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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떠도는 ‘당 해체’ 4대 시나리오

  •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한나라당 떠도는 ‘당 해체’ 4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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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초 최 대표 체제는 소장파가 주축이 된 반란군에 의해 무너졌다. 반란군은 “이 참에 당 해체 후 재창당으로 가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당 해체론은 ‘구당(救黨)모임’에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으로 이어져온 법통을 끊는 구체적 방안까지 거론됐다. 당시 비주류 김덕룡 의원도 ‘신당 창당론’을 들고 나와 가세했다. 그는 “임시 전당대회를 통해 신당 창당을 위한 창당준비위원장을 뽑고 당명과 당의 얼굴을 함께 바꿔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이 갈수록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결국 “최 대표를 완전 퇴진시키고 전당대회를 열어 당을 쇄신하자”는 리모델링 방안으로 결론이 났다. 당시 구당모임 관계자의 말이다.

“총선을 앞두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총선이 임박해 새로운 당을 만들면 국민에게는 눈속임으로 비쳐질 것이란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영남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당 해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탄핵 사태와 총선 국면은 당 해체론을 다시 수면 아래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박근혜 대표 체제가 등장했다.



박 대표 체제 11개월째. 잠잠하던 당 해체론이 다시 한나라당에 불어닥쳤다. 4대 입법 쟁투 국면을 보내고 맞은 2005년 초, 한나라당을 찾아온 것은 지지율 하락과 집권 회의론이었다. 각 계파는 자신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당 해체론을 그리고 있었다.

당 해체론은 한나라당의 바닥에 늘 깔려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구체화하고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분위기가 점점 고양되고 있다는 얘기다. 2월3, 4일 연찬회를 전후해 당내 각 세력과 모임들이 해체론에 대해 보인 반응은 이전과 같은 ‘부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 식의 해석과 그림을 내보이며 화답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당 해체의 추동력으로는 세 가지가 꼽힌다. 영남에 고립화한 지역적 한계, 구성원들의 넓디넓은 이념적 스펙트럼, ‘잠룡(潛龍·대권후보)’들의 사활을 건 쟁투. 여기에 외부적 요인으로, 개헌론과 여당의 정계개편 기도가 더해진다.

한나라당의 지역적 한계는 호남과 충청의 지지를 잃어버린 채 영남과 수도권일부의 지지에 기대고 있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런 형국으로는 차기 대선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헤쳐모여’의 수순을 밟아 전국정당의 꼴을 갖춰야만 승리의 가능성이라도 찾아볼 수 있다는 데 당 안팎의 진단이 일치한다.

한나라당 내 이념 정체성도 한 간판 아래 있기엔 간극이 너무 크다. ‘중도 지향’이라며 대충 얼버무려 놓았지만 양 극단은 서로를 집권의 걸림돌로 지목한다. 2007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 파열음은 더욱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대권 유력후보간 경쟁도 강도가 더해질 것이 분명하다. 후보군 중 일부가 어느 순간 당을 뛰쳐나갈 수도 있다.

이 같은 추동력을 고려한다면 2007년 대선 전에 어떤 식으로든 한나라당이 새롭게 재편되는 상황은 필연적 운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모르지만 2007년 대선 국면에서 현재의 한나라당으로 선거를 치르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이런 가운데 여권이 정계개편 구도와 개헌론으로 ‘범 한나라당 세력’의 위축을 기도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인사들의 생각. 최근 한나라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한나라당 해체론은 크게 네 가지로 그려진다.

열린우리당식 해체 모델

[시나리오 1 : 주류탈당론]

17대 총선이 끝난 직후인 2004년 4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당선자 연찬회가 열렸다. 박세일 당선자가 ‘한나라당이 나아갈 길’이란 제목으로 기조 발제를 했다. 그는 ‘당 해체후 재창당론’을 제기했다. 그의 해체론은 구체적이었다. ‘법률적 단절’ ‘정치적 단절’이란 해법도 제시됐다. 법률적 단절과 관련, 그는 “당을 법률적으로 해산(청산)하고 새 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며 청산위원회 구성, 창당준비위원회 구성, 17대 교섭단체 등록, 원내대표 선출 등의 로드맵을 내놓았다. 그는 이어 “법률적으로 단절하지 않으면서 전당대회에서 당명과 정강, 정책을 새롭게 바꿀 수도 있다”며 정치적 단절을 제2안으로 제시했다.

박근혜 대표 체제 초기라 그의 해체 주장은 뜬금없어 보였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을까. 이 시기를 즈음해 주류 탈당론이 당 안팎에 유포되기 시작했다. 박 대표측이 모종의 탈당, 신당 창당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얘기였다. 박세일 당선자는 박 대표가 영입한 정책 브레인인 만큼 그의 언급은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선 일부 인사들을 배제해야 하고 그 방법으로 열린우리당식 주류 탈당-신당 창당 모델도 거론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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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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