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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9·23 성매매 특별법 ‘폭격’ 이후

성매매 특별단속 선봉장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법도 경찰도 만능 아니다, 그래도 내 임무는 ‘중단없는 단속’”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성매매 특별단속 선봉장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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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전면에 나서 개인의 성(性)을 관리한다는 것이 부적절할뿐더러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여론도 있는데요.

“‘언제부터 국가가 국민의 아랫도리를 관리해왔냐’는 식의 비판이 있긴 하죠. 그러나 한국이 외국인의 눈에 성매매 천국처럼 비치고 해외원정 섹스관광으로 외국언론이 비판할 만큼 성매매 문제는 심각한 지경이잖아요. 1961년에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하 ‘윤방법’)이 제정됐는데, 현행 특별법과 똑같이 성매수자에게 ‘1년 이하 징역, 300만원 이하 벌금’을 처벌규정으로 두고 있었어요. 하지만 윤방법이 사문화할 만큼 성매매의 폐단이 커지니까 급기야 특별법이 제정되는 사태에 이른 거죠. 특히 인터넷 보급으로 성매매 문제는 훨씬 심각해졌어요.

특별법으로 국가가 성을 관리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단순 성매수자에겐 실형 대신 사회봉사명령·수강명령을 내려 전과를 남기지 않게 하는 보호처분제도의 여지를 남겨놨어요. 처벌보다는 계도를 앞세운 거죠. 반면 인권유린과 인신매매 등을 일삼는 성매매 업주에 대해선 처벌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음성적 성매매도 위축될 것

-경찰력을 아무리 집중한다 해도 외형상 드러난 집창촌이나 유흥주점 등과 달리 음성적인 성매매는 적발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대안이 있나요?



“눈에 띄는 집창촌이야 광고하지 않아도 남성들이 쉽게 찾아가죠. 하지만 휴게텔, 안마시술소, 주택가 등지에서 음성적 성매매를 하는 경우엔 음란한 광고전단 등 유인 수단이 반드시 있어요. 예전엔 이런 광고·유인행위에 대해선 처벌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특별법 발효로 성매매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그런 행위까지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죠. 특별법 집행은 음성적 성매매의 수요와 공급까지 위축시킬 것으로 봅니다.”

-그렇더라도 집창촌 여성이 단골손님과 1 대 1로 만나 성매매를 할 경우 현장을 덮치지 않는 한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특별법에도 허점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은데요.

“법도 경찰도 만능은 아녜요. 단지 사회현상에 대한 예시규정을 둔 것이 곧 법이죠. 현재 경찰도 기본업무까지 일부 중단해가면서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특별단속을 펴는 형편입니다. 더욱이 성매매 자체가 은밀히 이뤄지는 거잖아요. 가정폭력 등으로 인한 여성 청소년과 성인의 가출이 남성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아 성매매에 노출될 위험도 그만큼 큰 게 현실입니다. 사정이 이런데 모든 성매매 행위를 단속할 수는 없죠. 특별법은 성매매의 완전 근절이 아니라 성매매 방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별법 시행의 반작용으로 한층 변태적인 신종 성매매 수법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찰에서 현재 파악중인 새로운 유형이라도 있습니까. 자동차극장에도 성매매를 하는 ‘도우미’가 나타난다는 소문도 있는데요.

“아직 새롭게 드러난 수법은 없어요. ‘유리방’처럼 유사 성행위를 하는 업태는 이미 나온 것이고. 자동차극장 성매매 같은 것도 곧 관련제보가 있겠죠.”

-성매매 단속이 지속되면 성범죄가 증가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관점이나 생각에 따라 전망이야 다를 수 있겠죠. 그러나 분명한 건 성매매를 용인하는 국가나 성매매가 만연한 우리나라나 성범죄는 항상 있어 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성매매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서 성범죄가 더 늘어날 것이란 추정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봐요.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성문화를 건전한 방향으로 바꿔가는 게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합니다. 일례로 집창촌 여성 중엔 에이즈 공포에 시달리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성매매 단속과 성범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건 경찰이 아니라 관계부처의 몫이겠죠.”

성매매 여성이 ‘황금알 낳는 거위’?

-성매매 피해여성 보호가 특별법 시행의 취지인데, 정작 집창촌의 많은 여성이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여성들이 성매매에 빠져드는 경로를 보면 급전이 필요해 다방 종업원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유흥업소로 진출하고 결국은 집창촌과 섬이 그들의 종착지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선불금이다 뭐다 해서 착취구조에 완전히 빠져들어 강요에 의한 성매매를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미아리, 용주골 등 집창촌 여성들의 탈출 신고가 경찰에 계속 접수되고 있어요. 그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착취당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 예를 들지요. 이번 특별단속 이후 미아리, 인천, 강릉, 용인에서 성매매 여성 4명이 자살을 기도했는데 그중 1명이 죽었어요. 용인의 한 안마시술소 종업원이죠. 22세인 이 여성이 업주에게 착취당한 건 말도 못할 정돕니다. 콘돔을 방에 함부로 놔뒀다고 벌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뜯어가고, 애무하는 법을 가르쳐줬으니 ‘레슨비’를 내라며 또 20만원을 갈취하고…. 이런 게 모두 선불금으로 잡혀 있었어요. 성매매 여성이 ‘황금알 낳는 거위’도 아닌데 빼먹을 수 있는 건 다 빼먹는 거죠. 다른 3명은 그와 반대로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자살기도를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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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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