭다. 커다란 계단을 중심으로 각 테라스마다 손님을 접대하는 종업원이 배치되어 있는데, 회교국답게 종사자가 모두 남자다. 이런 이유로 손님들은 빈자리가 있어도 스스로 찾아가는 법이 없다. 입구에서 단골 종업원을 부르거나 그 종업원이 담당하는 테이블로 가 앉는다. 아름다운 풍광과 독특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카페 나트의 또 한 가지 자랑거리는 소나무 잎을 우려내 만드는 솔잎 차(茶). 동양차와는 다른 그윽한 향이 일품이다.

시디 부 사이드의 카페엔 시간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해가 서쪽 수평선 너머로 고개를 숙이는 저녁 무렵이면 발길이 부쩍 늘어난다.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감상하려 카페를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 저녁놀이 지고 여기저기 걸려있는 램프에 불이 들어오면 재스민꽃을 바구니에 담아 파는 행상이 카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닌다. 꽃행상이 지나간 자리는 온통 재스민 향기의 바다로 변한다.

시디 부 사이드는 한적하고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면서 역사의 힘을 되새길 수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어느 골목, 어느 카페를 가더라도 꽃향기와 감미로운 선율이 감도는 곳, 다양한 문화와 삶을 한꺼번에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 가는 길

인천에서 파리,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수도인 튀니스로 입국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빠르다. 튀니스 공항에서 시디 부 사이드까지는 승용차를 이용하여 20분, 튀니스 시내에서도 기차와 승용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다.

◆ 볼거리

시디 부 사이드는 작은 휴양지지만 볼거리가 많다. 아름다운 골목과 창문을 비롯하여 카페 나트, 카르타고 유적지, 국립 박물관, 로마 시대에 건설한 목욕탕과 수도교 등. 인근에서 볼 수 있는 명소는 지상 최대규모 모자이크가 전시되어 있는 국립 바르도 박물관, 인류문화유산인 튀니스 메디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테라스 등이다.

◆ 기타

시디 부 사이드에는 예쁘고 아담한 숙소가 여러 곳이 있다. 수도 튀니스에는 국제적 체인 호텔인 메리디앵, 힐튼부터 저렴한 호텔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4인 가족이 3박4일 가량 머물 경우 600∼1000유로가 필요하다. 시디 부 사이드나 튀니스 모두 국제적인 휴양지답게 치안상태가 양호해 안전한 편. 그러나 늦은 저녁시간 여자 관광객 혼자서 골목을 다니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튀니지는 3개월 동안 비자 없이 여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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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준 사진가·여행작가 heephoto@hana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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