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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비례대표 1번 장향숙 “天國의 위로보다 현실의 시련이 낫다”

  • 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1번 장향숙 “天國의 위로보다 현실의 시련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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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강행군인데 건강에는 무리가 없나? 비례대표 1번이 된 소감은? 의례적인 질문 몇 마디에 벌써 그의 세계관과 철학이, 그간 다져온 내공의 힘이 환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워낙 내가 깡다구가 있어요. 일부러 건강에 신경 쓰는 건 아닌데 몸이 알아서 조절을 해줘요. 무엇보다 잠을 잘 자는 기술을 익혀둔 게 큰 힘입니다. 차든 비행기든 앉았다 하면 잠이 드는데 한 10분 자고 나면 웬만한 피로는 회복이 되거든요. 그래서 뭐, 체력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활달하고 시원하고 도통 엄살을 부리지 않는다.

“원래 부산지역 여성장애인 단체장을 오래 했으니 열린우리당 입당이 새삼스러울 건 없었습니다. 여연(여성단체연합)의 최대 화두가 여성의 정치진출이었거든요. 지은희, 한명숙 장관이 다 여연 출신 아닙니까. 이 나라 여성운동사에서 여성장애인연합이 담당한 역할은 결코 간과될 수 없는 것이고, 여성의 정치 진출을 논할 때 소외계층의 대표가 함께 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진작부터 형성돼 있었어요. 여연의 이경숙 대표가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 갔으니까 소외계층 대표로 제가 영입대상이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요.”

제안을 받았을 때 물론 단숨에 오케이하지는 못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사고형 인간이다. 충분히 생각한 후 자기 확신에 찬 해답이 내려져야 다음 행동을 시작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장애인 필드에 더 남아 있어야 할지 주류무대에 나서야 할지를 여러 번 자신에게 되물었다. ‘단체장은 이제 그만’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마침 신문에 실린 야구선수 베이비 루스의 은퇴선언에 관한 기사를 봤다 .

“‘나는 2루로 가기 위해 1루를 떠난다’는 그 말이 마치 나를 향한 메시지처럼 들렸습니다. 내가 사랑하고 내 마음이 머무는 자리는 언제나 필드지만 지금은 2루로 가기 위해 1루를 떠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주변정리를 했지요. 이미 틀이 짜여진 기성정당이었다면 더 오래 고민했을 텐데, 열린우리당이 신생정당이라 아직 조직도 정체성도 굳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함께 만들어갈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나는 인생이 두렵지 않다

그를 만나러 가기 전 장향숙씨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장문의 자기소개서를 읽었다.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힘찬 글이었다.

“이제 나는 천당이나 무릉도원 아닌 이 땅에, 이 사회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누가 가져다주지 않았다. 내 자신 속에서 생겨난 것이다. 때로는 내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내 속에 두려움이 없는 것을 발견한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인생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즉 나는 인생을 믿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땅에서의 내 위치가 또 다른 우리 사회의 딸들과 아들들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내 역사의식(歷史意識)이다.”

정치입문이 아니라 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망가진 하반신으로, 남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이가, 이력서에 단 한 줄 기록할 학력도 재산도 없는 이가 어떤 경우에도 인생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고 외칠 수 있는 힘, 그 파워의 정체에 대해 묻고 싶었다.

단련이었던가, 천부적 능력인가, 아니면 독서의 힘인가. 어찌하여 그대는 인생이 두렵지 않은가라고 물었을 때 그가 정확하게 대답했다.

“큰 산을 여러 개 넘어온 단련 때문이 아니라 서서히 나를 알아가면서 생긴 힘입니다. 내가 만들어낸 게 아니라 어디에선가 온 힘이지요. 그러니 그걸 내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신에게서 주어졌다고 말하는 대신 나는 자연이나 우주라는 말을 쓰기를 더 좋아합니다. 영화 ‘아마데우스’ 보셨지요? 모차르트의 재능을 지켜보는 샬리에르의 절망, 그러나 모차르트의 그 재능이 모차르트 개인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하면 우스울지 모르지만 우주가 그에게 화음을 준 거지요. 자연이 그를 통해 피리를 분 거죠. 인간의 영혼을 울리고 각성하는 음악이 필요해서, 거기서 위안과 안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시공간을 통틀어 수두룩하게 기다리고 있어서, 그렇게 우주에 의해 신임받는 모차르트라는 존재가 나타났던 겁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 또한 그런 천재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모차르트 같은 천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 여성 장애인들을 위해 내 존재가 쓰여지도록 부름을 받은 겁니다. 교만이 아니라, 그런 걸 알게 되면 두려움이 없어져요. 겁나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말도 다 기록해야 한다. 힘차고 결연하고 진정성으로 가득 찬 말들, 어느 정치가가 이렇게 자기 사명에 대해, 어깨에 진 짐에 대해, 정확하고 맹렬하고 확고한 신념과 투지를 가졌던가. 그의 말을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으면 행여 장향숙이 과대망상의 소유자로 전달될까 두렵다. 그의 진심에 주의 깊게 귀기울여야 장향숙의 말이 자신에 대한 과신이나 교만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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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서령 자유기고가 psyche3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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