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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논쟁

김정일 후계 전망|수령론 존속 여부, 고영희 개인숭배 주목해야

  • 글: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sccheong@sejong.org

김정일 후계 전망|수령론 존속 여부, 고영희 개인숭배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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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 아들 이외의 다른 인물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연구자들은 대체로 김정일의 매제로서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1부부장을 맡고 있는 장성택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과 장성택은 나이 차이가 네 살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갑자기 후계자를 지명해야 할 비상 상황이 오지 않는 한 그를 후계자로 지명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특히 ‘후계자 추대 문제 자체가 세대교체 문제’라고 파악하고 있으므로 김정일과 같은 세대인 장성택을 후계자로 내세운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북한의 정치문화를 고려할 때 김정일이 다음 세대에서 후계자를 결정한다면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의 아들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쟁점 3] 수령론은 폐기되었나

북한에서 수령론과 수령의 후계자론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김일성의 후계자인 김정일은 스스로 ‘노동계급의 혁명투쟁에서 수령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과 같이 노동계급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수행하는 데서 수령의 후계자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의 문헌들은 후계자를 ‘인민대중의 뇌수, 통일단결의 중심, 당과 혁명의 최고영도자’로서 수령의 지위를 이어나가는 존재로 설명하고 있다. 즉 수령의 후계자는 수령과 동일한 지위 및 역할을 보장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기동 박사는 ‘신동아’ 4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러한 수령론이 퇴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후계자론에 따르면 수령의 후계자는 혁명과 건설에서 수령의 절대적 지위와 결정적 역할을 완전하게 계승하도록 되어 있으나, 김정일 위원장 본인이 이미 수령의 완전한 계승자가 되기를 포기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또한 수령론은 이미 죽은 김일성 주석을 신격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서 그 용도가 제한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북한의 공식 문헌자료와 발언 등을 살펴보면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북한의 주요 통치담론 중 하나인 강성대국론이 처음으로 제시된 1998년 8월22일자 ‘로동신문’ 정론은 ‘수령중심의 강성대국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 문헌에서는 아예 김정일에 대해 직접 ‘수령’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정일민족관’이라는 책을 보면 ‘실로 우리 민족이 오늘 김정일 장군을 위대한 수령으로 높이 추앙하고 그 분을 따르는 것은 그 분께서 민족의 참다운 지도자이시기 때문이다. 그 분께서는 민족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열렬한 복무정신을 지니신 참다운 민족적 수령인 것으로 하여 남북민중 모두의 한결같은 사랑과 풍모를 받고 계신다’(165쪽)고 주장하고 있다.

수령론의 존속 여부가 후계문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것은 수령론과 후계자론이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수령 승계는 단순히 직책을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절대적 지위까지 승계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수령의 절대적 지위와 결정적 역할 계승의 포기는 곧 김정일과 그의 후계자 모두에게 최고지도자로서의 개인·절대권력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과연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쟁점 4] ‘수뇌부’는 곧 김정일 하나인가

필자는 당초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는 1970년대의 ‘당중앙’이라는 표현처럼 ‘수뇌부’라는 표현을 이중적 의미, 즉 일반적인 통칭으로서의 수뇌부라는 의미와 최고지도자 및 최고지도자의 후계자에 국한시켜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기동 박사는 2004년 1월22일자 ‘로동신문’ 정론을 근거로 당중앙과 혁명의 수뇌부가 같은 사람, 즉 김정일 위원장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이는 ‘천만군민의 심장-혁명의 수뇌부는 김정일 동지이시다’라는 표현을 보면 확실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하나의 용어에 대해 항상 단 한 가지 의미만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로동신문’ 정론에서는 ‘수뇌부’라는 표현이 김정일 한 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쓰였지만, 다른 날짜에 발행된 글에서는 복수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신년공동사설과 1월6일자 ‘로동신문’ 사설 등에서는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우리 혁명의 수뇌부’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만약 ‘혁명의 수뇌부’가 김정일만을 의미한다면 위의 문장은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우리 김정일’과 같은 표현이 되므로 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로동신문’에 실린 사설과 정론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혁명의 수뇌부’는 좁은 의미에서는 김정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는 김정일을 핵심으로 한 조선로동당의 최고지도부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수뇌부’를 넓은 의미에서 사용한다면 김정일의 후계자까지 포함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북한에서 ‘수뇌부’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이 대내적으로는 군대에서 고영희에 대한 개인숭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이 용어는 김정일과 고영희, 그리고 김정일의 후계자를 통틀어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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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sccheong@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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