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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4당으로 추락한 민주당, 사이렌 울리고 돈 빌려가며 비례대표 등록했건만

  • 글: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4당으로 추락한 민주당, 사이렌 울리고 돈 빌려가며 비례대표 등록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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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동행했던 김방림(金芳林) 의원이 갑자기 “우선 이걸로 등록부터 하라”며 4억2000만원을 내밀었다. 3억6000만원짜리와 6000만원짜리 수표 각 1장이었다.

이 돈과 당에 납부돼 있던 5명분의 기탁금을 합쳐 4억9500만원으로 33명분의 등록이 가능했다. 당에서 마련한 3억원이 선관위 계좌로 송금된 시간은 후보등록 마감시간을 3분 넘긴 5시3분. 김 의원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민주당은 후보등록조차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떨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민주당 비대위에게 김 의원은 일종의 구세주였던 셈이다.

김 의원이 선관위에 동행하게 된 과정도 아슬아슬한 우연의 연속이었다. 야당 시절부터 수십 년간 당료로 잔뼈가 굵은 김 의원은 선대위가 감행한 공천파동의 와중에서 자칫 야당 시절부터 고생을 함께해온 고참급 당료 후배들이 제대로 안배되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며 비대위 회의장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에서 비례대표 14번에 배정받은 차태석(車泰錫) 당 종합민원실장은 미처 후보기탁금을 마련치 못한 상태에서 ‘기탁금 미납자 개별납부’ 방침이 내려지자 급한 김에 ‘누님, 좀 같이 갑시다’며 김 의원과 함께 선관위에 왔던 것.

장재식 의원은 나중에 “하늘이 노란데 ‘의원님, 제가 빌려드릴까요’라고 나서는 김 의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 자리에 김 의원이 있었던 것은 하늘의 계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기탁금 납부와 함께 후보명부를 등록시킨 것은 정확히 마감시간 5초 전인 오후 4시59분 55초. 기적적으로 후보등록을 마친 장 의원은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훔쳐냈다.



하지만 김 의원의 ‘구원’에도 실제 비례대표로 등록된 후보는 대상자 44명 중 26명에 불과했다. 17명이 서류미비로 접수가 거부된 데다 정오규(鄭吾奎) 부산시지부장이 지역구 출마를 위해 비례대표 후보에서 자신을 제외해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비례대표 명단에 불만을 품은 일부 인사들은 선관위까지 쫓아와 당직자들에게 항의를 하는 등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에 대해 장 의원은 “전체적으로 약 20개의 고비가 있었다. 그 중 한 개만 어긋났어도 후보등록을 못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 사무총장은 이날의 소동을 계시받기라도 한 듯 전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한다.

“내가 평소에 별로 꿈을 안 꾸는데 1일 새벽 2시쯤 집에 도착해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어요. 선거 때라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한 임산부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잔디 위에 주저앉아 분만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어린애가 까만 흙탕물 같은 것을 뒤집어쓴 거예요. 내가 꿈에서도 ‘산모가 진통을 하다 낳아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누가 물을 뿌리니까 얼굴이 깨끗한 사내 옥동자가 나오는 겁니다.”

예고된 사고

이날 ‘등록금 납부소동’은 근본적으로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秋美愛) 선거대책위원장간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예고된 사고’였다.

양측간에 전운(戰雲)이 감돌기 시작한 것은 3월30일 오후 3시부터다. 임진각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 행사장 주변은 추 위원장이 박상천(朴相千) 유용태(劉容泰) 김옥두(金玉斗) 최재승(崔在昇) 의원 등 호남 중진 4명에 대해 공천을 취소키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개혁공천’ 파동의 막이 올랐던 것.

이에 행사장에 참석했던 유용태 의원의 서울 동작을 지구당원들은 공천취소에 불만을 품고 선대위 당직자가 갖고 있던 서울시지부 공천장을 현장에서 탈취, 들고 튀어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추 위원장은 최인호(崔仁虎) 대변인을 통해 4명의 공천취소 명단과 후임자 명단을 공식 발표하고 박상천 유용태 의원의 지역구에는 공천을 않는다는 방침까지 밝히고 나섰다.

이를 보고받은 조 대표는 “공천취소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발끈했다. 조 대표는 특히 추 위원장이 상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비례대표 선정작업에 착수할 방침을 발표하자 이날 저녁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즉각 반격에 나섰다.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 첫 회의엔 최명헌 김경재(金景梓) 장재식 이윤수(李允洙) 의원과 공천취소 당사자인 김옥두 최재승 박상천 의원이 참석했다. 비대위는 최명헌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회의에서는 제일 먼저 도난당한 당 직인과 당대표 직인에 대한 대책문제가 논의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낮 독자적으로 공천취소 및 신임 공천후보 발표 등을 감행한 선대위측이 비례대표 공천권도 독자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당 사무처의 S국장을 통해 비례대표 공천장에 찍을 당 직인, 대표 직인, 당회계책임자의 도장까지 ‘싹쓸이’해 잠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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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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