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총력 특집|4·15 여의도 대지진, 그후

이재철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의 총선 관전기

몽골 기병 초원을 달리듯 국민 품속으로 뛰어들다

  • 글: 이재철 변호사 mdlaw1@hanmail.net

이재철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의 총선 관전기

2/3
노풍은 탄핵바람으로 궁지에 몰린 야당이 정동영 의장의 실언을 물고 늘어지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시작된 세대간 갈등이 재연된 정치현상일 뿐이다. 정동영 의장은 공인의 언행이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지를 교훈으로 남긴 채 끝내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탄핵역풍 덕분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가. 열린우리당은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갓 태어난 정당이고 지역적 연고주의와 패거리 부패정치 청산의 기치를 들었다는 점에서 노쇠한 이미지의 야당들과는 뭔가 달라 보였다. 몽고족이 바람처럼 빠른 기마병의 기동력으로 역사상 가장 거대한 왕국을 건설했고, 로마제국이 간편한 전투복과 짧은 단검을 무기로 강력한 제국을 건설했듯이 열린우리당은 지역기반과 과거 집권당이 누리던 자금력이나 권력의 보호 없이, 마치 몽고족이 황량한 초원을 달리듯이 지역구도와 흑색선전, 부패와 금권정치로 표상되는 구태정치 청산을 목표로 매진했다.

당사 전세보증금의 일부에 불법선거자금이 유입된 것이 확인되자 주저 없이 영등포 가건물로 옮기고 국민참여경선으로 후보자를 선출하는 등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민심에 발 빠르게 부응했다. 그것이 열린우리당 약진의 또 다른 이유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회 주류세력으로서 달라진 민심에 신속히 대응하기에는 사고력과 조직의 유연성에 한계가 있었고, 민심에 따라 기득권을 버리기에는 그들이 누려온 과거의 영광과 안이함이 너무 컸다. 그 결과 거함 한나라호(號)는 비록 지역주의 부활과 거여견제 심리로 기사회생하긴 했지만 한때 침몰 직전까지 기울었고 민주당은 원내교섭단체의 구성에도 못 미치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개혁성·도덕성에 비중



이번 선거는 공천과정에서부터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다. 당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공천이 이루어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지역주의에 결부된 하향식 밀실공천이 후보자 선택의 폭을 제한하고 정당개혁의 발목을 잡아온 게 사실이다. 한두 사람의 보스가 정치헌금 형태로 공천대가를 받는 등으로 공천권을 행사했고, 국회의원은 공천권을 쥔 보스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각 당은 상향식 개방 공천방식을 채택해 공천의 민주화와 투명화를 시도했다.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거기서 후보자를 선정하고 일부 후보자는 경선을 통해 결정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경선방법으로는 당원 직접경선에서부터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 당원과 시민을 아예 구분하지 않는 완전개방형 국민경선, 유권자 여론조사, 심지어 인터넷 공모까지 다양한 방법이 도입되었다.

상향식 개방공천이라는 공천개혁에 있어서도 열린우리당은 다른 당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 7명, 당료 3명, 대학교수 4명, 소설가 1명, 화백 1명, 변호사 1명, 시민단체장 출신 1명 등 18명으로 구성된 ‘공직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심사했다. 심사위원회는 제출된 서류와 지구당 실사자료를 토대로 후보자의 병역, 전과관계, 납세실적, 당적변경, 출마경력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일부 지구당의 경우 후보자들에 대한 집단 인터뷰를 실시하기도 했다. 심사위원들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에는 투표로 결정했다. 당선가능성을 우선 고려했지만, 이에 못지않게 개혁성, 도덕성에 비중을 둬 개혁과 깨끗한 정치를 지향하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인물을 선정했다.

경선지역이 전체의 40% 이상이었고, 경선 방식은 100%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러졌다. 이 점에서 순수 국민참여경선이 아니라 여론조사 방식 또는 당원동원 경선으로 치른 다른 당들과 크게 차별화됐다.

열린우리당은 ‘공직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라는 공적 기관에서 후보자를 검증하고 광범위한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결정함으로써 공천의 투명성과 상향식 개방공천이라는 공천혁명을 일궈냈다.

얼마나 고대했던가, 돈 안 쓰는 선거

이번 선거에서부터 효력을 발휘한 개정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개혁적인 선거법이다. 정당연설회·합동연설회 등 가두집회가 금지되고 후보자를 포함해 6명 이상이 한꺼번에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후보자만이 어깨띠를 할 수 있고 명함도 돌릴 수 있다. 당 대표나 유력 인사도 지원연설을 하려면 연사로 등록해야 한다. 향응을 받은 유권자가 발각되면 50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되고 금품을 받고 신고하면 25배에 해당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부정선거를 하다가 발각되면 당선무효를 각오할 수밖에 없다는 법의식이 보편화됐다.

2/3
글: 이재철 변호사 mdlaw1@hanmail.net
목록 닫기

이재철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의 총선 관전기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